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대한민국의 자동차회사입니다.
현대자동차 다음 가는 업계 2위의 회사죠.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해있어서 현대차와 함께 '현기'로 묶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현대차그룹에 속한 기업, 현대차의 동생, 현대차의 부속을 빌려쓰는 껍데기만 다른 차들...
이런 취급을 받지만...
원래는 기아차도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독립적인 자동차회사였습니다.
지금은 그룹의 눈치를 보느라 제품 개발 및 출시에도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땐 그런 거 없었죠.
현대차 및 다른 회사들과 당당히 진검승부를 벌였었습니다.
심지어는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기아그룹'을 꾸리기도 했죠.
그러나 IMF 외환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되고, 1998년 12월에 현대그룹에 인수됩니다.
그리고 2000년에 현대차그룹에 넘어가 지금까지 이어옵니다.
기아그룹을 이루던 회사들 중 많은 수도 같이 현대차그룹에 넘어갔습니다.
지금은 현대위아가 된 기아중공업도 그 중 하나입니다.
현대차그룹에 넘어가면서 현대차와의 플랫폼과 및 엔진 공유가 시작되었고, 기아차는 서서히 개성을 잃어갑니다.
또한 현대차와 경쟁관게에 있는 많은 차들이 단종되었습니다.
비용절감을 위한 파워트레인 공유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어쨋든 이로 인해 기아차는 자기만의 색깔을 많이 잃습니다.
심지어는 현대차랑 같이 엮여서 '흉기'라고 까이기까지...
이렇게 현대차에 넘어가기 직전의 기아차, 즉 1998년의 마지막 '순수' 기아차들을 살펴보고 싶어졌습니다.
독립 기아차에서 마지막으로 내놓아서 팔던 차들은 어떤 차들인가?
1998년의 기아는 소형차부터 대형차, 스포츠카, 원박스카부터 대형 트럭까지 모두 팔던, 풀라인업의 큰 회사였습니다.
승용 소형부터 한 번 살펴볼까요?
(사진은 제가 가진 것 중 1998년 당시의 것과 가장 가까운 것들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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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프라이드(Pride) 5도어
(사진은 1998년에 팔리던 것보다 구형의 것입니다. 당시 프라이드의 얼굴은 아래에 나오는 세단 및 왜건과 같았습니다.)
프라이드 베타
프라이드 왜건
당시 기아차 라인업 중에서 가장 작은 차는 프라이드였습니다.
미국 포드, 일본 마쓰다와의 협업으로 1987년에 나온 프라이드.
마쓰다가 설계를, 기아가 생산을, 포드가 판매를 맡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기아 프라이드로 팔렸지만 외국에서는 포드 페스티바로 팔렸죠.
상당히 귀여운 외모를 가진 차로, 3도어, 5도어, '베타'라는 이름의 세단, 왜건의 4종류가 있었습니다.
천장이 열리는 캔버스톱 모델도 있었지만 거의 안 팔렸죠.
해치백이 먼저 나오고 왜건이 맨 나중에 나왔는데, 한국 자동차시장에선 세단의 인기가 좋음에도 프라이드는 해치백의 인기가 더 좋았습니다.
2000년에 단종되었는데, 상당히 잘 팔린 차였습니다.
2014년 3월까지 2세대와 3세대를 합쳐서 346만 대가 팔려 기아차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기도 하며,
13년 가깝게 팔려서 기아차 단일 차종 중에 가장 오랫동안 팔린 차량입니다.
카트라이더에서 현대 포니와 함께 기아차 라이선스 카트로 나오기도 햇죠 ㅋ.ㅋ
그만큼 많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아벨라(Avella) 5도어
아벨라 델타
1994년에 나온 아벨라는 원래 프라이드의 후속모델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라이드의 인기가 워낙 꾸준해서 프라이드는 단종되지 않았고, 그냥 병행 판매됩니다.
그리고 리오의 등장과 함께 둘이 같이 단종됩니다.
5년 간만 판매되었지만 두 번의 외모 변화를 겪었고, 세단형의 델타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델타라는 이름은 해치백에도 같이 쓰이긴 합니다만...
역시 프라이드처럼 포드, 마쓰다와 공동 개발한 차입니다.
프라이드보다 곡선을 더 많이 활용했죠.
세피아(Sephia) II
세피아는 기아차 최초의 고유모델로서 1992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독자'개발' 자동차로는 국내 최초이기도 했죠.
