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경차왕국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선 경차라곤 단 3종에 만드는 메이커는 2개, 판매량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일본에선 경차의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고 판매량도 많다. 그래서 일본차 메이커들이 꽤 공을 들이는 등급이기도 하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차종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스즈키 알토 같은 저렴한 보급형부터 스즈키 허슬러 같은 경SUV, 혼다 S660 같은 경스포츠카까지 다양한 차종들이 있다. 또한 일본의 경차규격은 우리나라보다 더 빡빡하기 때문에 크기도 더 작고, 따라서 더 귀엽다. 이러한 개성 있는 일본 경차들은 우리나라에서 컬트적인 인기가 있지만 정식 수입은 되지 않아 많이 찾아보긴 힘들다.


  그래서 언제 일본에 가면 꼭 일본 경차를 타보고 싶었다. 경차왕국의 경차를 한번 타보는 것, 자동차 매니아로서 한 번 노려볼 만한 목표였다. 그래서 도쿄에 갔을 때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나 빌렸다. 하이브리드차로도 유명한 일본이었기에 둘 중 어느 걸 빌릴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혼자 탈 거고 많이 탈 것도 아니었기에 경차를 골랐다.







  차를 찾기 위해 토요타렌터카 사무실로 찾아갔다. 토요타렌터카 후카가와점에 찾아갔는데, 옆에 토요타 딜러들도 붙어있었다. 그리고 차를 찾아서 나왔다. 이때 받은 차가 바로 픽시스 메가(ピクシス メガPixis Mega)다. 픽시스 메가는 토요타의 경차인 픽시스 시리즈의 일원이다. 다만 토요타에서 개발한 차는 아니다. 정체는 바로 토요타의 자회사인 다이하츠에서 개발한 웨이크(ウェイク, Wake)다. 경차의 한 종류인 경톨웨건('경미니밴을 부르는 일본식 영어; -일본어 위키백과)이다. 2014년에 출시된 이 차를 토요타에서 가져와 2015년에 출시한 게 픽시스 메가다.








  이 차는 아주 정직한 박스카의 외관을 하고 있다. 네모난 상자에 보닛만 아주 살짝 톡 튀어나온 모습이다. 경차 규격을 꽉꽉 채우느라 폭이나 전장 등은 작지만 키는 꽤 크다. 그래서 이 차가 달릴 때면 무언가가 오똑 서서 뽈뽈거리며 가는 것 같다. 벌집 그릴, 똘망한 헤드라이트, 곳곳에 붙은 플라스틱 장식 등이 붙어 일본 경차답게 개성 있는 모습이다.











  실내는 매우 광활하다. 경차 규격의 극한까지 공간을 확보한 차답게 아주 널찍널찍하다. 뒷좌석 레그룸은 웬만한 대형차랑 비교해고 꿀리지 않을 듯하다. 차는 작지만 탑승자가 100kg이 넘는 거구가 아닌 이상 실내에서 꽉 끼어서 탈 일은 없을 것 같다. 옛날에 레이를 탔을 때 경차치고 넓은 공간에 꽤 놀랐었는데 이 차는 그 레이보다도 한 수 위다. 심지어 레이보다 작은데도! 경차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체감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다. 물론 디자인이나 재질은 다마스보다 살짝 나은 수준이다. 앞좌석은 센터터널 없이 워크스루로 되어 있다. 계기판은 간결하기 그지없다.








  차를 끌고 수도고속도로 완간선으로 나가보았다. 이제 주행실력을 볼 차례다. 픽시스 메가에는 NA와 터보 모델이 있는데, 나는 NA를 받았다. 이 차의 엔진은 배기량 660cc에 52ps/6,800rpm의 출력, 6.1kgf.m의 토크를 낸다. 변속기는 CVT다. 겨우 50마력을 조금 넘는다. 게다가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박스형 디자인이다. 수치로 미루어보아 주행성능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고, 역시 그 예상대로였다. 초반엔 그래도 굼뜨지 않게 나가지만 중속부터는 느릿느릿하다. 여유가 있는 느릿함이 아니라 그냥 느릿함이다.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에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사실 100km/h면 이 차 계기판의 2/3(...)를 뚫는 거다. 표기가 140km/h까지뿐이니... 당연히 고속도로에서 여유롭게 추월하는 것도 힘들다.


  극단적인 박스형 차체라서 안정성도 떨어졌다. 고속코너에서 살짝만 핸들링을 과격하게 해도 휘청거린다. 방음방청도 뛰어나지 않다. 다만 방음방청이 잘 안 되는 건 차급을 생각하면 그리 마이너스라고 생각하긴 힘들다. 고급차라면 실망하고도 남았겠지만 경차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하고 탈 만하다. 바람소리 살짝 들리고 엔진소리 살짝 들리는 정도니까. 무한리필집 가서 한우를 바라지 말자 서스펜션은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아서 노면의 상태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잘 느껴졌다. 다만 사람에 따라 덜덜 떨린다고 느낄 순 있을 것 같다. 변속기가 단수가 없는 CVT여서인지 전에 레이를 탔을 때 느꼈던, 다운시프트 때 동반되는 급격한 RPM 변화는 없었다.









  경차이니 연비도 중요하다. 공인연비는 25.4km/l이지만 일본 공인연비가 다 그렇듯 당연히 뻥연비(-_-)다. 도대체 공인연비 측정을 어떻게 하는지 원... 아무튼 직접 주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비를 정확히 계산해볼 순 없었다. 다만 추정은 가능했다. 정산할 때 기름값으로 9,000원 정도를 냈는데, 리터당 1400원 정도로 생각하고 나누면 대략 6리터 조금 넘게 나온다. 그리고 92km를 달렸으니 대충 15.3km/l다. 출력이 원체 낮아 엑셀을 많이 밟은데다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박스형인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차는 교외생활이나 레저생활에는 별로 어울리지 못하다. 시골의 국도나 고갯길, 그리고 멀리 나가기 위해 거치는 고속도로를 달리기에는 차의 주행성능이 그리 넉넉지 못하다. 물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속이 많이 답답해질 테니 별로 추천하진 않는다. 이 차의 원형인 웨이크의 개발 모토가 '일상에서 레저까지'였다는데 공간은 몰라도 성능은 레저생활까지 커버하긴 무리다. 다만 경차의 작은 차체에서 오는 특유의 기동성과 넓은 공간이 합쳐져서 도시에서는 꽤 활약할 수 있겠다. 도시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 용도로 쓰기에는 충분한 성능이고, 경차임에도 실내 공간이 넓어서 쓰임새가 좋다. 도심통근자나 짐을 싣고 골목을 누빌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입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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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렌터카의 천국이다.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좋은 조건에 다양한 종류의 차들을 타볼 수 있다. 물론 육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주로 렌터카를 빌려 여행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렌터카 시장이 커진 것이고, 그에 따른 경쟁으로 가격도 내려가고 상품 구색도 다양해진 것이다. 덕분에 나같은 자동차광들에게 제주도는 갖가지 차들을 착한 가격에 타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 되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가며 탈 차를 내가 고르게 되었다. 친가가 제주도에 있어서 명절에 내려갈 때마다 차를 빌렸지만 그때의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어차피 운전은 아버지가 하시니까.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운전은 전적으로 내가 할 거고, 그래서 차도 내가 골랐다. 조건은 두 가지, 네 가족이 타기에 무난한 크기에 연료비가 적게 드는 LPG차여야 했다. 르노삼성차를 별로 타본 적이 없어 SM6를 빌리기로 결정하고 차를 예약했다.







  공항에서 나와 렌터카 사무실로 가니 다양한 차들이 서있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거의 모든 차가 흰색이었다. 왜 흰색인지 모르겠다. 무난하면서도 관리하기 쉬운 색이라 그런가, 아무튼. 당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쏘나타 뉴라이즈도 벌써 상당한 수가 렌터카로 풀려있어서 놀랐다. 출고되자마자 다 제주도로 건너왔나보다. 그 중에서 현기차가 아닌 차는 별로 없었다. 그 얼마 아닌 차 중의 하나, 바로 내가 빌린 SM6다.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SM6의 디자인은 정말 예쁘다. 결함덩어리라고 이 차를 까는 사람들조차 디자인이 잘 빠졌다는 건 부인하지 않는다. 대신 예쁜 쓰레기라고 하지 사진으로 봤을 때도 예쁘다고 생각했고, 거리에 지나다니는 걸 보면서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운전할 차라고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더욱 더 예뻤다. 디자이너들이 영혼을 담아낸 것만 같다. 보면 볼수록 괜찮은 디자인이다. 이 미모에 혹해 이 차를 샀다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된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렌터카용 저렴이 트림이기 때문에 SM6가 자랑하는 풀스크린 센터페시아는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거대한 플라스틱판에 오디오와 공조류 버튼들이 박혀있었다. 아버지 왈, 왜 이렇게 못생겼냐고... 그도 그럴 것이 원래 대형 모니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억지로 물리 버튼들을 달아놓은 것이니 안 어울릴 만하다. 일단 센터페시아는 마이너스... 대신 기어노브는 꽤 괜찮다. 부츠식에 무광 금속장식으로 마무리 돼 있는데,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조작감도 좋다. 파킹브레이크는 레버식이다. 기다란 레버가 각도를 바꾸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일반적인 레버와 달리 SM6의 파킹브레이크 레버는 ㄱ자로 꺾여 있어서 수평을 유지한 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LPe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140마력의 2.0L LPG엔진에 CVT의 조합이다. CVT이기 때문에 초반에 속도를 올릴 때 타코미터의 바늘 위치가 변하지 않은 채로 속도가 붙는다. 엑셀을 밟으면서 속도를 올리는데도 타코미터가 움직이지 않아서 신기했다. 그러나 그 외엔 일반 자동변속기와 비교해봤을 때 딱히 다른 점이 없다. 가속감도 똑같다. 수동 조작도 가능한데, 일반 다단변속기와 똑같이 작동한다.


  주행성능은 꽤 무난했다. 역동적이거나 민감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제주도는 제한속도 80km/h 이상인 도로가 없고 가족들과 함께 탔기 때문에 속도를 낼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밟아본 적도 없음에도 왠지 잽싸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전반적인 세팅이 민첩한 움직임보다는 여유로운 주행감에 맞춰져 있다. 패밀리세단의 당연한 덕목이다. 부족감 없이 목적에 맞게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성능이었다. 연비는 10km/l 언저리였던 것 같다.






