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랜저.
자동차에 문외한이라도 이 이름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현대자동차의 대표 모델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고급차죠.
지금은 아반떼, 쏘나타와 함께 삼총사를 이루는 현대차의 효자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성공한 사회인, 샐러리맨을 상징하는 차입니다.
물론 그랜저보다 좋은 차는 많지만 그랜저만큼 유명한 차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명성은 어느 한 순간에 생긴 게 아니죠.
30년 가까이 꾸준히 성공을 이어오며 쌓아온 이미지 덕에 그랜저는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겁니다.
여기서는 현대차,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표 고급차인 그랜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워낙 잘 알려진 차라서 자세한 설명 같은 건 없이 흐름과 특징만 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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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순정휠 장착)
(비순정휠 장착)
이 차가 1986년에 출시된 1세대 그랜저입니다.
프로젝트명은 L, 그래서 L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보다는 '각그랜저'라는 별명이 훨씬 유명합니다.
말그대로 온통 각이 진 모양이라 붙은 별명입니다.
면과 석으로 쭉쭉 뻗은 디자인이 무척 중후한데, 지금 보면 꽤 고풍스러우면서도 아직도 멋있습니다.
지금 거리를 지나간다면 충분히 시선을 끌
만하죠.
물론 관리 제대로 안 돼 있으면 똥차 취급이겠지만...
전 이 디자인에 상당한 매력을
느낍니다.
정말 고급차다우면서도 80년대의 디자인 감성이 절정을 이룬, 수려한 용모입니다.
출시 당시, 한국 고급차 시장은 대우의 로얄 시리즈가 석권하고 있었습니다.
그랜저는 현대차가 그 고급차 시장을 잡아보고자 내놓은 모델이죠.
로얄보다 새롭고 크고 고급스러운 그랜저는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반응을 얻으며 히트를 칩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고급차 시장을 쥐고 있던 대우는 내리막길을 걷고 대신 현대가 새롭게 떠오릅니다.
그런데 사실 이 그랜저는 현대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은 아니었습니다.
현대의 기술제휴선이었던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한 차였죠.
디자인은 현대가, 설계는 미쓰비시가 맡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서는 현대 그랜저로, 일본에서는 2세대 데보네어로 출시됩니다.
똑같은 차였지만 한국에서는 성공한 반면 일본에서는 경쟁모델에 밀려 크게 뜨지 못합니다.
국에 최초로 나온 전륜구동 고급차인데, 고급차에는 후륜구동이 더 적합했지만 전륜구동을 채용한 덕에 실내공간은 상대적으로 넓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그랜저와는 달리 당시 그랜저는 기사가 앞에서 운전하고 뒤에 높으신 분들이 타던 쇼퍼드리븐카였습니다.
동시에 현대차의 기함이었죠.
가장 비싼 차이자 기사가 몰던 차.
수입차시장도 크지 않았고 막강한 경쟁 모델도 없었던데다 자동차 자체가 사치품에 가깝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최고의 고급차였던 그랜저는 단숨에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습니다.
그 이름 높은 벤츠와 함께 말이죠.
지금의 에쿠스가 누리는 지위보다 위치가 더 높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위키백과)
현재 볼 수 있는 많은 각그랜저들은 위쪽 사진과 같은 모습이지만 사실 맨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초기형은 위 사진과 같이 그릴과 후미등의 모양이 조금 달랐습니다.
하지만 출시 3년 뒤인 1989년에 디자인이 바뀌면서 맨 위 사진처럼 나오게 되죠.
이건 그랜저의 쌍둥이인 미쓰비시 데보네어입니다.
그랜저 초기형과 똑같이 생겼죠.
큰 성공은 못했지만 나름 수요가 있어서 꾸준히 팔리긴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2.0L 엔진(111마력)과 5단 수동변속기의 조합만 있었지만 히트를 치면서 점점 가지를 칩니다.
2.4L 엔진(123마력)과 4단 자동변속기가 추가되었고, 1989년에 페이스리프트는 거치면서 V6 3.0L 엔진(161마력)도 추가됩니다.