최초의 국산 고유모델은 포니이지만 플랫폼과 엔진도 독자적으로 만든 차는 세피아가 처음입니다.
무모하다고 할 정도의 사업이었지만 기아는 해냈죠.
기아의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당시 국산 자동차의 최고속을 뛰어넘는 경쾌한 주행성능과 매끈한 생김새를 앞세워서 스포티한 이미지를 가졌었습니다.
'공도의 제왕 세피아'라고도 불렸다니... 콩코드의 명성을 이은 것 같습니다.
그런 세피아의 2세대 모델이 1997년에 나온 세피아II입니다.
하지만 차체는 커진 반면 엔진은 그대로라 예전의 성능을 유지하진 못했죠.
그렇게 세피아는 2000년까지 팔리다가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스펙트라'로 개명되어 사라집니다.
슈마(Shuma)
그리고 1997년에는 세피아의 가지치기 모델인 슈마도 나왔었습니다.
생긴 건 4도어 세단이지만 실제로는 트렁크가 돌출된 채 뒷유리도 함께 열리는 테라스해치백이었습니다.
티뷰론과 같이 스포티카를 목표로 했으며, 모터스포츠에도 진출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짝이 4개인데다 쿠페처럼 생긴 세단이 흔해진 요즘에 와서는 그냥 4도어 세단처럼 보이기만 할 뿐... 안습
그러나 어쨌든 태생은 스포티카인 차입니다.
트윈헤드램프가 매우 인상적인데, 이게 토요타의 6세대의 셀리카와 닮아서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슈마는 2000년에 단종되며, 그 자리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스펙트라 윙이 대체합니다.
이쯤에서 살펴보는 6세대 셀리카.
진짜 닮긴 닮았습니다.
중대형
크레도스(Credos) II
크레도스II 파크타운
1995년에 나온 크레도스는 기아의 역작이었습니다.
'쏘나타 타도'를 목표로 기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차로, 뼈대와 2.0L 엔진은 마쓰다의 것을 가져왔지만 1.8L 모델엔 독자 엔진이 쓰였습니다.
여기에 쓰인 엔진은 장영실상을 수상한 T8D 엔진으로, 엘란에도 얹힌 물건이었습니다.
코너링이 좋기로도 유명했다는데, 옛날의 기아가 기술이 좋다는 이미지에도 이 소문이 한몫 한 것 같습니다.
막 자립을 시작해서 독자개발 차와 엔진을 내놓았음에도 좋은 평을 받았으니 기술이 좋았던 거죠.
크레도스는 우수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아차가 위기를 맞자 당시 개발 중이던 차들이 급하게 출시되었고, 크레도스II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크레도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며, 영국 로버와 합작해서 2.0L V6 엔진을 장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소비자들도 지갑을 열지 않아 그렇게 많이 팔리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떨이 판매까지 하면서 이미지는 더 떨어집니다.
결국 크레도스는 2000년에 완전히 단종되고 EF쏘나타의 형제인 옵티마가 대신 나옵니다.
차는 좋았지만 시기를 잘못 만났던 것 같습니다...
크레도스II와 함께 왜건 버전의 파크타운도 나왔지만 낮은 인기 때문에 1년 만에 단종됩니다.
덕분에 지금 보면 옛날 유럽차 같이 보일 정도로 희귀하고 독특합니다.
몇 없는 국산 왜건이었지만 이 역시 같이 사라집니다.
포텐샤(Potentia)
(보너스로 보여주는) 포텐샤 택시
1992년에 처음 나온 포텐샤는 원래 기아의 기함이었습니다.
마쓰다 루체를 바탕으로 한 최고급세단이었죠.
하지만 엔터프라이즈가 나오면서 새로 나오면서 1997년에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포텐샤'는 준대형으로 한 등급 내려갑니다.
동시에 3.0L 모델도 사라지죠.
하지만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IMF가 터지면서 고급차 수요가 위축되었고, 기아차가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강력한 경쟁모델인 그랜저XG가 나오면서 판매는 더 줄어듭니다.
결국 포텐샤는 후속없이 단종되고 K7이 나올 때까지 기아 준대형의 자리는 비게 됩니다.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엔터프라이즈는 기아의 새로운 기함으로 1997년에 출시되었습니다.
에쿠스, 체어맨 등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서 기아가 내보낸 선수로, 역시 마쓰다의 모델인 센티아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기아의 대형차로는 마지막으로 각이 진 모양인데, 지금 봐도 큰 차체를 자랑했습니다.
최신 편의장비들도 대거 적용됩니다.