  SM6 LPe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성능의 예쁜 차였다. 이 정도의 성능에 그 미모라면 꽤 매력이 있다. 하지만 단기이용자가 아니라 구매자로서 생각해본다면 SM6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품질과 결함 문제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최근 SM6의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도 품질 및 결함 문제, 그리고 르노삼성의 모르쇠 대응이지 않은가. 아무래도 구매자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잔고장으로 정비소를 들락거리는 게 비용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간 스트레스가 아닐 테니까. 다만 이런 요인들을 제외한다면 디자인과 성능 관련한 상품성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퍽 매혹적인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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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효자 모델인 아반떼의 디젤 모델을 시승해봤다. 사실 카셰어링을 활용해 서울 시내만 50km 정도 달린 거라 시승이라 하기도 뭐하다. 그래서 '간단시승기'라고 해봤다. 돌아다니는 아반떼(AD)는 많이 봤는데 직접 운전해보는 건 이게 처음이었다. 생긴 건 일반 아반떼와 다를 게 없다. 그냥 파워트레인만 다를 뿐이라 겉으로 봐서는 차이가 없다. 눈썰미가 좋다면 엉덩이에 VGT 엠블럼이 달려있다는 것 정도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외적으로 가솔린 모델과 달라 보이는 건 없다.

 

  시승하려고 탄 게 아니라 진짜 이동만 하려고 빌렸기 때문에 보닛이나 트렁크를 열거나 인테리어를 세심하게 보진 않았다. 카셰어링용 저가 트림인 만큼 당연히 이것저것 없는 장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런 것도 없나'라며 불만을 가질 수준은 아니었다. 그냥 차급에 맞는 수준만 기대하면 된다. 당연하게도(?) 수동변속기 차가 아니었는데, 그럼 내가 탄 차는 자연히 DCT가 달린 차였을 터다. 1.6L 136마력짜리 디젤 엔진과 7단 DCT의 만남이다.

 

  전에 시승기를 올린 포드 투어네오 커넥트보다 수치상 성능이 더 좋다. 또한 더 작으니 필시 더 가벼울 터였다. 실제 운전에서도 스트레스 같은 건 없었다. 초반 가속에서 뭔가 변속기가 헤메는 듯한 느낌을 딱 한번 받았지만 그외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고속화도로에서 80km/h로 달리고 있다가도 엑셀을 꽉 밟으면 재빠르게 120km/h를 넘기며 질주한다. 장거리 주행이 아닌데다 서울 시내 도로라 그 이상의 영역에 도전하는 건 무리였지만 분명 그 이상 갈 수 있을 것이다. 동부간선도로 포장 상태 영 꽝이다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방음방진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물론 디젤이란 걸 알 수준은 된다. 특히 아이들링 상태에서. 하지만 가격과 차급을 생각하면 꽤 잘 틀어막았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달리는 중에 이 차가 디젤차라는 걸 까먹기도 했었다. 계기판을 보다가 타코미터가 6,000rpm까지밖에 표기 안 돼있는 걸 보고 디젤차라는 걸 깨달았다. 주행 중엔 가솔린과 비교해도 지지 않는다.

 

  디젤차의 장점하면 연비를 빼놓을 수 없다. 너무 짧게 달려서 주유는 해보지도 못했지만 청구된 주유요금과 트립컴퓨터에 찍힌 평균연비에서 이 녀석의 소심한 식성을 알 수 있었다. 좋은 소심함이다. 무난한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좋은 아반떼다. 원래 아반떼 디젤엔 별 관심 없었는데 한번 타보고 나니 괜찮은 차라는 생각이 든다. 아, 물론 내가 아반떼 디젤을 뽑는다면 무조건 수동으로 뽑을 거다. 다행히 수동변속기도 선택할 수 있다. DCT의 성능과 연비가 아무리 수동변속기보다 나아졌다지만 그래도 역시 재미까지 따진다면 수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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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도 포드가 수입되긴 하지만 그건 포드가 생산하는 차종의 일부에 불과하다. 포드는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되는 차 이외에 수많은 종류의 차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에 투어네오 커넥트(Tourneo Connect)라는 차가 있다. 유럽이 본진인 밴 모델이다. 트랜짓 커넥트라고도 하는데, 포드의 유명한 승합차 모델인 트랜짓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2시트와 화물칸으로 구성된 화물밴과 좌석을 다 갖춰놓은 승용밴, 두 종류가 있다. 일반 모닝과 모닝 밴 같은 구성이다. 쉽게 말하면 스타렉스 같은 차다. 스타렉스는 스타렉스인데 조금 작은 스타렉스다. 현재 2세대가 팔리고 있는데, 내가 시승한 모델도 2세대였다.


  우리나라에 팔지 않는 투어네오 커넥트를 만난 곳은 유럽이었다. 유럽에서 중형 왜건을 렌트했는데 뜬금없이 이 녀석이 나왔다. 매끈한 중형 왜건을 기대했는데 막상 차를 찾으러 가보니 웬 승합차가 있었다. 솔직히 실망했다. 짐차라니... 레이를 빌렸는데 다마스 승용밴이 나온 상황이었다. 그래도 승합차 특유의 넓은 공간이 여행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굳이 차를 바꾸진 않았다.









  이 차의 크기는 기아 카렌스랑 비슷하다. 승합차이기 때문에 카렌스보다는 각이 져있다. 올란도보다는 살짝 키가 큰 것 같다. 앞모습은 포드의 패밀리룩이 적용돼 있다. 승용차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상용차에 비해선 세련됐다. 어디까지나 '비해서'이다. 솔직히 잘생기진 않았다. 뒷모습은 여느 밴 모델과 비슷하게 생겼다. 밴답게 슬라이딩 도어가 적용되어 있다.











  인테리어도 포드 패밀리룩의 수혜를 받았다. 승합차라기보단 그냥 평범한 포드 SUV 같다.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내장재가 조금 저렴하고 시트도 직물시트지만 승합차 수준에 많은 걸 바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짐차로 개발된 차답게 짐 공간은 매우 널찍하다. 3열을 접으면 광활한 짐칸이 펼쳐진다. 일반 SUV나 해치백과 비교하면 월등히 우월하다. 태생이 짐을 싣는 차이니 당연하다. 이 넉넉한 공간 덕분에 여행 내내 짐칸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차의 키가 큰 덕에 뒷좌석의 헤드룸도 여유 있다. 레그룸도 마찬가지다. 다만 시트의 안락함이 조금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파워트레인은 1.6L 듀라토크 디젤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가 맞물린 물건이었다. 구동방식은 전륜구동이다. 이 차의 엔진은 110마력의 힘을 낸다. 차에는 성인 남자 4명과 짐으로 가득 찬 커다란 여행가방 4개가 실렸다. 상당한 무게다. 그런데도 차는 무리 없이 잘 달렸다. 일상주행에선 부족함이 없었다. 무난하다. 물론 고속성능은 별로 기대할 게 못된다. 120km/h를 넘기면 속도 올리기가 무척 버겁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차엔 사람과 짐이 잔뜩 실려 있었다. 그 점을 감안하면 공차 상태에서의 성능은 이보다 더 나을 것이다. 


  인상적인 점은 안정감이었다. 속도 무제한 아우토반에서 내리막 경사의 도움을 받아 엑셀을 끝까지 밟아서 낸 최고 속도는 190km/h였다. 엄청난 속도임에도 차의 거동이 믿음직하다. 적어도 160km/h까지는 불안하다는 느낌이 안 든다. 그 속도를 넘기면 풍절음이 매우 심해지고 안정감이 살짝 떨어지지만 그래도 속도를 낮추지 않으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는 아니다. 승합차에 이런 안정감은 바라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꽤 안정적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아이들 상태 및 주행시의 소음, 진동은 딱 평범한 디젤차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딱히 시끄럽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다. 딱히 얌전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덜덜대지도 않는다. 그냥 '아, 디젤차구나'하고 알 수준이다. 또한 오토스타트앤스톱(=ISG)도 달려있었다. 처음 차를 받아서 나올 때, 신호대기를 받아 차를 세우고 기어를 뺀 다음에 클러치를 떼니 시동이 꺼졌다. 내가 클러치를 잘못 조작해서 시동을 꺼먹은 건가 싶었지만 나는 분명히 중립 상태로 만들고 클러치를 뗐다. 당황해서 다시 클러치를 밟으니 거기에 반응해 시동이 걸렸다. 차에 ISG가 달려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ISG가 달린 수동차는 처음 운전해보는 거라 신기했다.


  연비는 매우 좋다. 그 짐을 싣고 다녔음에도 리터당 16~18km는 나왔던 것 같다. 덕분에 유류비를 엄청나게 아낄 수 있었다. 역시 디젤과 수동변속기의 조합은 기름을 아끼는 진리의 조합이다. 짐차의 공간활용성에 디젤수동의 연비까지 더해지니 실용성이 엄청났다. 멋보다는 실용성을 더 중요시한다면 이 차도 꽤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상술했듯 이 차는 국내 미출시다. 해외 나가서 미출시 차량들을 타보니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고 견문도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나라 도로에선 구경조차 못하는 차를 직접 몰아보다니,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다. 3600km를 달리며 우리의 발이 돼준 투어네오 커넥트,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멋진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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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순간, 우리는 새로운 제품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 신제품들의 수많큼 많은 수의 물건들이 구형이 되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구형은 나날이 그 숫자가 줄어만 가고, 사람들도 신형의 우수함과 편리함, 신선함에 빠져 구형을 잊어간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좋은 물건이었다'라고 기억되는 물건들이 있다. 나는 아이폰4를 거의 5년 썼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괜찮은 물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세월이 지나도 사용자들에게 인정받는 물건이 명품이란 게 아닐까.



  쌍용 무쏘도 바로 그런 물건이다. 1993년에 처음 나온 무쏘는 한창 팔릴 당시에도 인기 차종이었다. 하지만 2005년에 단종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 무쏘를 부활시키라는 소리는 잊혀질 만하면 나온다. 하도 많이 들어서 진짜 그렇게 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코란도와 함께 쌍용의 명차, 시대의 명차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차다.



  그런데 그런 무쏘를 직접 운전해볼 기회가 생겼다. 친구 중 하나가 아버지로부터 무쏘를 물려받아 끌고 있었는데,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면서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친구의 무쏘는 이 글 맨 위에 있는 사진과 똑같이 생긴 흰색 차였다. 정확한 연식은 어디 써있는 데도 없고 친구도 몰라서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선바이저에 '대우 무쏘'라고 써있던 점과 2002년식까지 적용됐던 그릴이 붙어있던 걸 보면 2001년식으로 추정된다.



