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이야기/시승기

[시승기] 편견 가질 필요 없어! - 2019 쉐보레 말리부

by 여만창 2021. 2. 15.

 

말리부가 타고 싶어서 일부러 골랐던 건 아니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서양의 렌터카 회사는 차종을 특정해서 예약하는 서비스를 일반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차급을 지정해서 예약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캐나다로 넘어가는 여행을 위해 소형차급을 예약했는데, 뜻밖에 말리부가 나왔다. 아마 차가 없었던 모양이다. 한국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돼서 '국산차'로 팔리는 차를 보니 살짝 반가웠다. 진짜 국산 브랜드인 대우를 멋대로 지워버리고 그 자리를 침략해 들어온 브랜드의 차가 반갑게 느껴진다니, 아이러니하다. 사실 반가움보단 아쉬움이 더 컸다. 이왕 미국까지 온 거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차를 타보고 싶었는데 말리부라니...

 

 

시승차는 2019년형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었다. 페이스리프트 전보다 더 보기 좋아진 '정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페이스리프트 전엔 범퍼 쪽이 마치 입이 삐죽 튀어나온 보여서 은근히 거슬렸는데 성형수술을 거치면서 깔끔하게 바뀌었다. 인상도 더 환해진 모습이다. 그에 반해 뒤쪽은 변화가 그리 크지 않다. 리어램프가 상어 아가미처럼 바뀐 정도? 말리부와 같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앞모습이나 뒷모습 어느 한쪽만 바뀌고 다른 쪽은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경우, 앞과 뒤가 부조화스러운 경우가 많다. 가령 앞쪽은 최신 유행에 맞게 세련되게 바뀌었는데 뒤쪽은 어색하게 옛날 모습으로 남아있는 식이다. 하지만 말리부는 그렇지 않다. 세련되게 바뀌었으면서도 기존의 뒷모습과도 조화롭다. 잘 된 페이스리프트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만족감도 높다. 멋진 디자인이다. 실내공간도 넉넉하다. 무릎공간, 수납공간, 트렁크 등등, 짐 싣고 운전하면서 좁아서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사실 말리부는 작은 차가 아니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는 미국 아닌가. 주변에 있는 차들이 워낙 크다보니 말리부가 상대적으로 작아보였다. 맨 처음 차를 픽업할 때 딱 그랬다. GMC 유콘 같은 우람한 풀사이즈 SUV들 사이에 끼어있으니 귀여워보일 지경이었다. 어쨌든 공간 때문에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뒷좌석 암레스트, 뒷좌석 송풍구,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등 렌터카치고 편의사양도 나쁘지 않았다.

 

 

이번 말리부 시승에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단연 1.5L 엔진의 성능이었다. 차는 작지 않지만 엔진은 작다. 아까 위에서 소형차급으로 예약했음에도 말리부가 나와서 놀랐다고 썼는데, 엔진만 놓고 보면 소형차급 맞다. 미국 기준으로는 더더욱. 이 작은 엔진이 말리부를 제대로 달리게 하는 데 충분할 것이냐, 그게 내 관심사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달리면서 이 차의 배기량이 1.5L라는 건 완전히 잊었다. 사실 출력만 따지자면 163마력이라 쏘나타의 2.0L 엔진과도 별 차이 없다. 사람 4명을 태우고 시속 160km을 밟는다면 또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주행상황에서 답답할 일은 전혀 없었다. 성공적인 다운사이징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에서 운전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다보니 긴장이 돼서 첫날은 무사히 목적지까지 가는 데에만 온정신이 팔려서 시승이고 뭐고 없었다. 마음껏 차를 느껴보지도 못하고 반납한 게 못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다운사이징이 아주 잘됐다는 것 하나는 확실히 알았다. 수치만 보면 163마력이라는 힘이 경쟁 차종이랑 비교해서 부족하지 않은 출력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1.5'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도 있고, 그 163마력의 힘을 적절한 구간에서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도 있어서 한번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직접 확인해본 결과,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