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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시승기

[시승기] 미모와 준수한 성능의 만남 - 르노삼성 SM6 LPe

by 여만창 2018. 1. 21.




  제주도는 렌터카의 천국이다.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좋은 조건에 다양한 종류의 차들을 타볼 수 있다. 물론 육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주로 렌터카를 빌려 여행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렌터카 시장이 커진 것이고, 그에 따른 경쟁으로 가격도 내려가고 상품 구색도 다양해진 것이다. 덕분에 나같은 자동차광들에게 제주도는 갖가지 차들을 착한 가격에 타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 되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가며 탈 차를 내가 고르게 되었다. 친가가 제주도에 있어서 명절에 내려갈 때마다 차를 빌렸지만 그때의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어차피 운전은 아버지가 하시니까.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운전은 전적으로 내가 할 거고, 그래서 차도 내가 골랐다. 조건은 두 가지, 네 가족이 타기에 무난한 크기에 연료비가 적게 드는 LPG차여야 했다. 르노삼성차를 별로 타본 적이 없어 SM6를 빌리기로 결정하고 차를 예약했다.







  공항에서 나와 렌터카 사무실로 가니 다양한 차들이 서있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거의 모든 차가 흰색이었다. 왜 흰색인지 모르겠다. 무난하면서도 관리하기 쉬운 색이라 그런가, 아무튼. 당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쏘나타 뉴라이즈도 벌써 상당한 수가 렌터카로 풀려있어서 놀랐다. 출고되자마자 다 제주도로 건너왔나보다. 그 중에서 현기차가 아닌 차는 별로 없었다. 그 얼마 아닌 차 중의 하나, 바로 내가 빌린 SM6다.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SM6의 디자인은 정말 예쁘다. 결함덩어리라고 이 차를 까는 사람들조차 디자인이 잘 빠졌다는 건 부인하지 않는다. 대신 예쁜 쓰레기라고 하지 사진으로 봤을 때도 예쁘다고 생각했고, 거리에 지나다니는 걸 보면서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운전할 차라고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더욱 더 예뻤다. 디자이너들이 영혼을 담아낸 것만 같다. 보면 볼수록 괜찮은 디자인이다. 이 미모에 혹해 이 차를 샀다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된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렌터카용 저렴이 트림이기 때문에 SM6가 자랑하는 풀스크린 센터페시아는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거대한 플라스틱판에 오디오와 공조류 버튼들이 박혀있었다. 아버지 왈, 왜 이렇게 못생겼냐고... 그도 그럴 것이 원래 대형 모니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억지로 물리 버튼들을 달아놓은 것이니 안 어울릴 만하다. 일단 센터페시아는 마이너스... 대신 기어노브는 꽤 괜찮다. 부츠식에 무광 금속장식으로 마무리 돼 있는데,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조작감도 좋다. 파킹브레이크는 레버식이다. 기다란 레버가 각도를 바꾸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일반적인 레버와 달리 SM6의 파킹브레이크 레버는 ㄱ자로 꺾여 있어서 수평을 유지한 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LPe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140마력의 2.0L LPG엔진에 CVT의 조합이다. CVT이기 때문에 초반에 속도를 올릴 때 타코미터의 바늘 위치가 변하지 않은 채로 속도가 붙는다. 엑셀을 밟으면서 속도를 올리는데도 타코미터가 움직이지 않아서 신기했다. 그러나 그 외엔 일반 자동변속기와 비교해봤을 때 딱히 다른 점이 없다. 가속감도 똑같다. 수동 조작도 가능한데, 일반 다단변속기와 똑같이 작동한다.


  주행성능은 꽤 무난했다. 역동적이거나 민감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제주도는 제한속도 80km/h 이상인 도로가 없고 가족들과 함께 탔기 때문에 속도를 낼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밟아본 적도 없음에도 왠지 잽싸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전반적인 세팅이 민첩한 움직임보다는 여유로운 주행감에 맞춰져 있다. 패밀리세단의 당연한 덕목이다. 부족감 없이 목적에 맞게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성능이었다. 연비는 10km/l 언저리였던 것 같다.






  SM6 LPe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성능의 예쁜 차였다. 이 정도의 성능에 그 미모라면 꽤 매력이 있다. 하지만 단기이용자가 아니라 구매자로서 생각해본다면 SM6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품질과 결함 문제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최근 SM6의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도 품질 및 결함 문제, 그리고 르노삼성의 모르쇠 대응이지 않은가. 아무래도 구매자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잔고장으로 정비소를 들락거리는 게 비용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간 스트레스가 아닐 테니까. 다만 이런 요인들을 제외한다면 디자인과 성능 관련한 상품성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퍽 매혹적인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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