  트림은 230S. 2.3L 터보 디젤 엔진(101마력, 21kg.m)에 비트라제 4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고, 네바퀴굴림이었다. 시승 당시 주행거리는 무려 26만km였다. 상당히 많이 달렸지만 친구 아버지가 애정을 갖고 꾸준히 관리를 해줬다고 한다. 실내는 내비게이션을 달고 멀티잭을 설치한 걸 빼면 순정상태 그대로였다. 덕분에 카세트플레이어도 오랜만에 만질 수 있었다. 큰 덩치과 각진 외모에 걸맞게 트렁크도 광활했다. 말 그대로 광활했다. 7인승 모델이었지만 3열을 접어 그 공간을 모두 짐칸으로 쓰고 있었다. 공간이 넉넉해서 헤드룸, 레그룸 이런 건 가늠해볼 필요도 없었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 리클라이닝 시트라서 편히 기대 갈 수 있었다.



편의장비는 10년도 훨씬 된 차인데다 당시 무쏘에서도 상위트림은 아니었기 때문에 요즘 차에 비할 게 못된다. 그때 당시에는 괜찮은 옵션이었다고 해도 지금은 경차에도 다 달리는 것도 많기 때문에 편의장비 얘기는 이런 오래된 차에는 할 게 아니다. 애프터마켓 장비로 하이패스, 리모컨키, 원격시동 장치가 달려있었다. 사륜구동이기 때문에 사륜 전환 스위치도 센터페시아에 있었는데, 2H, 4L, 4H로 구성되어 있었다. 변속기는 윈터(W) 모드와 파워(P) 모드를 지원한다.










  시동 걸기는 마치 군시절 몰던 군용차를 떠올리게 했다. 디젤 엔진이 달린 군용차들은 추운 겨울날에는 시동을 걸기 전에 예열이 필요하다. 열쇠를 꽂고 키온 상태로 돌리면 마치 돼지코처럼 생긴 플러그 불이 들어오는데, 이 불이 꺼지고 시동을 걸어야 한다. 요즘 나오는 디젤차들은 딱히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바로 시동을 걸지만 이 차는 옛날 차다. 그래서 군대에서 시동 걸던 것처럼 돼지코가 꺼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사실 시승차의 2.3L 터보 디젤은 무쏘의 주력 엔진이 아니었다. 무쏘는 그보다 약 20마력 더 높은 2.9L 엔진이 주력이었다. 거기다가 요즘 기준에선 조금 답답한 4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있었다. 때문에 기민한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시내나 저속에선 묵직하면서도 부족함 없는 성능을 발휘했다. 시동 얘기할 때 군용차를 언급했는데, 주행질감도 든든한 게 마치 군용차를 모는 듯한 느낌이었다. 승차감이 별로 안 좋다는 것도 비슷했다. 물론 두돈반 같은 물건과 비교하면 훨씬 낫지만 요즘 승용차보다는 떨어진다. 노면의 잔진동이 모두 느껴진다. 하체는 대체로 믿음직하지만 당연히 고속 코너에서는 살짝 불안하다.



  2.3L 엔진이 원래부터 진동과 소음으로 악명이 있었다는데, 그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연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진동과 소음은 꽤 있었다. 요즘 디젤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용달트럭이라고 놀릴 것이다. 고속도로를 시속 100km 정도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를 거의 3,000rpm 가까이 쓰기 때문에 소음은 더 하다. 또한 높고 각진 차체 때문에 고속 주행 때의 풍절음도 크다.



  확실히 고속주행 성능은 부족함이 컸다. 성인 4명을 태우면 120km/h를 넘기 힘들다. 추월 가속도 부족해서 뒤차 눈치가 보였다. 그나마 엑셀을 끝까지 밟으면 터보 디젤의 두툼한 토크로 가속을 앞당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고속 성능에 실망까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차에 그런 걸 바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 SUV는 속도를 바라는 차가 아니었고, 주력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2.3L 엔진에 무거운 차체는 속도와 궁합이 좋은 조합이 아니다. 거기다가 이 차는 26만km를 10년 넘게 달린 차다. 그래서 실망은 하지 않았다.



  제일 이질적이었던 건 브레이크였다. 잘 듣는 걸 넘어 예민하기까지 한 요즘 세단만 타다가 무쏘를 타니 브레이크가 너무 둔감했다. 군에서 운전교육 받을 때 타던 구형 5톤(K711)이 떠올랐다. 페달을 밟자마자 반응하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깊숙이 밟아줘야 브레이크가 듣는다. 혹시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제때 감속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안전거리를 충분히 두고, 빨간 불 한참 전부터 속도를 줄이는 식으로 운전했다. 엑셀도 마찬가지다. 밟는다고 바로바로 회전수와 속도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이건 아마 터보랙과 4단 자동변속기 때문인 듯하다. 자연흡기 엔진이나 터보랙이 거의 없는 요즘 터보엔진을 얹은 차만 탄 사람이라면 답답하겠지만 이 정도는 여유의 미학이라고 좋게 봐줄 만하다.



  연비는 정확히 재보지 못했다. 하지만 기름을 꽤 많이 먹는 것 같았다. 2.3L 4WD 공인연비는 9.1km/L다. 그보다 떨어지는 약 7~8km/L 정도인 걸로 추정된다.



  이번 무쏘 시승은 아주 기분 좋은 기회였다. 새 차는 여러 가지 시승 기회가 있고 카셰어링이나 렌터카를 이용해서라도 타볼 수 있다. 하지만 단종된 지 한참 된 옛날 차는 지인의 차를 빌려 타는 것 말고는 체험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잡지에 중고차 시승 기사가 실리면 더 재밌게 읽는 것 같다. 다행히 친구를 통해 무쏘의 운전대를 잡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메력이 확실한 차다. 여유롭고 묵직한 맛과 남성미가 넘치는 차다. 지금까지 여러 차를 시승해봤지만 무쏘 시승은 그 중에서도 특히 잊을 수 없는 시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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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서 야심차게 론칭한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모두 잘 알 듯이 원래는 대형차의 차명에서 그 역사가 시작된 브랜드다. 제네시스(genesis)는 영어로 기원이라는 뜻이다. 성경의 창세기를 뜻하기도 하니 그 의미가 더 와닿는다. 지금은 이름이 G80으로 바뀐, 2세대 제네시스를 만나봤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핵심 모델이자 기원이기도 한 바로 그 제네시스 말이다.


   시승차는 3.3L 후륜구동 모델이었다. 돈없고 지위없는 학생 신분으로는 웬만해선 고급차 시승하기가 쉽지 않다. 흔치않은 기회인데다가 차주의 사정상 만약에라도 긁어먹거나 사고를 내는 건 용납될 수 없었으므로 키를 받아 나갈 때부터 긴장되었다. 하지만 좀처럼 없는 기회이니 신나는 것도 사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차를 만났다.







    DH제네시스는 전면부의 커다란 그릴이 인상적이다. 그릴을 중심으로 다른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균형미 있게 잘 배치되어 어우러진 느낌이다. 차체 색깔에 따라 살짝살짝 느낌이 변하기도 한다. 뒷모습 역시 깔끔하지만 테일램프의 모양 때문에 처음 봤을 때는 아반떼(MD)가 떠올랐다. 아직 제네시스가 현대로부터 브랜드 독립하기 이전이라 패밀리룩을 추구한 듯 싶으나... 한참 아래 등급 차와 비슷해 보이는 건 고급차로서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제네시스답게 세부적인 느낌은 다르다. 듀얼머플러가 그 차이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인테리어는 흠잡을 데 없는 고급차의 그것이다. 시각적으로는 간결하고 깔끔한 구성과 고급 내장재가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도 그런 요소다. 물론 디지털 시계도 액정을 통해 볼 수 있다. 촉각적으로는 내장재의 재질이 만족스럽다. 스티어링휠은 진짜 가죽으로 만들었는지 느낌이 매우 좋다. 시트와 도어트림, 팔걸이 등 피부가 닿는 부분들의 촉감도 좋다. 버튼과 변속기의 조작감도 준수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지만 후각적으로도 좋다. 머리 지끈거리는 새차 냄새가 아니라 가죽 냄새가 더 코에 잘 들어온다. 안에 앉아서 운전하다보면 외관보다는 인테리어를 더 많이 접하는데, 이 점에서 고객들에게 고급차를 샀다라는 만족감은 확실히 안길 수 있을 것 같다.




변속기보다 안쪽, 미닫이식 덮개를 밀면 추가적인 수납공간과 AUX, USB 삽입구와 12V 컨버터가 있다.





   편의장비 역시 풍부하다. 물론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말이다. 요즘은 기본 사양이 되어버린 스마트키와 버튼 시동은 물론, 패들시프트, 오토홀드, HUD, 크루즈컨트롤, 웰컴라이트, 메모리시트 등등 웬만한 편의장비는 아쉽지 않게 다 들어가 있다. HUD 같은 경우, 밝은 낮에 흰색 차가 앞에 서있는 경우에는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속도나 내비 등을 보기 위해 시선을 크게 돌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하다. 오디오로는 렉시콘의 장비가 들어가 있으며, 훌륭하다. 앞좌석보다는 뒷좌석에 들었을 때 더 또렷하고 음이 풍부한 느낌이다. 특히 클래식이나 성악 등 고전적인 음악을 틀었을 때 더 느낌이 좋은 것 같다.




트렁크는 물론 넉넉하다.




   에쿠스나 EQ900 같은 본격적인 쇼퍼드리븐카는 아니지만 제네시스도 어느 정도 그 성격을 공유하는 만큼 뒷좌석은 굉장히 편안하다. 공간이 넉넉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으며, 착좌감 및 승차감 역시 우수하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도 준비되어 있다. 이제는 기본이 되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전용 송풍구에 암레스트에 위치한 각종 스위치류와 리모컨, 암레스트 내의 수납공간과 12V 컨버터, 햇빛가리개, 뒷좌석에서 조수석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스위치 등 뒷좌석 승객을 위해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282마력/35.4kg.m의 힘을 내는 V6 직분사 3.3L 람다 엔진




    겉모습은 대강 알았으니 이제 달려볼 차례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다. NVH는 기대했던 대로 우수하다. 소리는 엔진이 돌아가는구나를 알 정도로 나지만 진동은 거의 없다. 진동/소음과 함께 고급차의 중요한 덕목은 역시 승차감이다. 승차감 역시 빼어나다. 중저속으로 달리면서 차에서 나는 소음과 진동은 없는데 바깥 풍경만 흐르듯이 지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마치 무빙워크에 올라 있는 기분이다. 차 안만 따로 노는 듯한 이질감이 든다. 물론 이 이질감은 좋은 의미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잔진동 흡수 능력이다. 작은 돌들로 포장된 돌길을 지나면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들리는데 진동은 별로 안 느껴진다. 엉덩이가 들썩대거나 차가 떨리는 것 없이 태연하게 돌길을 지난다.


