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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

현대차의 위기? 어닝쇼크? 걱정할 것 없다!

by 여만창 2018. 11. 18.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현까도 아니고 현빠도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나는 현대차에 대해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내수 차별하거나 리콜 등에서 소비자를 우롱하고 노조가 깽판치는 모습을 보이면 비판을 거침없이 하지만 현대차가 해외에서 잘 나가면 뿌듯해하고 해외에서 현대차를 만나면 반갑고 잘하는 일이 있으면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한마디로 잘하면 잘했다 하고 못하면 못한다 한다. 현대차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지만 그들이 보이는 행보 때문에 열렬히 응원할 수도 없는 사람이다.







  현대차가 2018년 3분기에 어닝쇼크를 기록해 재계가 시끄럽다. 물론 자동차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화젯거리고, 평소에 자동차엔 별 관심 없던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계 서열 2위로서 우리나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회사인 만큼 이런 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때다 싶어서 온갖 악플을 달면서 현대차를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많다. 언론에서는 갖은 기사를 통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은 각종 처방을 내놓기도 한다. 한마디로 시끌시끌하다.


  비록 이렇게 큰 소동이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론 크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사태는 심각하다. 제대로 넘기지 못한다면 한 분기의 어닝쇼크를 넘어서 회사가 휘청휘청거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현대차가 이번 위기를 잘 넘길 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현대차는 저력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표의 출처는 당신이 짐작하는 그곳(...)




  고유모델 포니가 1975년 말에 출시된 지 43년이 지난 지금, 현대자동차는 세계 5위권의 자동차회사다. 세계에서 5번째로 차를 많이 파는 회사이며, 현대차와 기아차 두 개 완성차 회사로만 이뤄낸 성과다(제네시스는 하위 디비전이니 제외).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빠르면 100여 년 전부터 자동차를 생산해온 경쟁사들과 겨뤄가면서 이뤄낸 성과다. 당연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포니엑셀로 미국 시장에서 한때 잘 나가며 캐나다에 현지 공장까지 세웠지만 품질 이슈 때문에 처절하게 실패한 적도 있었고, 그 뒤로도 오랜 시간 동안 싸구려차 취급 당하면서 무시당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가 지나면서 상품성과 디자인 향상을 통해 여러 권위 있는 상들도 받고 소비자들한테도 인정받아 미국은 물론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어느 정도 잘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이젠 한계가 왔다. 이번 어닝쇼크 때 쏟아진 수많은 기사들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현대차는 한계에 봉착해있다. 가성비로 승부하는 저가차의 지위는 중국차가 슬슬 위협하고 있고 품질로 승부하는 자리에선 일본차에, 브랜드로 승부하는 자리에선 유럽차에 여전히 밀린다. 이미 중국 시장에선 현지 자동차업체들의 추격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그렇지만 이를 현대차가 모를 리 없다. 현대차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재들이라면 누구나 지망하는 곳이고,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조직에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겠지만. 어쨌든 이런 한계를 자각한 현대차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옛날부터 친환경 미래자동차로 수소차를 연구해왔으며, 고급화를 위해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고,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해 모터스포츠 참가와 N을 출범시켰다. 현대차도 자신들의 여러 문제점들을 알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혹자는 그렇게 노력해서 지금까지 무슨 성과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금방 결실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제 시작 과정에 있을 뿐이다. N은 이제 막 3개 모델을 출시했으며, 지금 본격적으로 가지수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일찌감치 개발을 시작한 수소차 기술은 세계 일류 수준이며, 전용모델인 넥쏘 출시를 통해 이를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현재 수소차 분야에서 현대차와 겨룰 수 있는 회사는 토요타 정도로 알고 있으며, 아우디도 얼마 전 현대차와 수소차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제네시스 역시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현재 시판되는 모델도 3개뿐이다. 그런데도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량을 들먹이며 실패 아니냐고 설레발 치는 언론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취사 버튼 누르자마자 밥이 왜 빨리 안 되냐고 닥달하는 꼴이다. 브랜드 하나가 자리 잡는 건 결코 쉽지 않으며, 이제 걸음마를 내딛었을 뿐이다. 그나마 3개 모델 중에서도 하나는 풀체인지를 앞둔 끝물이며, 하나는 이제 막 미국시장에 진출한 참이다. 이런 거 보면 한국사람 성질 급하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난다. 이제 GV80을 비롯한 SUV 라인업까지 보강되면 제네시스는 더 성장할 수 있다. 제네시스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얘기해왔듯 현대차는 저력 있는 회사다. 기술 없는 개발도상국 자동차회사를 세계 5위권 회사로 만들어온 게 현대차의 임직원, 협력업체, 그리고 뒤에서 받쳐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이다. 현대차 정도의 능력이라면 이번 위기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미래에는 이번 어닝쇼크를 돌이켜보며 '그런 위기도 있었지'라고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이런 능력은 현대차 혼자 잘나서 갖춰진 게 아니다. 알게 모르게 도와준 정부와 열심히 차를 사준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다. 그런데도 가끔 소비자들을 우롱하면서 차별하고 호구 취급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 현대차가 진정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민들의 인심을 사는 게 중요하다. 마음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 위기가 왔을 때 굳건히 버틸 수 있으며, 그렇지 않고 계속 지금처럼 하면 국민들은 새로운 대안이 생겼을 때 현대차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릴 것이다. 괜히 인터넷에 안티현대가 많은 게 아니다. 정말 사랑받을 만한 회사가 된다면 당장 나부터 현대차의 열렬한 팬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제발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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