이 V6 엔진은 국산차 최초로 3,000cc의 벽을 뚫은 엔진이었습니다.
위 사진의 그랜저가 바로 그 V6 엔진을 품고 있는 차인데, V6가 자랑스럽게 엠블럼으로 붙어있습니다.
이렇게 라인업 변화를 거친 1세대 그랜저는 1992년까지 생산됩니다.
새로 진출한 고급차 시장에서 그랜저로 큰 성공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현대는 1992년에 2세대 그랜저를 내놓습니다.
프로젝트명은 LX.
전체적으로 1세대의 디자인을 살렸으며, 특히 차체 모양과 뒷모습에 1세대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모서리를 다듬은 덕에 각이 사라져서 생김새는 조금 둥글둥글해졌습니다.
엔진 라인업은 상당히 다양해졌습니다.
우선 엔트리 모델에는 DOHC로 업그레이드된 137마력 2.0L 엔진이 얹혔습니다.
2.4L SOHC 엔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V6 라인업은 셋으로 늘어났으며, 종전의 3.0L SOHC에 더해 2.5L DOHC(167마력)와 3.0L DOHC(194마력)이 추가됩니다.
1994년에는 V6 3.5L도 추가되었는데, 커진 배기량에 DOHC가 만나면서 225마력이라는, 당시로서는 꽤 강한 출력을 냈습니다.
5단 수동변속기는 여전히 있었지만 2.0에서만 선택 가능했고 나머지는 모두 4단 자동이 기본이었습니다.
(사진: 위키백과)
2세대 그랜저 역시 미쓰비시와의 합작품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3세대 데보네어로 출시되었지만 2세대보다 더 못한 성적으로 처참하게 실패했고, 결국 데보네어는 이 모델을 마지막으로 단종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세대의 명성을 이어받아 선전합니다.
2세대 역시 약간의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데보네어의 모습을 받아들인 모습으로 바뀝니다.
후기형은 전기형과 비교해서 그릴 모양과 후진등의 위치 등이 살짝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큰 차이는 느끼기 힘듭니다.
1996년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새롭게 다이너스티가 출시되었지만 V6 3.5 모델만 없어졌을 뿐 그랜저는 계속해서 병행판매됩니다.
그러다가 1998년에야 2세대 그랜저는 단종됩니다.
3세대 그랜저는 1998년에 출시되었습니다.
프로젝트명인 XG를 따서 그랜저XG로 불렸으며, 이게 공식 명칭이었습니다.
이 XG는 그랜저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아주 중요한 모델입니다.
그때까지의 그랜저는 뒷자리에 회장님을 모시던 쇼퍼드리븐카였지만 XG부터는 그 성격이 조금 바뀝니다.
오너가 직접 운전을 하는 오너드리븐카로 말이죠.
그랜저가 맡던 최고급차의 자리는 다이너스티가 넘겨받았으며, 그 계보는 에쿠스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기함의 위치를 넘긴 그랜저는 조금 더 작고 가벼운 고급차로 변신합니다.
더 이상 최고급차는 아니지만 오너가 직접 끌고 다닐 수 있는 고급차로 변신!
기함에서 준대형으로 한 등급 내려온 차급의 변화와 함께 디자인의 변화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때까지의 고급차는 크고 각져야 한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작고 잘 빠진 XG가 나오면서 그 이미지는 흔들립니다.
그래서 XG를 신선하게 느낀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죠.
또한 XG는 현대가 미쓰비시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만든 최초의 그랜저이기도 하며, 작아진 크기에 걸맞게 EF쏘나타의 플랫폼을 빌려와 만들었습니다.
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그랜저이기도 한데, 북미 지역에서는 프로젝트명을 살린 XG라는 이름으로 팔립니다.
대박은 못 쳤지만 현대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비순정휠 장착)
EF쏘나타 및 1세대 에쿠스 초기형과 맥을 같이 하는 뒷모습 디자인입니다.