    주행 성격은 강한 힘을 느긋하게 쏟아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D에 놓고 브레이크를 떼도 결코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다. 평지에서 DR을 넣어도 차가 움직이지 않아 엑셀을 살짝 밟아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팅이 원래 이런 건지, 차 무게가 무거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엑셀 페달에는 유격이 존재하는데, 밟자마자 차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살짝 깊게 밟아주어야 반응이 온다. 이 때문에 페달을 살짝만 밟았는데도 왈칵왈칵 튀어나가는 일은 없다. 느긋하고 신중하게 주행을 시작한다.


    시작이 이렇듯 신중하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그 속에는 파워가 있다. 엑셀을 조금만 밟고 있어도 꾸준히, 그리고 빠르게 속도를 높여간다. 시내 주행에서 충분한 속도인 60km/h까지는 금방 도달한다. 또한 변속기가 8단까지 있음에도 시내에서는 고작 3,4단을 주로 쓰며 그 위로는 잘 올라가지 않는다. 그 정도 여유로도 충분히 쏘다닐 수 있다. 그리고 그 여유는 고갯길의 오르막이나 고속도로에서 그 나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성남 시내에서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342번 지방도는 꼬부랑길로 유명하다. 그 길을 힐클라임으로 올라갔다. 무거운 차체에다가 앞차 때문에 속도를 줄였다 올렸다를 반복함에도 힘들어하거나 지치지 않는다. 경사길에서도 밟는 대로 힘을 내며 속도를 올린다. 엔진음이 조금 더 커질 뿐 평지를 달릴 때와 차이가 없다. 고속도로 주행 역시 시원시원하다. 진입 직후나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뒤에 속도를 올리기 위해 엑셀 페달을 꾹 밟으면 3,000rpm까지도 회전수를 올리며 무섭게 가속한다. 2톤에 육박하는 무게를 잊게 하면서 순식간에 고속의 궤도에 올라간다. 스포츠모드를 활용한다면 좀 더 빠릿하게 채찍질 할 수도 있다.

 

    힘과 가속력만 좋은 게 아니다. 주행안정성도 우수하다. 그냥 속도만 무작정 높이는 것이 아니라 듬직하고 묵직하게 속도를 올려나간다. 고속도로가 아니라 60km/h 이상 달릴 수 있는 시내 도로라도 이를 느껴볼 수 있다. 속도를 높여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에 운전자는 더 속도를 높일 용기와 믿음을 얻게 되고, 차는 이에 보답해준다. 120~30km/h는 손쉬우며, 그럼에도 변속기는 7단에서 머무르며 여유를 남기고 있다. 엔진 역시 더 낼 힘이 충분하다. 고속도로 사정상 그 위의 영역을 맛볼 수 없었던 게 아쉽다. 3.3이 이럴진대 3.8은 어떨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위에서 승차감 얘기도 했지만, 이렇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다. 속도를 올려나가는 과정도 부드럽다. 다만 브레이크는 예민한 부분이 있어서 울컥임 없이 부드럽게 제동하려면 섬세한 페달 조작이 필요하다. 제동력 자체는 믿을 수 있다. 핸들링 역시 부드러우면서도 예리하다. 감탄할 정도는 아니지만 앞머리를 휘두르는 재미가 있다. 또한 그렇게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의 느낌 역시 매우 부드럽고 좋다. 우수한 촉감 재질과 맞물려서 더욱 그렇다.

 

    시승을 마치고 트립컴퓨터로 확인한 연비는 시내주행의 비중이 컸던 만큼 7.5km/l에 그쳤다. 고속주행 위주로 몬다면 10.6km/l까지도 올릴 수 있다. 에코모드와 노멀모드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서 별로 답답하지 않기 때문에 에코모드를 적극 활용한다면 연비를 조금 더 높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풍부함 힘을 그토록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으로 내는 제네시스를 만나고 나니 눈이 좀 더 넓어진 느낌이다. 그동안 이 차를 쟁쟁한 수입차들과 비교하면서 평론하는 글은 많이 봤지만 직접 타보고 나니 이 차만 따로 떼놓고 봤을 때 좋은 차라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다. 좋은 차다. 이런 차를 국산차로 탈 수 있다니,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잘된 일인 것 같다. 동시에 새로운 호기심도 스멀스멀 든다. 이 차가 경쟁 대상으로 삼고 있는 동급의 수입차들은 또 어떨까, 이 차 위에 있는 3.8 모델이나 EQ900은 또 어떨까. 역시 자동차의 세계는 넓고 나는 아직 경험하고 싶은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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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적으로 SUV 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라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요즘엔 특히 더 그렇다. 소형 SUV 시장이 새로 생기면서 SUV 시장이 더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트랙스가 등장했을 때만도 해도 틈새시장 취급밖엔 못 받았지만 QM3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달아올랐고, 곧이어 나온 티볼리가 이 체급 챔피언을 차지한 뒤 줄곧 내려오지 않고 있다. 최근 니로가 도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아직 티볼리에게 그렇게 큰 위협은 아닌 듯하다. 다만 니로도 괜찮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이 둘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꾸준히 인기 없는 트랙스나 최근 판매량이 떨어진 QM3는 그저... 건투를 빌 뿐.


   그린카에서도 이 라이벌 구도를 감안해서 니로 시승 이벤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티볼리 무료 시승 기회도 함께 제공해주었다. 티볼리에는 가솔린과 디젤 엔진 두 종류가 있지만 연료 제한은 없었다. 그래서 가솔린과 디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던 참, 니로와 같은 연료를 쓰는 가솔린 모델을 시승해보기로 했다. 티볼리 가솔린이 먼저 나오기도 했고, 아직 휘발유를 먹는 SUV는 타본 적이 없어서 한번 타보고 싶었다는 것도 개인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서두에서 밝혀둔다. 디자인은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며, 차를 타보지 않아도 평가가 가능한 요소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까지 소형 SUV는 4종이 나왔다. 이번 시승차인 티볼리를 제외하면 3종이 된다. QM3는 패셔너블하고 세련됐지만 너무 둥글둥글한 느낌이 강하고, 니로는 전면 마스크와 길쭉한 비례가 별로다. 트랙스와 티볼리가 괜찮은 편인데, 디자인만 본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도 괜찮을 것 같다. 티볼리는 얼굴도 그렇고 각진 몸매도 그렇고 남성미가 넘친다. 그러면서도 후면에서는 왠지 모를 귀여움도 느껴지는 매력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티볼리 에어의 뒷모습보다는 그냥 티볼리의 뒷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실내 디자인 역시 괜찮다. 센터페시아에는 광택 재질의 플라스틱이 쓰였는데, 이게 먼지가 쌓이거나 지문이 묻으면 바로 보이는 재질이라서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수납공간 역시 충분하다. 운전석 도어트림, 센터 터널, 조수석 도어트림에 각각 2개씩 총 6개의 컵홀더가 있고, 콘솔박스도 비록 2단은 아니지만 쓸 만하다. 글러브박스는 깊숙해서 상자 같은 물건도 무난히 넣을 수 있으며, 조수석쪽 대시보드에는 에어백이 들어가고도 조그마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추가로 있다. QM3에 비하면 공간활용도가 더 높다.







   계기판은 왼쪽에 타코미터, 오른쪽에 속도계가 있다. 가솔린 모델답게 8,000rpm까지 표시되어 있다. 트립컴퓨터의 조작 스위치는 계기판 근처나 핸들 리모컨이 아닌 센터페시아에 있어서 찾느라 좀 헤맸다. 핸들 리모컨에는 'ON/OFF'라고 쓰인 버튼이 있고 이걸 누르면 속도계에 초록 글씨로 'READY'라고 뜨는데, 설명서를 찾아보니 이건 크루즈 컨트롤 조작 스위치라고 한다.







   뒷좌석은 기대 이상이다. QM3를 타보곤 소형 SUV의 뒷좌석에 대한 기대는 버렸었는데, 티볼리를 계기로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공간 깡패인 니로보다는 좁지만 그래도 불편하지 않게 넓다. 아니, 충분하다고 해도 될 수준이다. 헤드룸, 레그룸 모두 공간이 충분해서 불편하지 않다. 3명이 나란히 앉는 건 좀 무리겠지만 2명만 앉는다면 장거리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콘솔박스 뒤쪽엔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지만 대신 문에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하나씩 마련되어 있다.









   다만 트렁크는 그렇게 넓지 못하다. 그냥 해치백 수준이다. 안 그래도 넓지 않은데 바닥에 비상용 수리 키트가 깔리면서 공간이 더 좁아졌다. 그러나 시트 폴딩을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뒷좌석은 손쉽게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데, 물론 분할 폴딩도 가능하다. 뒷좌석을 접으면 꽤 넓직한 공간을 쓸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승차 인원이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쌍용차가 티볼리 에어를 내놓은 것 같다. 티볼리는 평소에는 2~3명이 넉넉히 타고 다니다가 가끔 4~5명을 태우는 차, 티볼리 에어는 애가 둘인 4인 가족이 평소에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차, 이렇게 성격을 잡은 것 같다.







   엔진룸을 열면 1,600cc의 쌍용의 XGi 엔진이 모습을 드러낸다. 6,000rpm에서 126마력, 4,600rpm에서 16.0kg.m의 힘을 내는 유닛이다. 처음 보닛을 열고 엔진룸을 들여다봤을 때, 생각보다 아담한 엔진 크기에 놀랐다. 역시 가솔린 엔진이 디젤 엔진보다 작긴 작다. 엔진룸의 공간이 꽤 넉넉하다. 또한, 어떤 차들은 엔진룸에서 아래를 들여다보면 바닥이 보이지만 티볼리는 하부에 커버가 있어서 바닥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하부에서 튀어오르는 돌멩이 등으로부터 엔진부를 지키기에 좋을 것 같다.


