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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시승기

[시승기] 잘 만든 차, 2015 쌍용 티볼리 (가솔린)

by 여만창 2016. 6. 14.




   전세계적으로 SUV 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라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요즘엔 특히 더 그렇다. 소형 SUV 시장이 새로 생기면서 SUV 시장이 더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트랙스가 등장했을 때만도 해도 틈새시장 취급밖엔 못 받았지만 QM3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달아올랐고, 곧이어 나온 티볼리가 이 체급 챔피언을 차지한 뒤 줄곧 내려오지 않고 있다. 최근 니로가 도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아직 티볼리에게 그렇게 큰 위협은 아닌 듯하다. 다만 니로도 괜찮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이 둘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꾸준히 인기 없는 트랙스나 최근 판매량이 떨어진 QM3는 그저... 건투를 빌 뿐.


   그린카에서도 이 라이벌 구도를 감안해서 니로 시승 이벤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티볼리 무료 시승 기회도 함께 제공해주었다. 티볼리에는 가솔린과 디젤 엔진 두 종류가 있지만 연료 제한은 없었다. 그래서 가솔린과 디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던 참, 니로와 같은 연료를 쓰는 가솔린 모델을 시승해보기로 했다. 티볼리 가솔린이 먼저 나오기도 했고, 아직 휘발유를 먹는 SUV는 타본 적이 없어서 한번 타보고 싶었다는 것도 개인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서두에서 밝혀둔다. 디자인은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며, 차를 타보지 않아도 평가가 가능한 요소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까지 소형 SUV는 4종이 나왔다. 이번 시승차인 티볼리를 제외하면 3종이 된다. QM3는 패셔너블하고 세련됐지만 너무 둥글둥글한 느낌이 강하고, 니로는 전면 마스크와 길쭉한 비례가 별로다. 트랙스와 티볼리가 괜찮은 편인데, 디자인만 본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도 괜찮을 것 같다. 티볼리는 얼굴도 그렇고 각진 몸매도 그렇고 남성미가 넘친다. 그러면서도 후면에서는 왠지 모를 귀여움도 느껴지는 매력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티볼리 에어의 뒷모습보다는 그냥 티볼리의 뒷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실내 디자인 역시 괜찮다. 센터페시아에는 광택 재질의 플라스틱이 쓰였는데, 이게 먼지가 쌓이거나 지문이 묻으면 바로 보이는 재질이라서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수납공간 역시 충분하다. 운전석 도어트림, 센터 터널, 조수석 도어트림에 각각 2개씩 총 6개의 컵홀더가 있고, 콘솔박스도 비록 2단은 아니지만 쓸 만하다. 글러브박스는 깊숙해서 상자 같은 물건도 무난히 넣을 수 있으며, 조수석쪽 대시보드에는 에어백이 들어가고도 조그마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추가로 있다. QM3에 비하면 공간활용도가 더 높다.







   계기판은 왼쪽에 타코미터, 오른쪽에 속도계가 있다. 가솔린 모델답게 8,000rpm까지 표시되어 있다. 트립컴퓨터의 조작 스위치는 계기판 근처나 핸들 리모컨이 아닌 센터페시아에 있어서 찾느라 좀 헤맸다. 핸들 리모컨에는 'ON/OFF'라고 쓰인 버튼이 있고 이걸 누르면 속도계에 초록 글씨로 'READY'라고 뜨는데, 설명서를 찾아보니 이건 크루즈 컨트롤 조작 스위치라고 한다.







   뒷좌석은 기대 이상이다. QM3를 타보곤 소형 SUV의 뒷좌석에 대한 기대는 버렸었는데, 티볼리를 계기로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공간 깡패인 니로보다는 좁지만 그래도 불편하지 않게 넓다. 아니, 충분하다고 해도 될 수준이다. 헤드룸, 레그룸 모두 공간이 충분해서 불편하지 않다. 3명이 나란히 앉는 건 좀 무리겠지만 2명만 앉는다면 장거리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콘솔박스 뒤쪽엔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지만 대신 문에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하나씩 마련되어 있다.









   다만 트렁크는 그렇게 넓지 못하다. 그냥 해치백 수준이다. 안 그래도 넓지 않은데 바닥에 비상용 수리 키트가 깔리면서 공간이 더 좁아졌다. 그러나 시트 폴딩을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뒷좌석은 손쉽게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데, 물론 분할 폴딩도 가능하다. 뒷좌석을 접으면 꽤 넓직한 공간을 쓸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승차 인원이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쌍용차가 티볼리 에어를 내놓은 것 같다. 티볼리는 평소에는 2~3명이 넉넉히 타고 다니다가 가끔 4~5명을 태우는 차, 티볼리 에어는 애가 둘인 4인 가족이 평소에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차, 이렇게 성격을 잡은 것 같다.







   엔진룸을 열면 1,600cc의 쌍용의 XGi 엔진이 모습을 드러낸다. 6,000rpm에서 126마력, 4,600rpm에서 16.0kg.m의 힘을 내는 유닛이다. 처음 보닛을 열고 엔진룸을 들여다봤을 때, 생각보다 아담한 엔진 크기에 놀랐다. 역시 가솔린 엔진이 디젤 엔진보다 작긴 작다. 엔진룸의 공간이 꽤 넉넉하다. 또한, 어떤 차들은 엔진룸에서 아래를 들여다보면 바닥이 보이지만 티볼리는 하부에 커버가 있어서 바닥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하부에서 튀어오르는 돌멩이 등으로부터 엔진부를 지키기에 좋을 것 같다.


