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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

스포츠카란 무엇인가? - 그 애매한 정의에 대해

by 여만창 2018. 6. 24.

구글에 스포츠카라고 치면 나오는 검색 결과




스포츠카, 그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단어다.

철없는 부자들이 부와 허영을 자랑하는 액세서리로 오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 글에선 철저히 본연의 목적인 고성능과 운전의 즐거움 위주로 볼 것이다.

'스포츠카'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로는 '멋있다', '빠르다', '잘 빠졌다', '비싸다', '문이 2개다' 등등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스포츠카, 스포츠카, 하고 부르지만 과연 그 기준은 뭘까? 사실 이에 대해선 명확한 정의가 없다. 그래서 항상 의견이 분분하고 논쟁이 벌어진다. 투스카니를 스포츠카로 인정할 것인가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일 수도 있는 주제다. 

그래서 그 정의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놓고 다뤄보려고 한다. 앞에서 말했듯 공식적인 명확한 정의라는 게 없기 때문에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음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제1설, 가장 넓은 의미(최광의)의 스포츠카


기아 포르테쿱


제1설의 스포츠카는 스포츠카라는 이름을 갖다붙일 수 있는 건 모두 갖다붙인 거다. 문짝이 2개인 차, 포르테쿱처럼 문짝만 2개고 일반 세단과 별반 차이가 없는 차, E63 AMG 같이 문 4개 달린 고성능 세단, 포르쉐 카이엔 같은 고성능 SUV, 슈퍼카까지. 가장 넓은 의미이기 때문에 밑에 나오는 모든 종류의 차들을 모두 포괄한다. 별로 대중적인 개념은 아니다. 그냥 학문적인(?) 정리를 위해 만들어낸 개념.




제2설, 문짝 2개가 달려있는 것


메르세데스 벤츠 CL클래스


제2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스포츠카의 개념이다.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닌, 그냥 일반인들 말이다. 보통 사람들 눈에 보기엔 문이 2개면 스포츠카처럼 보인다. 그 속의 기계적인 장치가 어떻든 간에 겉에 보이는 스타일이 중요하다. 여기에 해당되는 차종이라면 당연히 쿠페 아니면 컨버터블이다. 포르테쿱처럼 '문짝만' 2개 달려있는 차들도 이 개념에 따르면 스포츠카로 들어간다. 실제로 벤츠 CL클래스를 스포츠카라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CL클래스는 S클래스의 쿠페 버전으로서 스포츠카라기보단 그냥 고급 쿠페다. 따지고 보면 장거리 투어링에 적합한 GT에 가깝다. 하지만 일단 문짝이 2개니 스포츠카라고 부르는 거다. 반대로 문짝이 4개 이상이면 아무리 고성능이라도 스포츠카가 아니다. E63 AMG가 몇 마력을 내든 그냥 튜닝 좀 한 벤츠일 뿐이다. 따라서 제2설은 대중적이긴 개념이긴 하지만 정확한 개념이라고 보긴 힘들다.




제3설, 개발 목적에 따른 분류


BMW M5


제3설은 빠른 속도와 운전재미(이하 스포츠성이라 한다)를 스포츠카의 개발 목적으로 보고, 여기에 맞는 차들만 스포츠카로 보는 견해다. 굳이 고출력이 아니더라도 차의 성격이 전체적으로 스포츠성에 맞춰지거나(토요타 86) 극도의 경량화를 통해 속도를 추구한 경우(로터스)라면 스포츠카로 인정된다. BMW의 M5나 아우디의 S8, 르노의 메간 RS 같이 일반 세단이나 해치백을 기반으로 고성능 튜닝을 한 차들도 개발 목적상 스포츠카에 들어간다. 스포츠카의 본질을 따진 개념 중 가장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제4설, (대형세단과 왜건을 제외한)개발 목적에 따른 분류


현대 투스카니


제4설은 내가 따르는 개념이다. 개발 목적에 따라 분류하되 대형세단과 왜건처럼 스포츠성에 맞지 않는 차종은 제외하자는 개념이다. 차는 작을수록, 그리고 낮을수록 스포츠성에 적합하다. 여기에 맞는 차종으론 (당연히)쿠페, 컴팩트 세단, 해치백 등이 있다. 그러나 대형 세단과 왜건은 각각 뒷자리와 짐 공간 중시라는 부가적인 속성이 붙어 스포츠성과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스포츠카란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왜건의 일종이자 지상고가 높은 SUV도 당연히 제외된다. 고성능 대형세단과 왜건, SUV는 그냥 고성능차일 뿐이지 스포츠카라고 부르기 힘들다. 제4설에 따르면 M5, S63 AMG는 스포츠카가 아니고, M3, 랜서 에볼루션(란에보), 벨로스터, 시빅 타입R, 투스카니는 스포츠카다. 제4설은 스포츠카의 본질뿐 아니라 대중적인 스포츠카의 개념에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절충설이다.




제5설, 문짝 2개+고출력+후륜구동


닛산 370Z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과 보험사(...)가 따르는 개념이다. 스포츠카는 쿠페 아니면 컨버터블의 형태이며, 출력이 높고, 후륜구동(FR, MR) 내지 사륜구동이어야 한다. 역시 출력이 높아야 스포츠카의 맛이 있고, 후륜구동이어야 운전의 즐거움이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따르면 출력이 200마력도 안 되는 투스카니는 스포츠카가 아니고, 핫해치들도 문 5개짜리 해치백이므로 스포츠카가 아니다. '정통 스포츠카'라고 하면 보통 이 제5설을 가리킨다. 제네시스 쿠페, 페어레이디Z, 머스탱 등이 제5설의 스포츠카에 해당한다. 하지만 제5설에 따르면 투스카니와 마찬가지로 출력이 200마력도 안 되는 일부 로터스 차종의 지위가 애매해진다. 로터스는 극단적인 경량화를 통해 속도를 추구하는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예외로 친다 하더라도 이번엔 전륜구동인 엘란의 지위가 위태롭다. 흔히 우리나라 최초의 정통 스포츠카라고 불리는 차가 엘란인데, 전륜구동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지위가 위협받는 것이다. 다만 자동차의 분류라는 게 원래 명확하지 못하고 예외가 많은 법이므로 엘란 또한 예외로 보려면 예외로 볼 수 있겠다.




제6설, 가장 좁은 의미(최협의)의 스포츠카


페라리 엔초 페라리


제6설의 스포츠카는 슈퍼카를 말한다. 일부 언론이 롤스로이스 같은 초고가 럭셔리카도 슈퍼카라고 부르면서 살짝 개념이 모호해진 감이 있지만 슈퍼카라고 하면 스포츠카가 추구할 수 있는 최정상에 이른 차들을 말한다. 슈퍼카는 '슈퍼 비싼 차'가 아니라 '슈퍼 빠른 차'를 말한다. 기레기들은 알아두는 게 좋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속도만을 추구하고 실용성 등 다른 모든 요소를 배제한 순수한 스포츠카다. 굳이 말 안 해도 모두가 알고 있지만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이 여기 들어간다. 가장 순수한 개념이긴 하지만 너무 범위가 좁기 때문에 슈퍼카⊂스포츠카라고는 봐도 스포츠카=슈퍼카라고 보진 않는다.




이 글을 읽고 '이건 뭔 개소리야'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맨 처음에 말했듯 애초에 정확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 다시 강조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스포츠카는 어떤 개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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