사진과 같은 투톤컬러도 있었으며, 노란 색깔의 안개등이 장착된 모델도 있었습니다.
큰 변화를 거친 모델이니만큼 파워트레인이 겪은 변화도 컸습니다.
기존의 엔진들은 모두 새 엔진으로 교체되었으며, 모두 3가지의 엔진 라인업이 있었습니다.
현대가 독자개발한 엔진인 V형 6기통 델타엔진이 2.0과 2.5 모델에 쓰였고, 각각 134마력과 180마력을 냈습니다.
3.0 모델도 있었는데, 여기에는 미쓰비시 엔진을 개량한 시그마엔진이 얹혀 196마력을 냈습니다.
결론적으로 모두 V6였죠.
변속기는 2.0과 2.5에 5단 수동 혹은 4단 수동, 3.0에 5단 자동이 물려졌습니다.
그리고 2002년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옵니다.
전반적으로 잘 다듬어졌으며, 뒷모습의 변화가 더 컸습니다.
엔진 라인업은 기존과 같았으나 출력은 137, 172, 182마력으로 조정되었으며, 최고출력이 나오는 회전수도 조금 바뀝니다.
회전수를 조금 낮춰 실용영역에 맞추면서 출력도 달라진 것 아닌가 추측해보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아울러 2.5 모델에서 5단 수동이 사라지고 4단 자동만 남으면서 수동변속기는 2,0에서만 선택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페이스리프트 초기형은 L자형 테일램프를 가지고 있었지만 1년 만인 2003년에 2004년형 모델이 나오면서 모양이 바뀝니다.
그리고 2005년에 XG가 단종될 때까지 2004년형의 모습을 유지합니다.
캠핑장의 XG~♬
XG 모범택시.
특이한 안개등을 가진 XG입니다.
스테이츠맨의 것과 비슷한 안개등인데, 물론 순정은 아닙니다.
차주가 튜닝한 것 같은데 꽤 잘 어울립니다 ㅎ
큰 변화를 주었을 때 사람들이 그것을 낯설게 여기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최고급차 이미지를 포기하고 한 급 아래로 내려온 새 그랜저도 그래서 실패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현대는 이미 준대형차 시장에서 마르샤로 실패를 맛본 뒤였습니다.
그러나 XG는 성공합니다.
그랜저는 새로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였으며, 마르샤의 실패를 훌훌 털어내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쏘나타II의 고급형이었던 마르샤와는 달리 현대가 심혈을 기울여 따로 만든 새로운 고급차여서 상품성이 높았는데, 거기에 '그랜저'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더해졌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자동차가 사치품에서 벗어나 널리 보급되면서 부담스러운 대형차는 별로지만 동시에 아무나 타게 된 대중차 또한 싫은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인 것도 있을 것입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수요들이 생겼는데 그 중에서 작은 고급차를 원하던 수요를 흡수한 것입니다.
아무튼 XG는 그랜저의 획기적인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고, 그랜저가 5세대까지 이어지는 베스트셀링 고급차가 되게 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XG의 바통을 이어 2005년에 출시된 4세대 그랜저는 TG입니다.
프로젝트명이 정식 차명에 쓰였던 3세대와는 달리 4세대 그랜저는 프로젝트명인 TG를 빼고 그냥 '그랜저'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구분 편의상 공공연하게 TG라고 많이 부릅니다.
국내 모터쇼인 서울모터쇼에 첫 선을 보였다고 합니다.
역시 쏘나타의 플랫폼을 공유하며, NF쏘나타와 뼈대가 같습니다.
XG의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해서 새롭게 변신했는데, 고급차의 멋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은근히 스포티한 느낌이 나는 게 XG보다 한결 젊어진 인상입니다.
최초기형에는 위 사진처럼 보닛 엠블럼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2개월만에 사양이 변경되어버렸고, 후드 엠블럼이 붙은 TG는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세대가 바뀌면서 파워트레인도 다시 한 번 싹 바뀝니다.