   시동을 걸면 XGi 엔진이 깨어난다. 이때 계기판의 바늘이 둘 다 모두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점이 재밌다. 이렇게 바늘을 끝까지 쓸 일이 없을 텐데 시동 걸 때마다 볼 수 있다니, 뭔가 대리만족이라도 얻는 기분이다. 가솔린 엔진답게 디젤 엔진보다는 조용한 편이다. 다만 소리가 없다는 건 아니다. '아, 시동이 걸려있구나'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의 소리와 미세한 떨림은 있다. 만약 이것마저 싫다면 선택지는 하이브리드인 니로뿐이다. 출발 전엔 조금 들리던 엔진 소리도 거리로 나가면 잘 들리지 않는다. 달리고 있을 때야 회전수에 비례해서 소리도 커지지만 신호대기 때문에 잠시 정차해 있을 때는 주변 소리에 묻혀 거의 안 들린다.


   다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풍절음이 너무 심하다. 중저속에서는 그렇게 안 심하다가 80km/h를 넘기면서부터는 체감이 가능하다. 다른 차를 타면서 바람 소리가 시끄럽다고 느꼈었던가 싶다. 노면이 안 좋으면 노면 소음도 함께 올라온다. 중저속에서는 조용하던 엔진도 조금만 회전을 높이면 소리로써 존재감을 알린다. 그나마 엔진 소리는 들어줄 만하다. 자연흡기 가솔린답게 밟는 대로 날카롭게 올라가는 회전계 바늘과 소리는 운전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그러나 풍절음은 아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차장에서 처음 차를 움직일 때는 몰랐는데 큰길로 나와서 속도를 올렸을 때, 놀랐다. 이렇게 잘 나가는 줄 몰랐다. 가솔린 엔진은 보통 같은 급의 디젤 엔진보다 토크가 낮기 때문에 가속 성능은 크게 기대를 안 했다. 그냥 빌빌대지만 않는 수준 정도로 생각했는데 웬걸, 웬만한 디젤 SUV 못지 않게 방방 뛰어다니는 것이 아닌가. 가솔린 SUV에 대한 편견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니로의 스포츠모드 수준의 가속력을 티볼리는 엑셀만 살짝살짝 밟아도 보여주었다. 하이브리드의 에코 모드는 얘기도 안된다. 시원시원하다. 적어도 100km/h까지는.


   80km/h까지는 스트레스 없이 한번에 올라간다. 그리고 한숨 고르고 100km/h까지도 어려움 없이 속도를 올린다. 하지만 100km/h 넘기면서부터는 좀 더뎌지는 느낌이다. 중저속의 가속력에 집중해서 고속에서는 약해지는 걸까. 하지만 더이상의 확인은 힘들었다. 고속도로에 차가 많아서 그 이상 밟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너무 아쉽다. 역시 서울에서 시승할 때 고속주행성능은 맛보기밖에 할 수 없는 걸까. 제대로 고속도로에 올려보지 못한 게 안타깝다.


  




   차가 이렇게 잘 나가는 데에 아무래도 엔진의 공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수치상 그렇게 뛰어나지 않는데도 그 이상으로 성능이 좋은 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변속기와 궁합이 잘 맞는 게 아닐까 싶다. 엔진이 빠르게 회전수를 올리며 힘을 내면 변속기는 빠르게 그 힘을 받아 전달함과 동시에 단수를 착착 올린다. 느낄 수 있다. 내리는 것도 능수능란하다. 시속 80km로 달리다가 조금만 엑셀을 깊게 밟아도 즉각 킥다운을 하면서 순식간에 시속 100km 이상으로 속도를 올린다. 분명히 킥다운을 한 것 같은데도 단수가 5단이기에 처음엔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6단 변속기였다. 소형차가 당연히 5단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말이다. 참고로 변속기는 아이신에서 공급받는다.


   이 6단 자동변속기는 수동모드에서도 빠릿빠릿하다. 토글 방식이라서 처음엔 헛웃음이 나왔지만 게임기 조작하듯 단수를 올리면서 달리면 자동 모드보다 조금 더 빠른 가속을 맛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차를 시승하면서 변속기가 좋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데 티볼리에서는 느낄 수 있었다. 아이오닉과 니로에 얹힌 DCT도 빠른 반응속도를 보이지만 연비를 위해 일반 주행모드가 굼뜨게 설정되어 있어서 변속기의 우수함을 항상 느끼기는 어렵다. 기름을 조금 더 먹어도 상관없다면 스포츠모드를 활용하자.






   티볼리 가솔린은 전반적으로 잘 만든 만족스러운 차였다. 오늘 만나본 티볼리를 통해서 가솔린 SUV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SUV하면 덜덜거리는 달구지 같은 이미지가 강했는데 가솔린 SUV는 소음도 진동도 훨씬 덜하다. 그러면서도 비교적 저렴하고 디젤 못지 않게 잘 나갈 수 있다. 티볼리만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만 연비는 디젤과 승부가 안된다. 시승이 끝난 뒤에 확인한 트립컴퓨터 연비는 10.4km/l. 고속도로에서는 14/6km/l도 기록했지만 그 뒤에 시내 주행을 하면서 떨어졌다.(참고로 공인연비는 복합 12.0km/l, 시내 10.7km/l, 고속 14.0km/l다.) 연비가 안 좋아도 LPG처럼 연료비라도 싸면 문제없을 텐데 휘발유는 그렇지도 않다. 디젤과 가솔린, 내가 당장 티볼리를 사야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참 고민될 것이다. 그러나 차를 그리 많이 타지 않는다면 가솔린에 마음을 빼앗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식비만 빼면 여러모로 착한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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