   시동을 걸면 XGi 엔진이 깨어난다. 이때 계기판의 바늘이 둘 다 모두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점이 재밌다. 이렇게 바늘을 끝까지 쓸 일이 없을 텐데 시동 걸 때마다 볼 수 있다니, 뭔가 대리만족이라도 얻는 기분이다. 가솔린 엔진답게 디젤 엔진보다는 조용한 편이다. 다만 소리가 없다는 건 아니다. '아, 시동이 걸려있구나'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의 소리와 미세한 떨림은 있다. 만약 이것마저 싫다면 선택지는 하이브리드인 니로뿐이다. 출발 전엔 조금 들리던 엔진 소리도 거리로 나가면 잘 들리지 않는다. 달리고 있을 때야 회전수에 비례해서 소리도 커지지만 신호대기 때문에 잠시 정차해 있을 때는 주변 소리에 묻혀 거의 안 들린다.


   다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풍절음이 너무 심하다. 중저속에서는 그렇게 안 심하다가 80km/h를 넘기면서부터는 체감이 가능하다. 다른 차를 타면서 바람 소리가 시끄럽다고 느꼈었던가 싶다. 노면이 안 좋으면 노면 소음도 함께 올라온다. 중저속에서는 조용하던 엔진도 조금만 회전을 높이면 소리로써 존재감을 알린다. 그나마 엔진 소리는 들어줄 만하다. 자연흡기 가솔린답게 밟는 대로 날카롭게 올라가는 회전계 바늘과 소리는 운전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그러나 풍절음은 아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차장에서 처음 차를 움직일 때는 몰랐는데 큰길로 나와서 속도를 올렸을 때, 놀랐다. 이렇게 잘 나가는 줄 몰랐다. 가솔린 엔진은 보통 같은 급의 디젤 엔진보다 토크가 낮기 때문에 가속 성능은 크게 기대를 안 했다. 그냥 빌빌대지만 않는 수준 정도로 생각했는데 웬걸, 웬만한 디젤 SUV 못지 않게 방방 뛰어다니는 것이 아닌가. 가솔린 SUV에 대한 편견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니로의 스포츠모드 수준의 가속력을 티볼리는 엑셀만 살짝살짝 밟아도 보여주었다. 하이브리드의 에코 모드는 얘기도 안된다. 시원시원하다. 적어도 100km/h까지는.


   80km/h까지는 스트레스 없이 한번에 올라간다. 그리고 한숨 고르고 100km/h까지도 어려움 없이 속도를 올린다. 하지만 100km/h 넘기면서부터는 좀 더뎌지는 느낌이다. 중저속의 가속력에 집중해서 고속에서는 약해지는 걸까. 하지만 더이상의 확인은 힘들었다. 고속도로에 차가 많아서 그 이상 밟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너무 아쉽다. 역시 서울에서 시승할 때 고속주행성능은 맛보기밖에 할 수 없는 걸까. 제대로 고속도로에 올려보지 못한 게 안타깝다.


  




   차가 이렇게 잘 나가는 데에 아무래도 엔진의 공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수치상 그렇게 뛰어나지 않는데도 그 이상으로 성능이 좋은 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변속기와 궁합이 잘 맞는 게 아닐까 싶다. 엔진이 빠르게 회전수를 올리며 힘을 내면 변속기는 빠르게 그 힘을 받아 전달함과 동시에 단수를 착착 올린다. 느낄 수 있다. 내리는 것도 능수능란하다. 시속 80km로 달리다가 조금만 엑셀을 깊게 밟아도 즉각 킥다운을 하면서 순식간에 시속 100km 이상으로 속도를 올린다. 분명히 킥다운을 한 것 같은데도 단수가 5단이기에 처음엔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6단 변속기였다. 소형차가 당연히 5단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말이다. 참고로 변속기는 아이신에서 공급받는다.


   이 6단 자동변속기는 수동모드에서도 빠릿빠릿하다. 토글 방식이라서 처음엔 헛웃음이 나왔지만 게임기 조작하듯 단수를 올리면서 달리면 자동 모드보다 조금 더 빠른 가속을 맛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차를 시승하면서 변속기가 좋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데 티볼리에서는 느낄 수 있었다. 아이오닉과 니로에 얹힌 DCT도 빠른 반응속도를 보이지만 연비를 위해 일반 주행모드가 굼뜨게 설정되어 있어서 변속기의 우수함을 항상 느끼기는 어렵다. 기름을 조금 더 먹어도 상관없다면 스포츠모드를 활용하자.






   티볼리 가솔린은 전반적으로 잘 만든 만족스러운 차였다. 오늘 만나본 티볼리를 통해서 가솔린 SUV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SUV하면 덜덜거리는 달구지 같은 이미지가 강했는데 가솔린 SUV는 소음도 진동도 훨씬 덜하다. 그러면서도 비교적 저렴하고 디젤 못지 않게 잘 나갈 수 있다. 티볼리만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만 연비는 디젤과 승부가 안된다. 시승이 끝난 뒤에 확인한 트립컴퓨터 연비는 10.4km/l. 고속도로에서는 14/6km/l도 기록했지만 그 뒤에 시내 주행을 하면서 떨어졌다.(참고로 공인연비는 복합 12.0km/l, 시내 10.7km/l, 고속 14.0km/l다.) 연비가 안 좋아도 LPG처럼 연료비라도 싸면 문제없을 텐데 휘발유는 그렇지도 않다. 디젤과 가솔린, 내가 당장 티볼리를 사야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참 고민될 것이다. 그러나 차를 그리 많이 타지 않는다면 가솔린에 마음을 빼앗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식비만 빼면 여러모로 착한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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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기회를 주다니, 이걸 그린카에 감사해야 할까, 기아자동차에 감사해야 할까. 저번에 진행된 그린카의 아이오닉 시승 이벤트에 이어 이번엔 니로 시승 이벤트를 그린카에서 또 진행했다. 니로가 출시되었을 때 혹시 히번에도 비슷한 이벤트를 하지 않을까 싶어 오랜만에 그린카 앱에 들어갔는데 역시 이번에도 있었다. 게다가 이번 이벤트에선 티볼리와 비교 시승도 할 수 있도록 니로 시승 고객들에겐 티볼리 무료 시승 쿠폰까지 발급해주었다. 이런 착한 배려까지! 왠지 고맙단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니로가 어떤 차인가. 현대 아이오닉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아이오닉 바로 다음 타자로 출시된 차다. 그래서일까, 시승 내내 아이오닉과 비교를 하게 되었다. 실제로 소형 하이브리드를 사는 사람들도 아이오닉과 니로를 많이 비교해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시장 상황은 어떤가. 아직까지 둘 다 판매 초창기이긴 하지만 니로가 아이오닉보다 월등히 잘 팔리는 모습이다. 아이오닉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니로는 꾸준히 팔리면서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같은 집안의 형인 아이오닉, 그리고 경쟁 소형 SUV 등등 상대해야 할 경쟁자도 많은 화제의 차, 니로를 수서역 주차장에서 만났다.







   사진으로 니로를 봤을 때의 첫인상은 꼭 물고기 같았다. 어류의 뻐끔 벌린 입을 연상케 하는 범퍼 하단부 안개등과 에어 인테이크 부분 디자인 때문인 것 같다. 스포티지도 그렇고, K7도 그렇고 요즘 기아차들은 생선 닮았단 소리를 듣는 것 같다. 다만 위의 두 모델이 그렇듯 니로 역시 보다보니 익숙해지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범퍼 하단부 디자인을 제외한 전면부, 특히 정면에서 봤을 때 헤드라이크에서 A필러로 이어지는 윗부분은 스포티지와 닮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이 더 마음에 드는 것도 스포티지와 같다.


   덩치는 소형 SUV답게 분명히 작긴 작다. 양옆에 주차된 중형차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폭과 길이가 짧다. 다만 높이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확실히 작은 덩치이긴 하지만 니로만 떼어놓고 보면 신기하게도 그렇게 작아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차급보다 커보이고 동급 소형 SUV들보다 커보인다. 분명히 작지 않고 넉넉한 크기로 보이는데 옆의 차와 비교하면 작은 차가 맞고, 다시 차를 보면 또 커보이고, 무슨 착시 그림을 보는 듯한 묘한 기분이다. 작지만 커보인다는 것, 장점이라면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내 디자인은 무난하다. 아이오닉은 '나 친환경차요'하는 티를 여기저기서 냈지만 니로는 실내 디자인만 떼놓고 보면 하이브리드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 외관 역시 하이브리드차답지 않고 그냥 평범한 SUV 같았는데 실내 역시 같다. 아이오닉이 대놓고 하이브리드임을 어필하고 있다면 니로는 겉으로는 평범한 SUV인 것처럼 보인다. 자동차계의 '일코'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실내를 대강 훑어보면서 시트에 앉았다. 그런데 낮은 시트 포지션에 놀랐다. 물론 중형 이상의 SUV나 스타렉스 같은 승합차에서 내려다보는 수준의 높이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생각보다 너무 낮았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시트 포지션도 그렇고, 안에 가만 앉아있으면 이게 하이브리드차인지 SUV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엑센트 같은 일반 소형차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다만 계기판을 보면 확실히 하이브리드라는 걸 알 수 있다. 배터리 사용 상태를 보여주는 계기판이 타코미터 대신 들어가있고 오른쪽엔 속도계, 가운데엔 트립컴퓨터가 들어가있다. 트립컴퓨터의 화면은 옛날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들고 다니던 MP3플레이어의 그것만한 크기다. 스티어링휠에 달린 리모컨으로 트립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데, 꽤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있어서 재밌었다. 주행거리, 연비를 알려주는 건 물론이고 나침반처럼 방위를 알려주는 화면도 볼 수 있고 차량 전반의 전자장비 설정을 바꿀 수도 있다. 리모컨의 OK 버튼을 길게 누르고 있으면 친절하게 설명까지 띄워준다. 사용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인 것 같다.







