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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

자동차의 체질

by 여만창 2011. 11. 18.
너무 오랜만이네요.^^; 이제마의 사상의학을 아시나요?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네 가지로 나누어 그에 맞는 치료법을 찾고자 하는 의학입니다. 사람만 체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도 체질이 있습니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신체 특성이 다르고 치료법이 다른 것처럼 자동차도 체질, 즉 구동 방식에 따라 특성이 다 다릅니다. 오늘은 자동차의 다섯 가지 체질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FF

FF 개념도 (출처)


Fron engine Front wheel drive(FF), 즉 앞엔진 앞바퀴굴림 형식입니다. 전륜구동이라고도 많이 불립니다. 엔진이 차의 머리 부분에 얹혀있고 앞바퀴만 굴리고 뒷바퀴는 굴리지 않습니다. 차를 끄는 건 앞바퀴고 뒷바퀴는 그냥 끌려가기만 합니다. 90년대부터 자동차 체질의 주력으로 급부상해 요즘 나오는 국산차는 몇몇 고급차와 네바퀴굴림 SUV를 제외하면 거의 다 FF입니다.

엔진과 구동 장치가 모두 차 앞에 있기 때문에 차 뒤에 여유가 생겨 실내 공간을 넓게 뽑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FF는 넓은 실내공간이 필요한 소형차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또한 고속에서의 직진성이 뛰어납니다. 수레를 앞에서 끄는 것과 뒤에서 미는 것을 비교하면 빠르게 달릴 때 앞에서 수레를 끄는 것이 수레를 다루기가 훨씬 쉬운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또한 FR이 엔진의 힘을 뒷바퀴에 전해주는 장치를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FF는 구동축이 엔진 곁에 있기 때문에 그런 장치가 필요없습니다. 따라서 무게를 줄일 수 있고 거기에 엔진의 힘을 뒷바퀴까지 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엔진력의 손실이 적어 연비가 좋습니다. 또한 최근엔 FF가 대세이기 때문에 쉽게 자료를 구하고 실험할 수 있어 개발 비용과 시간이 단축됩니다. 앞에서 차체를 끌고 구동축에 하중이 실려서 접지력이 좋기 때문에 미끄러운 눈길에 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요 기계장치가 앞쪽에 집중되어 있어 머리가 무거워지고 앞뒤 무게 배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코너에서 차가 돌 때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바깥으로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스포츠카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앞엔진 앞바퀴굴림 차 (대우 토스카)


FR


FR 개념도 (출처)


Front engine Rear wheel drive(FR), 즉 앞엔진 뒷바퀴굴림 형식입니다. 후륜구동이라고도 많이 불립니다. 후륜구동이라고 하면 뒤에 나올 MR과 RR도 포함되지만 보통은 FR을 가리킵니다. 엔진은 FF와 같이 차 앞에 있지만 FF와는 달리 앞바퀴가 아닌 뒷바퀴를 굴립니다. 원래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FR 형식으로 발전해왔지만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더 경제적인 FF 쪽으로 주도권이 많이 넘어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후륜구동 차량이 훨씬 유리한 모터스포츠가 발달하지 않았고 겨울에 길이 자주 얼기 때문에 눈길에 강한 전륜구동 차량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후륜구동의 경우, 눈이 얼어 미끄러운 오르막길에서는 뒷바퀴의 힘이 앞쪽에서 아래로 가해오는 무게를 이기지 못해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미끄러지기 쉬운 것뿐만 아니라 움푹한 곳에 빠지면 바퀴가 헛돌기도 쉬운데 이는 FF에 비해서 구동축에 가해지는 하중이 적기 때문입니다. FF는 엔진이 구동축을 위에서 눌러주니 바퀴가 땅에 닿는 면적이 넓어지고 마찰이 커져서 빠져나오기 쉽지만 FR은 바퀴에 가해지는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바퀴가 떠서 접점이 적고 이 때문에 마찰력이 모자라 치고 나가지 못하고 헛돌기만 하는거죠. 뒷바퀴를 굴리는 외제 고급차들이 눈길에서 국산 준중형차보다 더 빌빌거리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또한 엔진의 힘을 뒷바퀴로 전해주는 추진축이 차체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실내 공간을 넉넉하게 뽑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이 추진축의 무게 때문에 차가 더 무거워져 기름도 FF보다 더 먹습니다.