V6 라인업으로는 2.7L 뮤(192마력), 3.3L(233마력)와 3.8L(264마력) 람다 엔진이 있었는데, XG에 비해 배기량이 훌쩍 커졌습니다.
따라서 보급형으로 4기통 모델이 추가되었는데, 쏘나타에 얹혔던 2.4L 세타엔진(164마력)이 거기 탑재되었습니다.
다만 2.4 모델을 산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엠블럼을 2.7 모델의 것인 Q270으로 바꿔버려서 2.4L 모델인 Q240은 팔린 만큼은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수동변속기는 TG에 이르러 완전히 사라졌으며(ㅠㅠ) 모든 라인업에 5단 자동이 쓰입니다.
2008년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바꾸고 편의사양을 추가한 '그랜저 뉴 럭셔리'가 출시되었습니다.
마이너체인지라고 보면 되겠네요.
2008년형과 2009년형에 걸쳐서 엔진 출력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져서 2.7L 뮤는 195마력, 3.3L 람다는 259마력의 힘을 내었고, 2.4L 세타는 세타II로 업그레이드돼 179마력을 냈습니다.
변속기 또한 6단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그러나 기아 K7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나 나타나면서 준대형의 절대 강자였던 그랜저의 입지도 흔들렸고, 판매량도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현대는 2009년에 TG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럭셔리 그랜저'를 출시합니다.
2010년형부터죠.
엔진과 변속기는 그대로 쓰였으며, 디자인만 바뀌었습니다.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진 외모가 눈에 띄이며, 고급차다운 중후한 멋이 늘었습니다.
앞모습에서는 우아함도 살짝 엿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꽤 성공적인 페이스리프트라고 생각합니다.
F/L 후에 오히려 더 어색해져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TG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출형 더 럭셔리 그랜저입니다.
TG 그랜저의 실내.
그랜저 TG는 성공한 전작 XG 뒤를 성공적으로 이었습니다.
컨셉트를 잘 이은 데 이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면서 TG에 이르러 그랜저는 최고의 국산 준대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합니다.
그리고 그 바통은 2011년에 5세대 그랜저로 넘어갑니다.
5세대 그랜저, 프로젝트명 HG는 2010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2011년 연초에 정식 출시됩니다.
역시 정식 명칭은 그냥 '그랜저'지만 편의상 HG라고 많이 부릅니다.
5세대 그랜저라고 하여 '5G 그랜저'라고도 불리는데, 현대차가 출시 초의 광고에서 밀었던 이름입니다.
이때 현대차가 처음으로 역대 그랜저들을 재조명하며 그랜저의 역사를 강조하는데, 이제 과거를 자랑할 수 있을 만큼 그랜저가 전통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을 현대 스스로 보여주는 광고였습니다.
한층 더 젊어진 디자인을 자랑하며, 후면부의 일체형 테일램프는 TG의 것을 이어받았습니다.
3.8L 이상의 등급은 제네시스에게 양보하면서 엔진 라인업은 3.8이 삭제된 3가지, 2.4, 3.0, 3.3로만 구성되었습니다.
직렬 4기통 2.4L 세타II, V6 3.0L 및 3.3L 람다엔진이 적용된 것 TG와 같았지만 직분사기술이 적용되어 GDI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성능이 크게 향상됩니다.
2.4 모델은 200마력을 넘겨 201마력, 3.0 모델은 270마력, 3.3 모델은 300마력에 근접한 294마력을 발휘합니다.
참고로 모델명에는 프로젝트명인 HG가 쓰여서 모델명은 HG240, HG300, HG330이 됩니다.
그랜저 HG는 YF쏘나타와 플랫폼을 공유합니다.
패밀리룩도 적용되어 비슷한 요소가 많으며, 7세대 LF쏘나타와도 많이 닮았습니다.
그랜저와 에쿠스 사이에 제네시스라는 새로운 등급의 차가 2008년에 추가되면서 그랜저의 위치도 조금 더 아래로 내려왔는데, 이런 위치 변경과 더불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그랜저는 '대중고급차'가 됩니다.
