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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시승기

[시승기] 일본 경차를 타보다 - 토요타 픽시스 메가

by 여만창 2018. 2. 4.

 

 

 

  일본은 경차왕국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선 경차라곤 단 3종에 만드는 메이커는 2개, 판매량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일본에선 경차의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고 판매량도 많다. 그래서 일본차 메이커들이 꽤 공을 들이는 등급이기도 하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차종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스즈키 알토 같은 저렴한 보급형부터 스즈키 허슬러 같은 경SUV, 혼다 S660 같은 경스포츠카까지 다양한 차종들이 있다. 또한 일본의 경차규격은 우리나라보다 더 빡빡하기 때문에 크기도 더 작고, 따라서 더 귀엽다. 이러한 개성 있는 일본 경차들은 우리나라에서 컬트적인 인기가 있지만 정식 수입은 되지 않아 많이 찾아보긴 힘들다.

 

  그래서 언제 일본에 가면 꼭 일본 경차를 타보고 싶었다. 경차왕국의 경차를 한번 타보는 것, 자동차 매니아로서 한 번 노려볼 만한 목표였다. 그래서 도쿄에 갔을 때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나 빌렸다. 하이브리드차로도 유명한 일본이었기에 둘 중 어느 걸 빌릴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혼자 탈 거고 많이 탈 것도 아니었기에 경차를 골랐다.

 

 

 

 

 

 

  차를 찾기 위해 토요타렌터카 사무실로 찾아갔다. 토요타렌터카 후카가와점에 찾아갔는데, 옆에 토요타 딜러들도 붙어있었다. 그리고 차를 찾아서 나왔다. 이때 받은 차가 바로 픽시스 메가(ピクシス メガPixis Mega)다. 픽시스 메가는 토요타의 경차인 픽시스 시리즈의 일원이다. 다만 토요타에서 개발한 차는 아니다. 정체는 바로 토요타의 자회사인 다이하츠에서 개발한 웨이크(ウェイク, Wake)다. 경차의 한 종류인 경톨웨건('경미니밴을 부르는 일본식 영어; -일본어 위키백과)이다. 2014년에 출시된 이 차를 토요타에서 가져와 2015년에 출시한 게 픽시스 메가다.

 

 

 

 

 

 

  이 차는 아주 정직한 박스카의 외관을 하고 있다. 네모난 상자에 보닛만 아주 살짝 톡 튀어나온 모습이다. 경차 규격을 꽉꽉 채우느라 폭이나 전장 등은 작지만 키는 꽤 크다. 그래서 이 차가 달릴 때면 무언가가 오똑 서서 뽈뽈거리며 가는 것 같다. 벌집 그릴, 똘망한 헤드라이트, 곳곳에 붙은 플라스틱 장식 등이 붙어 일본 경차답게 개성 있는 모습이다.

 

 

 

 

 

 

  실내는 매우 광활하다. 경차 규격의 극한까지 공간을 확보한 차답게 아주 널찍널찍하다. 뒷좌석 레그룸은 웬만한 대형차랑 비교해고 꿀리지 않을 듯하다. 차는 작지만 탑승자가 100kg이 넘는 거구가 아닌 이상 실내에서 꽉 끼어서 탈 일은 없을 것 같다. 옛날에 레이를 탔을 때 경차치고 넓은 공간에 꽤 놀랐었는데 이 차는 그 레이보다도 한 수 위다. 심지어 레이보다 작은데도! 경차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체감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다. 물론 디자인이나 재질은 다마스보다 살짝 나은 수준이다. 앞좌석은 센터터널 없이 워크스루로 되어 있다. 계기판은 간결하기 그지없다.

 

 

 

 

 

 

  차를 끌고 수도고속도로 완간선으로 나가보았다. 이제 주행실력을 볼 차례다. 픽시스 메가에는 NA와 터보 모델이 있는데, 나는 NA를 받았다. 이 차의 엔진은 배기량 660cc에 52ps/6,800rpm의 출력, 6.1kgf.m의 토크를 낸다. 변속기는 CVT다. 겨우 50마력을 조금 넘는다. 게다가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박스형 디자인이다. 수치로 미루어보아 주행성능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고, 역시 그 예상대로였다. 초반엔 그래도 굼뜨지 않게 나가지만 중속부터는 느릿느릿하다. 여유가 있는 느릿함이 아니라 그냥 느릿함이다.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에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사실 100km/h면 이 차 계기판의 2/3(...)를 뚫는 거다. 표기가 140km/h까지뿐이니... 당연히 고속도로에서 여유롭게 추월하는 것도 힘들다.

 

  극단적인 박스형 차체라서 안정성도 떨어졌다. 고속코너에서 살짝만 핸들링을 과격하게 해도 휘청거린다. 방음방청도 뛰어나지 않다. 다만 방음방청이 잘 안 되는 건 차급을 생각하면 그리 마이너스라고 생각하긴 힘들다. 고급차라면 실망하고도 남았겠지만 경차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하고 탈 만하다. 바람소리 살짝 들리고 엔진소리 살짝 들리는 정도니까. 무한리필집 가서 한우를 바라지 말자 서스펜션은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아서 노면의 상태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잘 느껴졌다. 다만 사람에 따라 덜덜 떨린다고 느낄 순 있을 것 같다. 변속기가 단수가 없는 CVT여서인지 전에 레이를 탔을 때 느꼈던, 다운시프트 때 동반되는 급격한 RPM 변화는 없었다.

 

 

 

 

 

 

  경차이니 연비도 중요하다. 공인연비는 25.4km/l이지만 일본 공인연비가 다 그렇듯 당연히 뻥연비(-_-)다. 도대체 공인연비 측정을 어떻게 하는지 원... 아무튼 직접 주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비를 정확히 계산해볼 순 없었다. 다만 추정은 가능했다. 정산할 때 기름값으로 9,000원 정도를 냈는데, 리터당 1400원 정도로 생각하고 나누면 대략 6리터 조금 넘게 나온다. 그리고 92km를 달렸으니 대충 15.3km/l다. 출력이 원체 낮아 엑셀을 많이 밟은데다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박스형인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차는 교외생활이나 레저생활에는 별로 어울리지 못하다. 시골의 국도나 고갯길, 그리고 멀리 나가기 위해 거치는 고속도로를 달리기에는 차의 주행성능이 그리 넉넉지 못하다. 물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속이 많이 답답해질 테니 별로 추천하진 않는다. 이 차의 원형인 웨이크의 개발 모토가 '일상에서 레저까지'였다는데 공간은 몰라도 성능은 레저생활까지 커버하긴 무리다. 다만 경차의 작은 차체에서 오는 특유의 기동성과 넓은 공간이 합쳐져서 도시에서는 꽤 활약할 수 있겠다. 도시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 용도로 쓰기에는 충분한 성능이고, 경차임에도 실내 공간이 넓어서 쓰임새가 좋다. 도심통근자나 짐을 싣고 골목을 누빌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입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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