   센터페시아의 스크린으로는 내비게이션, DMB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건 물론 하이브리드만의 특징인 에너지흐름도 또한 볼 수 있다. 사진의 '하이브리드' 아이콘을 누르면 된다. 에너지흐름도를 보면 지금 엔진이 돌아가고 있는지, 배터리가 충전되고 있는지, 모터가 활용되고 있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이오닉은 이 에너지흐름도가 계기판에 있지만 니로는 센터페시아에 있다. 화면이 큰 만큼 큼직하게 보이긴 하지만 좋은 점은 그것뿐, 활용하기는 아이오닉보다 불편하다. 운전하면서 시선을 전방에서 떼기 어렵기도 하고 떼면 안되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오닉은 계기판에 항상 흐름도가 띄워져 있어서 운전하는 중간중간 확인하기 매우 편하다. 하지만 니로는 흐름도를 한번 확인하려면 시선이 크게 움직여야 하므로 운전 중 확인하기가 꽤 힘들다. 게다가 내비게이션이라도 사용하려면 흐름도는 못 본다. 내비 혹은 흐름도, 둘 중 하나만 띄워놓고 볼 수 있다. 흐름도 봐서 뭐하냐는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하이브리드차에서 흐름도를 보면서 운전하는 건 하나의 재미이기도 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







   다만 뒷좌석은 아이오닉보다 확실히 우위다. 아이오닉뿐만 아니라 다른 소형 SUV도 마찬가지다. QM3의 비좁은 그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꽤 푹신하게 들어가는 뒷좌석에 앉으면 우선 무릎 공간이 꽤 넉넉한 것에 놀라게 된다. 넓은 실내공간을 마케팅에서 강조하는 게 괜한 자신감에서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넓다. 키 큰 사람이라면 뒷유리에 닿을듯 말듯했던 아이오닉에 비해서 SUV인 니로는 머리 위도 넉넉하다. 시승차엔 암레스트는 없었지만 컵홀더는 양쪽 문에 하나씩 달려있었다.







   짐공간 역시 넉넉하다. 트렁크 높이는 QM3보다 살짝 낮은 것 같지만 더 깊고 넓어서 전체적인 공간은 더 크다. 좀 더 실용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뒷좌석을 접으면 더 넓게 쓸 수 있다. 자전거 정도는 실을 만큼의 공간이 나온다. '소형차'라는 딱지가 민망하게 넉넉하고 아늑하다. SUV라서 그런가 싶지만 QM3의 트렁크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니로가 넉넉한 것 같다.










   그렇다면 주행 성능은 어떨까. 니로는 아이오닉과 같은 파워트레인, 1,600cc 가솔린 엔진과 모터가 만들어내는 합산출력 141마력, 15.0kg.m의 기관과 6단 DCT가 장착되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오닉과 거의 같지만 다른 부분들도 물론 있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이 느긋한 건 아이오닉과 같다. 빠르게 치고 나가기보단 꾸준히 속도를 높여나가는 모습이다. 다만 무게 차이 탓인지 아이오닉이 약간 더 빠른 느낌이다. 물론 둘 다 거기서 거기이고 큰 차이는 없다. 초반에 모터만 돌다가 엔진이 개입하는데, 이 개입 시점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엔진의 힘 없이 50km/h까지 모터만 돌아갈 때도 있고 출발과 거의 동시에 엔진이 깨어날 때도 있다. 주로 신호대기 후 출발할 때 엔진이 일찍 개입하고 탄력 주행을 할 때는 모터만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주행하지 않고 정지해 있을 때도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이 켜질 때가 있다. 이때는 엔진이 켜진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약간의 진동과 함께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약간 우르릉 거리는 수준의 소리지만 그렇게 시끄럽진 않다. 그러나 주행 중에 엔진이 켜질 때는 일부러 신경 쓰거나 에너지흐름도를 보지 않는 이상 알아채기 어렵다. 엔진이 개입하고 꺼지는 일련의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다. 아이오닉보다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이질감도 없고 엔진이 깨어날 때의 소리 역시 주행소음과 주변 소리에 묻혀서 잘 안 들린다. 충격 역시 거의 없다. 다만 급정거를 할 때는 갑자기 엔진이 꺼지면서 덜컹 할 수도 있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배출가스. 니로는 과연 어떨까?




   출발이 답답하다면 스포츠 모드를 이용하면 된다. 기어노브를 왼쪽으로 밀면 스포츠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기어 조작감이 무척이나 좋다. 신호대기를 할 때면 괜히 N과 D를 왔다갔다 하면서 만져보게 된다. 스포츠모드로 변경하게 되면 엔진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회전수도 높게 쓴다. 배기음 역시 더 우렁차고 스포티해진다. 가속력 역시 월등하게 좋아진다. 같은 차인게 의심스러울 정도다. 저단에서 스포츠모드를 넣고 엑셀을 꾹 밟으면 몸이 뒤로 밀릴 정도로 잘 나간다. 다만 평균연비가 뚝뚝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므로 하이브리드의 효울성을 누리고 싶다면 신호대기 후 출발할 때만 잠깐 쓰고 그 뒤로는 일반 모드인 에코 모드로 달리는 게 좋은 활용법인 것 같다.


   안정성 역시 좋은 편이다. 고갯길에서 내리막길도 타보고 고속도로에서 급차선 변경도 해봤지만 불안한 느낌을 전혀 들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씨였던지라 코너를 급하게 돌 때 바깥으로 밀려날 것 같은 불안감을 있었지만 차가 휘청대는 불안감은 없었다. 성능과는 별 상관없이 감성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정차시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의 느낌도 무척 부드럽고 쉽다. 이렇게 핸들 돌리는 느낌이 좋았던 차가 있었던가 싶다.


   연비는 하이브리드답게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뽑아낼 수 있다. 시승은 시내 구간, 고갯길 구간, 고속도로 구간에서 고루 이루어졌는데 길 막히는 시내 구간에서 가다서다 하고 스포츠모드를 활용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면서 운전했는데도 16km/l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고갯길에서는 오르막에서 연비가 떨어졌지만 내려가는 길에서 회생제동을 하면서 모터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을 탈 때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기름을 태워서 낸 에너지를 그냥 없애는 기분이지만 하이브리드차를 탈 때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배터리가 충전되어 오히려 에너지가 쌓이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는 게 즐거워진다. 시승을 마친 후에 트립컴퓨터에 찍힌 연비는 24.3km/l. full-to-full 방법을 사용해서 잰 실주행연비는 19.7km/l였다. 16인치 휠 모델의 복합연비가 19.5km/l인 걸 생각하면 공인연비만큼의 연비는 낸 셈이다.


   니로를 타보니 상품성이 꽤나 높았다. 하이브리드의 효율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넓은 공간마저 갖췄다. 거기에 정숙성은 덤이다. 정차해 있으면 외부 소음말고는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디젤 SUV의 수준의 연비와 가솔린차 이상의 정숙성을 모두 갖춘 것이다. 같은 집안 형님인 아이오닉과 비교한다면 성능은 둘이 거의 비슷하다. 가격도 비슷하다. 하이브리드로서의 개성과 특징을 잘 살린 쪽이라면 아이오닉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니로는 아이오닉이 지니지 못한 넉넉한 공간을 가졌다. 결국 이 둘의 승부에는 디자인 같은 개인의 취향이 꽤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다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값에 더 넉넉한 차를 원한다면 니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트레바리




    요즘 소형 SUV 시장이 뜨겁다. 소형차 시장이 죽쑤는 것과는 대조적인데, SUV의 인기가 끝모르고 오르고 있는 요즘 시장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 쌍용 티볼리가 경쟁력 있는 가격과 디자인을 앞세워 가솔린에 이어 디젤을 출시하며 소형 SUV 시장을 평정한 분위기이지만 QM3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비단 판매량만이 그 이유는 아니다. 출시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소형 SUV라는 장르를 대중에 널리 알리고 시장 규모를 키운 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QM3의 인기를 SM6가 이어가면서 르노삼성 전체의 분위기를 크게 띄우고 있다. 이러니 어찌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QM3를 만나봤다. 길동에서 만난 QM3는 베이지색의 깔끔한 인상이었다. 개인적으로 QM3는 디자인으로는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너무 패셔너블한 나머지 SUV보다는 껑충한 해치백 같다. 다만 앞뒤의 느낌이 조금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남성적이면서도 당돌한 전면부,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후면부, 따로 떼고 보면 상관없지만 합쳐놓으니 약간 어색하다. 실내 디자인은 주로 뒷모습을 따라간다. 면과 동글동글함을 살린 실내는 참 간결하다. 물론 쓰기 불편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시승차는 하위트림이었는지 내비게이션이 내장형이 아니라 좀 불편했다.











    내장재는 딱히 특기할 게 없다. 이 차급에서 흔히 쓰이는 직물시트와 플라스틱 내장재, 이 정도면 설명이 끝난다. 실내 공간 역시 소형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밖에서 봐도 그렇게 넓어보이지는 않는데 실제로 봐도 그렇다. 뒷좌석은 일단 성인이 편히 앉을 수는 있지만 등받이 각도 등 여러 면에서 상냥하지 못해서 장거리를 달린다면 분명 불편할 것 같다. 수납공간 역시 그리 넉넉하지 않다. 컵홀더는 1열과 2열 모두 합해서 3개뿐이며, 그 중 하나는 종이컵이나 들어갈 법한 크기다. 다른 하나는 스타벅스 플라스틱컵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거기다 앞에 있는 2개는 센터콘솔 아래쪽에 있어서 콘솔박스를 위로 올려야 수납이 가능하다. 주차브레이크 역시 콘솔박스를 올려야 편하게 내릴 수 있다. 이 점은 분명 불편했다.









    트렁크는 SUV보다는 해치백에 가까웠다. 눈대중으로 본 크기는 한급 위의 해치백인 현대 아이오닉과 비슷했다. 다만 QM3는 아이오닉보다 위쪽 공간이 더 여유 있고 탈착이 가능한 칸막이가 있어서 공간 활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떼어낸 칸막이는 트렁크 아래에 수납할 수도 있다. 거기에 6:4로 폴딩되는 2열을 접는다면 자전거가 실릴 정도의 짐칸은 나왔다. 그리 넓다고 할 공간은 아니지만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괜찮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스타트버튼을 누르면 1.5L 디젤 엔진이 깨어난다. 예상했던 대로 소음과 진동이 있다. 소형 디젤이라서 NVH는 크게 기대 안 했는데 그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주변 소음에 묻혀서 크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 다행이다. 계기판은 속도가 디지털 숫자로 표시되고 왼쪽에 타코미터, 오른쪽에 연료계가 있는 구조이다. 연비를 재려고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려 했으나 이미 가득이라서 채우지 않았는데 이게 실수였다. 시승차의 연료계가 고장났는지 시승을 마친 뒤에도 계속 풀탱크로 표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연비를 보여주는 트립컴퓨터도 없어서 결국 연비 측정은 포기했다.





차 곳곳에는 이 차가 유럽에서 만들어졌음을 알리는 표식이 붙어있다.




