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보물을 찾다




   2007년 즈음이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난 동네 도서관 주차장에서 쥐색 르망을 발견했다. 각진 눈을 하고 있던 초기형 르망이었다. 그때 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대우차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었던 80년대의 차들을 난 좋아했다. 거리에서 현역으로 다니는 그 시절의 차들을 가끔 볼 때마다 정신이 팔려 구경하곤 했는데, 그중에서도 대우차는 특히 찾기 힘들어서 도서관 주차장에서 본 그 르망이 매우 반가웠다. 80년대 대우차 중에서 내가 거리에서 현역으로 본 차는 르망뿐이었다. 그만큼 특별한 존재였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르망은 기억 속의 그리운 존재일 것이다. 무려 10년 넘게 생산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빠차로서 또는 첫차로서 말이다. 오펠 카데트를 바탕으로 19867월에 처음 탄생한 르망은 월드카였다. 우리나라에선 르망으로 팔렸지만 해외에서는 폰티액 브랜드로 팔렸다. 독일에서 개발하고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미국 브랜드로 세계에서 팔리는 차였다. 당시 대우차가 GM과 제휴를 맺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르망(Lemans)’24시 레이스로 유명한 프랑스의 도시 르망에서 따온 이름인데, 혹독하고 가혹한 조건을 견뎌내는 르망 레이스 경주차와 연관시킴으로써 차릐 튼튼함을 강조코자했던 작명이었다.

 



이 빨간 르망 사진은 잊혀지지 않는다




   르망은 당시 소형차로서 파격적인 점이 2가지 있었다. 빨간색 외장 컬러가 그 중 하나다. 지금도 빨간차들은 길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그만큼 개성 있고 자극적인 색깔이다. 더욱이 르망이 생산되는 시기에는 원색의 자동차가 별로 없었다. 그런 때에 빨간 색깔을 입은 차 사진을 전면에 내걸고 차를 홍보했던 것이다. 그 이미지는 르망은 본 적이 거의 없는 내 머릿속에도 강하게 남아있다. 어릴 적 보던 책의 우리나라의 자동차코너에 실려 있던 검은 바탕 빨간 르망의 사진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꼭 한번 실물로 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모형으로만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던 때가 있었다. 이름 그대로 80년대 말이 배경인 드라마다. 거기에 내가 옛날에 본 것과 비슷한 쥐색 르망이 등장했는데, 동네에서 실물을 보고 감동했던 추억이 드라마 속 그 차를 볼 때마다 어렴풋이 떠올랐다. 나는 왜 이리 이 차에 애정을 갖는가. 타본 적은커녕 실제로 본 기억조차 별로 없는데 말이다. 글쎄, 내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다만 이 차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오래오래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분명하다. 언젠가 박물관에서라도 이 차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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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레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