전통창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릴, 봉황 모양의 엠블럼 등이 적용되어 한국적 미를 살리기도 했죠.
그러나 기아차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다음해인 2001년에 기아의 K엠블럼이 대신 붙습니다.
기아에서 마음 먹고 새롭게 내놓은 대형차였지만 포텐샤와 마찬가지로 경쟁차들을 넘지 못합니다.
결국 2002년에 단종을 맞습니다.
그리고 기아의 후륜구동 대형차의 계보는 K9이 잇습니다.
이 엔터프라이즈와 포텐샤의 존재도 모른 채 K9이 출시됐을 때 '기아차 최초의 후륜구동 세단'이라고 떠들던 기레기자들이 생각나는군요.
자동차전문기자랍시고 명함을 갖고 있지만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는 수준이라니...
몇몇 언론사들의 자동차기자들의 자질이 심히 의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고등학생들도 관심 있으면 아는 걸 전문기자라는 자들이 모른다니!
스포츠카
엘란(Elan)
엘란.
기아가 1996년에 내놓은 처음이자 마지막 스포츠카입니다.
동시에 국내 최초의 정통 스포츠카이기도 했습니다.
또 동시에 국내 최초의 컨버터블이며,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도 국산 컨버터블은 엘란이 유일합니다.(G2X는 사실상 수입차이므로 제외.)
엘란은 원래 영국 로터스에서 개발한 차였지만 기아차에서 판권을 사와서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굴러다니는 엘란 중 많은 수가 로터스 엠블럼으로 바꿔붙이고 있죠...
기본 설계는 로터스의 것이지만 헤드램프와 기타 디테일한 부분, 엔진은 기아차 고유의 것을 썼습니다.
T8D를 개량한 1.8L DOHC 엔진이 얹혔으며, 6,250rpm에서 151마력을 내는 유닛이었습니다.
크레도스에 얹힌 T8D에 비해 출력도 올라갔고 더 고회전형으로 바뀌었죠.
중저속은 약하지만 고속과 고회전에서는 매우 우수한 엔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변속기는 5단 수동만 물려졌습니다.
또한 유연하고 튼튼한 차체, 가벼운 무게, 전륜(全輪)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채용 등으로 뛰어난 가속 및 코너링 성능을 뽐냈습니다.
앞바퀴굴림이어도 저배기량이어도 얼마든지 스포츠카의 면모를 뽐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이 엘란, 생산 원가보다 판매가가 더 낮았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차값이 당시 최고급 세단이었던 다이너스티와 맞먹을 정도로 비쌌는데 그것마저 원가보다 낮았던 거죠.
지금도 작은 스포츠카 시장은 당시에 더 작았고, 차값도 비쌌고, 외환위기도 겹쳤고...
그래서 엘란은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안 그래도 어려웠던 기아차에 부담만 되죠.
대충 예상됐던 사태였지만 기아차에서는 '대리점 한 곳당 한 대만 팔아도 개발비를 건질 수 있다'라고 하며 엘란을 출시했다고 합니다.
무모하다면 무모했지만 당시 기아차의 도전정신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습니다.
결국 엘란은 영광스럽지만 상처를 남긴 채 1,000여 대의 생산고를 올리고 1999년에 단종됩니다.
RV
레토나(Retona)
1998년에 시판되기 시작한 레토나는 REturn TO NAture라는 이름 뜻에서도 알 수 있듯 아웃도어를 겨냥한 정통 SUV입니다.
그리고 그 뿌리는 1996년에 세상에 나온 군용차 K-131.
레토나는 그 군용차를 민수용으로 바꿔서 내놓은 차죠.
그래서 차를 잘 모르더라도 군대에 갔다왔다면 '레토나'란 이름 한두 번은 들어본 사람들이 많습니다.
군용차는 지금까지도 현역이지만 레토나는 배기가스 규제 때문에 2003년에 단종됩니다.
그 전인 2000년에는 레토나 크루저로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였던 코란도, 그리고 갤로퍼에 밀려서 그리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꾸준한 수요가 있는 정통 SUV의 특성상 지금도 일부 계층에서는 사랑받고 있습니다.
군용차도 곧 새로운 모델이 나온다고 하니 레토나는 곧 완전히 단종될 듯 싶습니다.
스포티지(Sportage)
스포티지 그랜드
지금 3세대 모델이 팔리고 있는 스포티지는 1993년에 처음 출시됐습니다.
기아차 최초의 고유모델인 세피아와 함께 태어났죠.