    QM3에 얹힌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이 낼 수 있는 성능은 90마력의 최고출력에 22.4kg·m의 최대토크다. 결코 넉넉한 수치가 아니다. 혹자는 허약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주행성능에는 큰 기대를 두지 않았다. 100마력도 안 되는 엔진이 끄는 차에 성능을 바란다는 건 난센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시내주행에서는 부족한 점이 없었다. 엑셀을 밟아주면 주저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내주었다. 5명을 다 태우고 짐을 가득 싣고 에어컨까지 틀었다면 모르겠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라면 힘이 부족해서 속썩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소형차인데도 에어를 사용한 보닛 개폐장치가 달려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 올려보고 나서야 내가 이 차에 가졌던 편견이 틀렸다는 걸 완전히 깨달았다. QM3는 허약하지 않았다. 100km/h 정도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어를 수동모드로 바꾸고 한단 아래로 시프트다운한 다음 엑셀 페달을 지긋이 밟아봤다. 그러자 차는 주저 없이 달리기 시작해서 130km/h 정도까지 무난하게 가속해나갔다. 여기서 엑셀을 더 밟는다면 그 위의 속도도 무리 없이 낼 수 있을 듯했다. 전체적인 가속 성능을 보면 136마력의 1.6L 엔진을 얹은 엑센트 디젤과 비교해도 꿀릴 게 없었다. 참고로 이렇게 고속으로 달리며 좌우로 흔들어봐도 큰 동요가 없었는데, 같은 급의 세단보다 키가 껑충한 SUV인 점을 감안하면 안정성도 우수했다.

 

    역시 자동차는 숫자만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QM3는 가르쳐줬다. 중요한 것은 엔진이 낼 수 있는 성능의 수치보다는 차체와 다른 부품과의 조합, 그리고 그를 토대로 이루어진 높은 완성도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QM3와의 만남은 신선했다. 소문만으로, 숫자만으로 편견 갖지 말고 한번 타봐라! 라고 그 차는 말했다. 타봤는데도 인상적인 게 없다면 모르겠지만 타보지도 않고 별로라고 말한다면 차가 억울하지 않을까.








Posted by 트레바리




    일반인이 신차를 타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차를 산 지인에게 태워달라고 조르거나 영업소에 찾아가 시승 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차를 사는 지인이 항상 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타보고 싶을 뿐인데 살 것도 아니면서 영업소에 가기는 부담스럽다면 빌려 타보는 건 어떨까?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에서 마침 따끈따끈한 신차인 아이오닉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청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아침 7시에 예약할 수밖에 없어 새벽에 일어나야 했지만 말이다.





그린존에서 만난 아이오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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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의 한 주차장에서 흰색 아이오닉을 만났다. 디자인은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장난꾸러기 같이 생겼지만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다. 뒷모습에서는 미래적인 감각까지 느껴진다. 곳곳에 포인트로 들어간 파란색 장식들은 이 차가 친환경차임을 말없이 알려주고 있다. 이런 파란색 포인트들은 에어컨 송풍구를 비롯한 실내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스티어링휠, 기어봉을 비롯한 실내 곳곳의 내장재 재질이 우수해서 만지는 기분이 좋다. 첫인상도 산뜻하고 차문을 열고 들어가서도 만족스럽다.





운전석과 조수석


센터페시아. 컴홀더는 왼쪽 문과 오른쪽 문에 각각 하나, 센터 터널에 하나가 있다.




    실내공간은 넉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수준이다. 뒷좌석 역시 앉은키가 큰 사람이 아니라면 크게 불편하지 않을 듯하다. 다만 완만하게 떨어지는 경사 때문에 다른 준중형차에 비해서 헤드룸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뒷유리는 마치 벨로스터처럼 가운데 바에 의해서 둘로 분할되어 있다. 이 때문에 룸미러로 뒤를 볼 때 가려지는 부분이 있지만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인터넷에서 아이오닉 트렁크 용량을 검색해보면 750L라고 나오는데, 이는 2열시트를 안 접었을 때의 용량이라고 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접지 않은 상태의 트렁크가 좁은 것은 아니며,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넉넉하게 쓸 수 있는 크기이다. 2열시트는 6:4로 분할폴딩이 가능하므로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쓰면 짐칸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뒷좌석. 헤드룸을 빼면 탈 만한 공간이 나온다.


2열에서 본 트렁크.

주행 중일 때는 룸미러에서 이렇게 보인다.



폴딩 전과 폴딩 후의 트렁크.




    스타트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불이 켜지면서 운전자를 반기는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스크린이 아니었다면 시동이 걸렸을지도 몰랐을 거다. 그 정도로 조용하다. 물론 진동도 없다. 그냥 리모컨 버튼을 눌러서 TV를 켜는 느낌이다. 과연 하이브리드, 전기를 사용하는 차의 최대 장점인 정숙성을 시작부터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가끔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면 저절로 엔진이 켜지기도 하는데, 소음이 꽤 커서 갑자기 켜지면 깜짝 놀란다. ‘내가 뭘 잘못 건드렸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디젤 엔진의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소음이 있다.


    아이오닉에는 앳킨슨 사이클의 105마력 1.6L 카파 GDI 엔진과 6DCT가 맞물린 전통적인 파워트레인에 43.5마력의 모터가 결합되어 있다. 여느 하이브리드가 다 그렇듯 저속에서는 모터만이 조용히 돌아가며 차를 움직이고, 충전이 필요할 때, 출력이 더 필요할 때 엔진이 개입하여 함께 돌아가는 구조이다. 전기만으로 움직일 때는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살짝 들리는데, 듣다보면 이륙하는 비행기 같은, 자동차가 아닌 다른 기계 안에 앉아있는 느낌이 든다. 엔진의 개입은 운전자가 임의로 제어할 수는 없지만 계기판의 에너지 흐름도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 수는 있다. 모터만으로 바퀴가 돌아가는지, 배터리가 충전되는지, 엔진이 개입되는지 등의 정보를 간략한 그림을 통해서 손쉽게 알 수 있다.

 




간결한 계기판. 하이브리드가 처음인 사람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엔진룸.




    전기만으로 달릴 때는 조용하지만 엔진이 개입하면 주행 소음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풍절음 등 다른 소음이 많은 고속 주행환경에서는 잘 모르지만 저속에서는 엔진이 개입할 때 소리가 들려서 계기판을 안 보고도 바로 알 수 있다. 다만 엔진이 개입되는 과정이 부드러워서 소리 말고는 주행시 별다른 위화감을 느낄 순 없었다. 컴퓨터가 알아서 능숙하게 엔진과 모터, 배터리를 제어하기 때문에 그쪽에는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주로 초저속주행, 내리막 주행이나 정속주행을 할 때 전기차모드로 운행되며, 전기만으로는 최고 60km/h 정도까지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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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속은 울컥하고 튀어나가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속도를 높여가는 타입이다. 연비에는 좋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답답할 수 있는 세팅이다. 문제는 가속이 그리 빠릿빠릿하지 않아서 추월을 하기 위해 급가속이 필요할 때나 막히는 도심에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때는 답답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해법은 있다. 기어를 D단에 놓은 상태에서 왼쪽으로 밀면 스포츠모드로 전환시킴과 동시에 수동변속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렇게 스포츠모드로 바뀌면 주행이 확 변한다. 엔진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모터를 배터리 잔량을 아낌없이 사용해 빠른 주행과 가속을 돕는다. 고단으로 주행 중이었다면 상황에 맞춰 한 단 아래로 자동으로 시프트다운 되며, 엔진 회전수도 좀 더 사용한다. 엔진의 힘을 모터가 보조해줘서인지 배기량에 맞지 않는 힘이 나온다. 준대형차의 엑셀을 어느 정도 밟았을 때 나오는 가속력이 아이오닉의 스포츠모드에서는 살짝만 밟아도 충분히 나온다. 이것이 현대가 말하는 드라이빙 디바이스의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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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 전기차를 탔을 때 느낀 전기계통 파워트레인의 시원시원함이 스포츠모드에서 비로소 봉인이 풀린다. 모터는 내연기관과 달리 최대토크를 가동과 동시에 쏟아놓기 때문에 가속력이 우수한 편이다. 아이오닉에서도 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짜릿한 가속력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타다보면 일반 모드는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스포츠모드로만 놓고 타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하면 하이브리드를 타는 이유인 좋은 연비가 떨어질 공산이 매우 크다. 때문에 신호대기 후 출발할 때나 고속에서 추월할 때 같이 가속이 필요할 때만 스포츠모드를 이용하고 그 후에는 일반 모드로 전환하여 타는 것이 답답함 없이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연비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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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동변속 역시 만족스럽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의 수동모드와는 달리 변속이 빠릿빠릿하다. 다만 타코미터가 없어서 수동모드만으로 능동적인 주행을 즐기기에는 제한이 좀 있는 편이다. 고속에서는 모르지만 저속에서는 기어가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충격을 느낄 수도 있으며, 특히 신호를 받고 속도를 줄이면서 중립으로 기어를 바꿀 때의 충격이 크다. 때문에 시승 내내 차가 완전히 정지한 후 기어를 조작했다. 이외에 인터넷에서 아이오닉의 언덕밀림 현상이 화제인데, 시승차에서는 해당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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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컴퓨터를 별도로 조작하는 장치는 없지만 시동을 끄면 계기판에 주행거리, 연비, 주행가능거리 등의 정보가 짧게 표시된다. 목적지인 백운호수에 도착한 직후 확인한 연비는 24.0km/l. 공인연비를 웃도는 우수한 연비다. 상기한 방법대로 돌아오는 길에는 스포츠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봤는데, 연비는 변함없이 24.0km/l 정도였다. 그러나 기름을 가득 채우고 출발한 뒤 시승을 하고 돌아와서 다시 가득 채우고 연비를 계산하는 전통적인 계산법으로 연비를 내보자 18.57km/l가 나왔다. 반올림으로 좋게 봐줘도 19.0km/l밖에 안 된다. 물론 이 정도면 상당히 우수한 연비긴 하지만 공인연비에 못 미칠 뿐 아니라 트립컴퓨터가 계산한 연비와 다르다는 점에서 의문점이 남는다.