그러나 무게가 차 앞뒤로 골고루 배분되어 있어 충격을 흡수하기 쉬워 승차감이 더 좋습니다. 같은 이유로 코너에서 FF보다 안정적이어서 코너링이 더 좋습니다. 가속을 할 때도 FR이 FF보다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수레를 뒤에서 미는 것이 앞에서 끄는 것보다 쉬운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하지만 방향을 정하는 조향축(앞바퀴)와 차를 움직이는 구동축(뒷바퀴)이 달라서 고속에서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고 차가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이렇게 쉽게 미끄러지는 성질을 이용해서 하는 레이싱 기술이 드리프트입니다. 하지만 FF로 드리프트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코너 안쪽으로 미끄러지는 성질이 있어 회전반경이 적어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쉽고 이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FR은 드리프트 같이 후륜구동의 특성을 이용한 다양한 레이싱 기술을 써서 FF보다 유리하게 코너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가속에서 유리하고 코너에서 안정적이고 여러 기술을 써서 코너를 쉽게 탈출할 수 있기 때문에 FR은 스포츠카에 매우 적합합니다. 실제로 수많은 스포츠카들은 FR이고 FR, MR, RR 같이 후륜구동이어야만 스포츠카로 인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편안한 승차감을 얻을 수 있고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급차에 많이 쓰이는 방식입니다. BMW의 경우는 모든 차종이 뒷바퀴를 굴립니다.


앞엔진 뒷바퀴굴림 차 (현대 에쿠스)


MR


MR 개념도 (출처)


MR(Midship engine Rear wheel drive)엔진이 차의 가운데에 있고 앞바퀴를 굴리는 구조입니다. 미드십, 가운데엔진 뒷바퀴굴림이라고도 부릅니다. 엔진이 운전석 바로 뒤에 얹혀 이름 그대로 엔진이 차의 가운데에 얹힌 모양입니다.  엔진이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자동차의 모든 체질 중에서 앞뒤 무게 배분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 때문에 매우 안정적이고 관성의 영향을 덜 받아 스포츠주행에 매우 적합합니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들은 이런 이유로 일부 모델을 제외하곤 대부분 미드십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엔진이 차의 가운데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실내 공간이 좁아져서 뒷좌석을 만들지 못해 2명 밖에는 탈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미드십은 스포츠카를 제외하곤 쓰이지 않지만 엔진이 작은 경차의 경우엔 MR 형식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엔 승차정원 문제도 해소됩니다. 비슷한 체질로 MF(Midship engine Front wheel drive)FMR(Front-Mid engine Rear wheel drive)도 있지만 매우 드물게 쓰입니다. FMR은 엔진이 앞쪽에 있지만 운전석에 가깝게 약간 뒤에 얹혀있는 FR에 가까운 미드십 구조입니다.


가운데엔진 뒷바퀴굴림 차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RR


RR 개념도 (출처)


RR(Rear engine Rear wheel drive)엔진이 차 뒤에 있고 뒷바퀴를 굴리는 구조입니다. 뒤엔진 뒷바퀴굴림이라고도 합니다. 앞바퀴는 차를 움직이는 역할은 전혀 하지 않고 방향 잡는 역할만 합니다. 일반 자동차의 엔진룸 자리에 수납 공간이 있고 일반 자동차의 트렁크 자리에 엔진이 있습니다. 실내공간을 넓게 뽑을 수 있어 초기의 소형차에 많이 쓰였지만 기술이 발달하며 부가 장치가 많아져서 실내 공간이 좁아진데다가 다루기 어려워 인기가 떨어졌고 현재는 버스와 몇몇 스포츠카에만 쓰입니다. 특히 RR은 독일의 스포츠카 메이커인 포르쉐의 상징이다시피한데 RR 구조를 승용차에 쓰는 회사는 포르쉐가 거의 유일합니다. 독일 국민차 비틀을 설계한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최초의 포르쉐도 RR로 만든 이래 그 전통을 지켜 포르쉐는 지금까지도 RR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포르쉐를 제외하면 버스에만 RR 형식이 쓰입니다.

RR은 엔진 등 구동계를 모두 차 뒤에 몰아넣어 실내공간을 넓게 뽑을 수 있습니다. 히틀러가 포르쉐 박사에게 국민차 생산을 지시했을 때 가장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실내 공간을 넓게 만들어 4명이 탈 수 있게 하라는 거였는데 이 때 실내공간을 넓히기 위해 채택된 형식이 RR입니다. 또한 자동차에서 가장 큰 구조물인 엔진을 뒤에 배치함으로써 운전석을 높이 올리거나 앞을 늘려서 엔진룸을 만들 필요없이 넓은 실내 면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버스는 RR 형식을 채택합니다. 시내버스를 타면 차 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대신 맨 뒷자리가 높이 올라가 있는데 바로 그 높이 솟아오른 뒷자리 아래에 엔진이 있습니다. 실내공간 뿐만 아니라 제동 성능도 좋은데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차가 멈춰서며 관성 때문에 차의 앞부분에 하중이 실리고 차 뒷부분도 엔진 등을 담고 있어 무겁기 때문에 무게 배분이 골고루 되어 뛰어나고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RR은 다루기가 무척 힘듭니다. 차 뒤가 매우 무겁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 원심력을 잘 받아 코너에서 빠르게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숙련된 운전자가 아니면 컨트롤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 능숙해지면 이렇게 쉽게 미끄러지는 점을 이용해 RR만의 짜릿한 코너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뒤엔진 뒷바퀴굴림 차 (포르쉐 911)