당시로서는 새로운 개념인 '도시형 SUV'를 표방했는데, 이때부터 SUV는 서서히 '오프로드만 달리는 짐차'라는 이미지를 벗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신선한 컨셉트는 혼다의 CR-V, 토요타의 라브4에도 적용됩니다.
항상 일본 쫓아가기만 바빴던 한국 자동차업계가 새로운 영감을 던진, 기념비적인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포티지가 진짜 최초의 도심형 SUV이었든 아니든 이 차가 남긴 의미는 그 정도로 큽니다.
그래서인지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았죠.
처음 데뷔한 곳도 도쿄모터쇼입니다.
하지만 SUV의 성격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으며, 다카르랠리에도 출전했었습니다.
처음에는 5도어뿐이었으나 차체를 키운 롱바디 버전의 그랜드와 2도어 모델도 나중에 출시됩니다.
1세대 스포티지는 2002년에 후속없이 단종되나 2년 뒤인 2004년에 2세대가 곧 등장해 뒤를 잇습니다.
카니발(Carnival)
얼마 전 3세대가 나온 카니발, 그 시초인 1세대는 1998년에 나왔습니다.
기아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매우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황이었죠.
당시에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흔치 않던 미니밴이라는 장르의 차로 처음 등장한 카니발.
크레도스의 차체를 기반으로 했으며, 기아가 독자개발한 디젤 엔진과 V6 가솔린 엔진 등이 얹혔습니다.
디젤은 국산 최초 디젤 DOHC이자 직분사였고, 가솔린 V6는 영국 로버와의 합작품으로서 크레도스에 얹혔던 것의 크기를 키운 것입니다.
기아차의 상황이 매우 안 좋던 시절에 출시된 카니발은 다행히 꽤 잘 팔렸습니다.
기아차가 정상화되는데 큰 역할을 한 차가 카니발입니다.
과거에는 봉고로, 이번에는 카니발로. 우연히도 위기 때마다 승합차가 큰 도움이 돼 주었습니다.
또한 카니발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미니밴 시장은 이때부터 기아차의 텃밭이 됩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효자 노릇을 해준 카니발은 이후 2001년에 카니발II로 페이스리프트됩니다.
소형 상용차
타우너(Towner)
국산 경상용차로는 현재 다마스와 라보가 유일하지만 당시만 해도 '타우너'라는 경쟁차가 있었습니다.
아시아자동차에서 1992년에 선보인 차로, 옛날 상용차가 다 그렇듯 일본차에 뿌리를 두었습니다.
다이하쓰의 7세대 하이제트가 타우너의 기반입니다.
타우너도 역시 밴과 트럭 두 종류가 있었으나 다마스, 라보와는 달리 타우너라는 이름은 공유했습니다.
밴에는 또 2인승 패널밴, 5/7인승 코치가 있었죠.
800cc 휘발유와 LPG 엔진이 있었으나 휘발유는 일찍 단종되고 LPG가 주류가 됩니다.
그러나 후속을 내놓지 못하고 배기가스 규제 때문에 2002년에 단종되고 말죠.
그뒤로 국산 경상용차 시장은 다마스와 라보가 독식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팔린 차이나 세월이 많이 지나서 다마스, 라보에 비하면 보기가 매우 힘들어져 버렸습니다.
프레지오(Pregio)
'봉고 신화'의 주인공인 봉고의 후계 원박스카인 베스타의 후속으로서 프레지오는 1995년에 출시됐습니다.
각진 모습의 베스타와는 달리 곡선이 많이 사용된 세련된 모습이었습니다.
전작까지만 해도 마쓰다의 입김이 강했으나 프레지오에 이르러서 자립을 시작했으며, 엔진도 기아차 독자개발의 2.7L J2엔진이 쓰입니다.
그러다가 1997년부터는 배기량이 3.0으로 올라가죠.
과거의 봉고만큼은 아니지만 그레이스, 이스타나 등과 경쟁하며 나름대로의 입지를 가졌던 차입니다.
원래 후속모델 개발 계획이 일찍이 있었으나 기아차의 위기로 인해 취소됐다고 합니다.
이후 2001년의 가벼운 페이스리프트를 거쳐서 2004년까지 생산되다가 다시 페이스리프트되고, 새 차는 '봉고III 코치/밴'이라는 이름을 달게 되면서 프레지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토픽(Topic)
토픽은 베스타의 15인승 롱바디 버전으로 나온 차입니다.