하이브리드는 역시 친환경! 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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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하이브리드 시승은 아이오닉이 처음이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만 경험해본 내게 하이브리드는 어떤 느낌일까 항상 궁금한 존재였다. 아이오닉을 만나고보니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름을 같이 쓸 수 있으니 충전소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러면서 연비는 우수하고, 조용하면서 진동도 적고, 원할 때는 얼마든지 재미있게 탈 수 있다.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지만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받는다면 현실적인 부담은 많이 줄어든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아이오닉과의 만남 덕분에 앞으로 현대차가 계속해서 내놓을 하이브리드차에 기대가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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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레바리




   한때는 우리나라에서도 소형차가 대세이던 때가 있었다. 바야흐로 르망과 엑셀, 프라이드가 도로를 주름잡던 그 시대일 것이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말이다. 당시 경차는 티코 한 종류뿐인데다가 차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더 안 좋아서 싸고 작다고 무시를 많이 받았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경차 타고 다니면 놀리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경차가 나온지 얼마 안된 90년대 초에는 어떠했겠는가. 준중형차도 90년대 초반 들어서 등장하기 시작했고 중형차는 서민들이 편히 타고 다니기엔 부담스러운 가격과 분위기의 차였다. 이런 상황에서 포니 때부터 계보가 내려온, 뿌리깊은 소형차가 전성기를 맞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한국경제를 묘사할 때 자주 인용되는 단어가 있다. '샌드위치'. 치고 올라오는 후발주자와 멀어져 가는 선두주자의 틈바구니에 끼어 입지가 좁아지는 걸 나타내는 용어다. 90년대에 접어들어 2000년대로 향하면서 소형차에 그런 샌드위치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경차는 사회적으로 낮은 인식과 대접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경제성과 각종 혜택의 힘으로 시장을 넓혀갔다. 1998년에 나온 마티즈는 기존의 경제성에 더해 깜찍한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으며, 현대와 기아에서도 경차가 나왔다. 준중형차는 아반떼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첫차를 사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데에 성공했다. 소형차와 큰 가격차는 안 나면서 좀 더 여유로운 공간과 옵션, 성능을 갖춘 점이 통했던 것이다. 경제 성장에 따라 중형차 시장도 커졌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며 소형차 살 사람은 준중형차를, 준중형차 살 사람은 중형차를 사고, 싼 차를 찾는 사람들은 아예 경차로 돌아서면서 소형차 시장은 크게 축소되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판매량 감소와 함께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져서 소형차에 대해서는 흥미도, 아는 것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어떤 차들이 있는지 정도만 알고 있지 별 관심은 두지 않았었고, '첫차로 사고 싶은 차'를 골라볼 때도 소형차는 항상 빠져있었다. 그러나 엑센트를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엑센트와의 첫 만남은 군대 가기 직전, 전국여행을 하기 위해서 렌터카를 빌리면서였다. 예산이 별로 없었기에 최대한 작은 차를 빌려야 했지만 레이를 타보고 경차의 주행성능에 실망을 많이 한 뒤였기 때문에 경차를 빌리기는 싫었다. 자연스럽게 소형차로 눈이 돌아갔고, 연비가 우수하기로 소문났던 엑센트 디젤을 빌리게 되었다. 은색의 2012년식 자동변속기 차량이었다. 길거리에서 볼 때는 그저 평범한 소형차에 불과한 엑센트였지만 렌터카회사 직원의 인도를 받아 지하주차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는 인상이 상당히 좋게 보였다. 아마 내 돈 주고 빌린 차이기에 좀 더 애정있는 시선으로 봤기 때문이리라.


   엑센트는 엑셀의 후속 차종으로서 한국차 최초의 독자개발 모델로 나왔던 차다. 포니가 한국차 최초의 독자모델이라면 엑센트는 100% 국산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독자개발 한국차인 것이다. 1세대 모델이 나온 것이 1994년으로, 당시로서는 신선했던 비누처럼 동글동글한 인상의 차체와 다양한 색상으로 인기를 끌었었다. 국내에서는 1997에 출시된 후속모델에 베르나라는 이름을 물려주고 단종되었으나 해외에서는 계속 엑센트로 팔리다가 2010년에 국내에서도 다시 엑센트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다. 내수명과 해외명을 통일할 겸 인기가 낮았던 베르나의 잔재를 털어버리고 싶었던 현대차의 결정이었다.








   이렇게 해서 프로젝트명 RB의 새 소형차는 옛날에 잘 나가던 선행모델의 이름을 다시 달고 한국 소비자들 앞에 서게 되었다.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한 것일까. 엑센트는 전작 베르나와는 달리 고무적인 성적을 거두며 소형차 시장에서 성공했다. 윗급인 아반떼와 유사한 세련된 디자인, 효율성 높은 디젤 엔진을 내세우며 프라이드를 앞지르고 소형차 시장 1위를 차지했으며, CVT, DCT 등 최신 첨단변속기들을 빠르게 적용해 나가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2013년형부터는 LED주간주행등과 새 디자인의 휠을 달고 있어서 외적으로도 이전 연식 차들과 구분된다.


   처음 엑센트가 나왔을 때부터 들었던 생각이지만 아반떼(MD)와 정말 많이 닮았다. 인터넷으로 사진만 볼 때는 뭐가 뭐인지 구분을 못 할 정도였다. 아반떼가 거리에서 많이 보이고 엑센트도 실물로 보게 되면서 이제는 한번에 구분해낼 수 있지만 처음에는 어디가 다른지 사진을 뚫어져라 관찰하곤 했었다. 아반떼의 디자인이 워낙 완성도가 높은 탓에 그를 닮은 엑센트의 외관도 만족스럽다. 다만 쿠페과 비슷한 날렵한 인상의 아반떼와는 달리 엑센트는 좀 더 통통하고 앙증맞은 인상이다. 차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색깔에 따라서도 인상이 바뀌는데, 시승차 같은 은색은 꽤 무난하지만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차들을 보면 또 인상이 많이 달라진다.








   실내 디자인 역시 만족도가 높다. 딱히 소형차의 인테리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확실히 경차보다는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물론 차체 크기의 한계 때문에 공간활용에는 제약이 있지만 작은 공간을 제외하면 윗급 차량과 비교해도 크게 불만을 느끼지 못했다. 소형차라 하여 엑센트의 인테리어에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센터페시아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별다른 이질감없이 편히 사용할 수 있는 무난한 구성이다. 역시 여기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다. 3박 4일 동안 시승하면서 실내 구성에 딱히 불평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덩치가 큰 사람이라면 장거리 운행 때 답답함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또한 이 안에서 자는 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룻밤 자보고 알게 되었다.







   시동을 걸면 진동과 소리와 함께 엔진이 몸을 일으킨다. 귀에 거슬리지는 않지만 디젤 엔진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고급 디젤세단이 아니기 때문에 가솔린차 수준의 정숙성은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형 디젤차에 기대했던 것보다는 꽤 탈 만했다. 시동이 걸리면서 계기판도 켜지며,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750rpm 정도가 걸린다. 가끔 주행거리를 확인할 때마다 시동을 켜야 했는데, 이럴 때는 시동을 켜지 않아도 거리계를 볼 수 있는 구형 아날로그 계기판이 그립다.







   뒷좌석은 딱 소형차에 기대할 만한 수준이다. 들어가 앉았을 때 탈 만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리 여유롭지는 못하며, 여기 앉아 장거리를 달린다면 분명 불편해질 것 같다. 스키스루가 없어서 캐빈과 완전히 분리된 트렁크도 소형차에 적절한 수준의 용량을 갖고 있다.







   엑센트 디젤의 심장은 1.6L U II VGT 엔진이며, 시승차는 여기에 4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엔진이 윗급인 아반떼 디젤에 얹힌 것과 같다. 더 가벼운 차에 얹힌 U II 엔진은 경쾌한 주행성능과 우수한 연비를 보여준다. 특히 최초 발진시가 아주 만족스럽다. 최고출력 128마력(4,000rpm), 최대토크 26.5kg*m (1,900~2,750rpm)의 엔진은 엑셀을 살짝만 밟아도 튕겨나가듯 가볍게 차체를 밀어붙인다. 속도계도 그와 함께 오른쪽으로 빠르게 올라간다. 덕분에 도심에서 신호대기 후 출발할 때 매우 편했다. 물론 오르막도 거침없이 편히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초기 발진에 비해 중고속으로 갈수록 경쾌함은 떨어진다. 회전수를 올리다가 1,400에서 1,900rpm 사이 구간으로 들어가면 느껴지는 더뎌진 가속과 반응이 답답하다.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추월 등을 시도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엑셀을 더 밟아줘야 수월한 발진이 가능했다. 하지만 회전수를 더 높여서 이 구간을 지나면 다시 경쾌한 가속을 이어간다. 120km/h까지는 스트레스없이 올라가며, 140km/h까지는 더디지만 꾸준히 올라간다. 하지만 140km/h 이상으로 쭉쭉 올리는 건 무리였다. 풀스로틀을 한다면 속도를 더 높일 수도 있었겠지만 100km/h 이상 고속에서의 시원한 가속은 앞서 말했듯 120km/h까지인 것 같다.







   가속뿐만 아니라 코너링도 꽤 믿음이 갔다. 미시령 고갯길을 꽤 높은 페이스로 내려가며 핸들링을 해봤지만 불안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비록 한계상황에서 해본 테스트는 아니었지만 일상생활에서 조금 과격하게 밀어붙인다고 흔들릴 만한 코너링은 아니었다. 미시령을 내려가며 사용해본 수동변속 모드도 괜찮았다. 파워트레인과 차체의 전반적인 성능은 큰 불만없이 만족스러웠다.







   소형 디젤인 만큼 연비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연비는 소문대로 정말 우수했다. 고갯길 주행을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16km/l 이상은 가볍게 나왔으며, 고속주행에서는 18~20km/l 이상 나왔으리라 확신한다. 기대했던 것보다 연비가 훨씬 좋아서 주유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전국을 15,000km 이상 달리면서 주유소를 딱 세 번 들렀다. 2012년식 디젤 자동의 공인연비(도심 14.3, 고속 20.4, 복합 16.5)를 생각해보면 '뻥연비'라는 단어는 엑센트 디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연비는 매우 우수했다.








   엑센트 디젤과 함께 여행을 갔다오니 내가 이 차의 매력을 몰라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차는 내가 생각해왔던 대로 그냥 평범한 소형차다. 외관도, 인테리어도, 성능도 무난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 속에서 찾은 매력이 빛났다. 매일 봐오던 평범한 친구에게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을 때 사람이 달리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무심히 넘겼던 생김새도 차키를 손에 넣고 나서 보니 꽤 매력있게 잘 나왔다는 걸 알았다. 준중형급 1.6L 디젤엔진의 주행성능도 경쾌했다. 특히 연비는 이 차 최대의 매력이었다. 겉만 볼 때는 몰랐지만 알고보니 내 지갑까지 신경써주는 좋은 녀석이었다.








Posted by 트레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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