출시와 동시에 강력한 경쟁모델이었던 K7을 멀리 따돌렸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시장 전체에서도 판매량 선두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고급차라는 그랜저가 쏘나타, 아반떼, 모닝 등과 더불어 판매량 최상위권에 있는 것입니다.
HG가 좋은 차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아랫급인 쏘나타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그랜저 2.4와 가격차이가 별로 안 나게 되자 쏘나타 고급형을 살 사람들이 그랜저로 넘어온 것도 한몫 했다고 추측해봅니다.
어쨌거나 HG는 큰 디자인 변경 없이도 출시 3년차인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페이스리프트 없이 6세대로 넘어가는 것도 가능치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팔려서 길거리에 널리게 되었다고 해도 그랜저는 고급차의 색깔을 잃지 않고 있으며, 여러 고급 장비들과 최신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고급 모델인 HG330에는 셀러브리티 사양도 있습니다.
이렇게 성공한 HG지만 동시에 여러 문제들도 안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배기가스 실내 유입 문제입니다.
배기가스가 역류하여 실내로 들어오는 문제인데, 검사 결과 HG가 다른 차에 비해 유독 더 그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리콜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무상수리를 해주는 것으로 그칩니다.
어떻게 불씨는 덮었고 판매량도 큰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으나 이 문제 때문에 인터넷에서 '가스렌저'라는 별명을 얻는 등 관련 오명은 지울수 없게 되었습니다.
화진화장품의 빨간 그랜저.
순정으로는 없는 색깔이며, 홍보를 위해 빨갛게 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별다른 변화없이 팔리던 HG였지만 2012년 말에 2013년형으로 바뀌면서 디자인이 살짝 바뀝니다.
다만 크게 바뀐 건 아니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 정도만 새롭게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모습 그대로 현재까지 팔리고 있습니다.
친환경차, 고효율차가 대세가 되고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점점 관련 시장이 커지자 현대차는 2013년 말에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출시합니다.
독일 디젤세단과 렉서스 하이브리드 등 수입 고효율차들이 잘 팔리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현대차가 꺼낸 카드죠.
그랜저 최초의 하이브리드이자 최초의 국산 대형 하이브리드이기도 합니다.
2.4L 세타II MPI(170마력)에 30kW의 전기모터가 더해서 204마력의 시스템출력을 냅니다.
연비는 복합 16.0km/l로, 이대로만 나온다면 준대형차로서는 놀라운 연비를 자랑합니다.
아울러 하이브리드 전용의 파란 색상의 외장컬러와 전용 휠도 준비되었습니다.
고효율 대형차를 원한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했는지 꽤 잘 팔리는 분위기이며, 전체 그랜저 판매량의 10%가 하이브리드로 팔릴 것이라 예측했던 현대차의 예상을 벗어나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형제차로는 K7의 하이브리드 버전인 K700h가 있습니다.
HG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며 그랜저를 대중화시켰습니다.
물론 대중차가 됐다는 의미는 아니고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고급차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길거리에 보면 대중차나 다름없게 된 건 함정
또한 수입차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 및 고효율차의 부상이 일상화된 시대를 맞아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는 그랜저이기도 합니다.
이미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되었고, 2.2L 디젤 엔진을 얹은 그랜저 디젤도 출시 예정돼 있습니다.
HG에 이르러 다양한 그랜저를 보게 되는 것이죠.
HG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또 그 HG의 뒤를 이을 그랜저는 어떨지 벌써 궁금합니다.
그랜저는 5세대 28년의 역사 동안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최고의 베스트셀러 고급차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아무나 탈 수 없는 차였지만 세월이 흐르며 많이 달라졌습니다.
중산층 정도면 마음 먹고 살 수 있는 차가 되었죠.
이상적인 '꿈'에서 현실적인 '목표'가 된 겁니다.
거기에 더해 전통에 얽메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면서 선택의 폭을 계속 넓혀주고 있습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진보하는 차, 명성을 잃지 않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차.
그랜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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