4WD


AWD 개념도 (출처)


4X4(포바이포), AWD(All Wheels Drive), 혹은 4WD(4 Wheels Drive)는 자동차의 네 바퀴를 모두 굴리는 방식입니다. 사륜구동, 모든 바퀴를 굴린다고 해서 전(全)륜구동이라고도 불립니다. 엔진은 대개 앞에 있습니다. FF, FR, MR, RR이 앞이나 뒤 한 쪽에만 동력을 전달하는 것과는 달리 4WD는 네 바퀴 모두에 골고루 동력을 전달합니다. 4WD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필요할 때만 네 바퀴를 굴리는 파트타임과 항상 네 바퀴를 굴리는 풀타임이 있습니다. 비록 네 바퀴를 모두 굴리지만 전반적인 주행 특성은 구동축과 조향축을 공유하는 FF와 비슷합니다.

파트타임(part time)은 노면 상황과 차의 상태에 따라 운전자가 필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두 바퀴를 굴릴 수도 있고 네 바퀴를 굴릴 수도 있는 형식입니다. 4X4나 4WD라고 하면 보통 파트타임을 가리킵니다. 이륜구동일 때는 2X4, 사륜구동일 때는 4X4라고 하는데 사륜구동 시에는 연비가 나쁘고 파트타임 사륜구동으로 고속주행을 하면 변속기 등 차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두 바퀴로만 달리다가 험로나 눈길에서만 네 바퀴를 굴립니다. 비포장의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SUV들이 주로 이 방식을 쓰며 군용차에도 즐겨 쓰입니다. 험로를 달릴 때 엔진의 힘을 더 끌어쓰기 위해 한 번 더 감속을 할 수 있는 기어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기어를 로 기어(low gear)라고 합니다.

풀타임(full time)상시사륜구동이라고도 불리며 언제나 네 바퀴 모두를 굴리는 방식입니다. 평소엔 이륜으로 달리다 미끄러지면 자동으로 사륜으로 달리는 방식도 있습니다. AWD는 보통 풀타임을 가리킵니다. 엔진의 힘을 상황에 따라 네 바퀴 모두에 골고루 배분하며 전자식으로 제어됩니다. 풀타임은 파트타임보다 기술적으로 발전한 구조사륜구동 상태에서도 고속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파트타임의 경우, 고속 주행 시에 앞바퀴와 뒷바퀴의 회전 반경이 다른 것을 차가 미끄러져서 그 차이를 극복하지 않는 이상은 이기지 못해 기계장치에 무리를 주지만 풀타임은 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사이에 센터디퍼렌셜(center differential)이라는 차동장치가 있어서 전륜과 후륜의 회전 반경 차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네 바퀴를 굴려도 차체에 무리없이 고속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사륜구동의 장점을 얻을 수 있으면서도 고속 주행을 할 수 있어 스포츠세단과 랠리카에 주로 쓰입니다. 아우디의 콰트로(quattro) 시스템이 가장 유명한 풀타임 4WD로 아우디의 상징이나 진배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혼다의 SH-AWD 시스템도 유명합니다.

네 바퀴를 모두 굴릴 수 있기 때문에 험로와 눈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바퀴가 빠지더라도 쉽게 탈출할 수 있습니다. 코너를 돌 때도 어느 한 바퀴에만 힘이 몰리지 않고 골고루 퍼지기 때문에 코너를 안정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오프로드를 달리는 SUV, 험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는 랠리카, 코너링에서의 안정감을 지향하는 몇몇 스포츠세단들은 사륜구동 방식을 씁니다. 대개 SUV는 파트타임(4X4), 랠리카와 사륜구동 스포츠세단은 풀타임(AWD) 방식입니다. 그러나 네 바퀴에 모두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전륜구동이나 후륜구동보다 동력 전달 장치가 많아서 차가 무거워지는 관계로 연비가 나쁩니다. 같은 이유로 차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기계 장치가 많아져서 정비하기도 어렵게 됩니다.


파트타임 사륜구동차 (지프 랭글러)


풀타임 사륜구동 랠리카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최근엔 랠리가 아닌 다른 자동차 경주 분야에서 더 활약


풀타임 사륜구동 세단 (아우디 A6)


지금까지 자동차의 다섯 가지 체질들을 알아봤습니다. 엔진이 어디에 있냐 어느 바퀴가 굴러가느냐의 차이일 뿐이지만 그런 작은 차이들이 주행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 여러 물리적인 요소들과 기술들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조화, 바로 이 조화가 각 체질별로 색다른 달리기 재미를 만들어냅니다.^^



By 아임시티(rlawodhr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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