1987년에 출시된 오래된 차인데, 그래서 지금은 기아차에 흡수되고 없는 '아시아' 브랜드로 생산되기도 했습니다.
뿌리는 마쓰다의 봉고에 두고 있으며, 베스타와도 전체적인 모양이 많이 닮았습니다.
지금은 꽤 보기 힘든 희귀 차종이 되어 버렸습니다.
2000년에 단종되었으며, 그 자리는 프레지오의 롱바디 버전인 프레지오 그랜드가 메웁니다.
세레스(Ceres)
세레스도 토픽처럼 1998년 당시에도 오래된 차였습니다.
봉고 트럭을 베이스로 하여 1983년에 처음 출시된 세레스는 농업용 1톤 트럭이었습니다.
차명 또한 농사의 로마신화의 여신인 케레스(Ceres)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사륜구동 모델이 잘 팔렸는데, 적절히 작은 크기에 좋은 구동력 덕분에 길이 거친 농촌에서 인기가 좋았습니다.
꽤 오래된 차임에도 지금 농촌에 가도 의외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헤드램프는 원래 사각형이었으나 1995년의 페이스리프트 때 원형으로 바뀝니다.
오랫동안 잘 팔리던 장수모델이었지만 배기가스 규제 때문에 1999년에 단종되고 그 자리는 봉고 트럭 4륜구동 모델이 메웁니다.
봉고 프론티어(Bongo Frontier)
봉고 프론티어는 '봉고'의 3세대 모델입니다.
'봉고차'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유명해진 원박스카의 대명사, 봉고의 트럭 버전이죠.
하지만 원박스카 모델은 베스타로 따로 이어진데다 다시 봉고로 돌아온 봉고III 코치마저도 단명하면서 3세대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트럭 브랜드가 되어버립니다.
현대 포터와 함께 국내에 둘뿐인 1톤 트럭으로 시장을 지배합니다.
3세대 봉고는 1997년에 처음 등장하였으며, 위와 같은 모습의 모델이 팔리다가 2000년에 페이스리프트!
그리고 페이스리프트 된 모델은 '프론티어'를 뗀 '뉴 봉고'로 팔립니다.
3세대 봉고 트럭은 2003년까지 팔리다가 4세대 봉고 트럭인 '봉고III'에 바통을 넘깁니다.
중대형 상용차
콤비(Combi)
콤비는 아시아자동차 시절인 1983년부터 생산된 소형 버스입니다.
기아차동차가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기아차가 생산하게 되고, 2002년까지 생산됩니다.
오랜 기간 생산된 모델인 만큼 참 다양한 종류가 있었고 다양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큰 틀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기아 상용차가 그렇듯이 콤비도 역시 마쓰다의 차인 파크웨이를 기반으로 한 차죠.
계속 명맥이 이어진 봉고와는 달리 콤비는 배기가스 규제를 이유로 후속없이 단종됩니다.
소형 버스 시장은 현대 카운티와 나눠먹을 시장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로써 기아의 소형 버스는 명맥이 끊겼고, 2012년에 대우버스에서 레스타가 나올 때까지 마이크로버스 시장은 현대 카운티가 독점합니다.
코스모스(Cosmos)
코스모스는 히노의 버스를 기반으로 하여 1989년에 처음 출시되었습니다.
기아의 중형버스로서 현대 에어로타운과 경쟁하였지만 2002년에 후속없이 단종됩니다.
콤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모습이 있었으며, 위 사진의 코스모스는 1999년에 페이스리프트된 모습입니다.
이렇게 기아의 중형버스 계보도 끊깁니다.
AM
AM버스는 기아의 대형버스로 나온 차로, 1978년에 처음 출시되어 2004년까지 생산됐습니다.
단일 차종이 아니며, 'AM' 코드명을 가진 수많은 종류의 버스들을 세트로 묶어서 부르는 말입니다.
'AM 시리즈'라고 불러도 맞겠네요.
3세대까지 생산되다가 단종되는데, 사진의 버스는 3세대 모델입니다.
쌍용 트랜스타에 이어 AM버스도 단종되면서 국내 대형 버스 시장에는 현대 에어로시티와 대우 BS만 남게 됩니다.
그랜버드(Granbird)
그랜버드는 아시아자동차가 1994년에 출시했던 대형 버스입니다.
플랫폼은 히노의 것을 썼지만 디자인은 독자적으로 한 모델입니다.
그동안은 디자인까지 고스란히 일본차의 것을 가져왔지만 그랜버드는 거기서 처음으로 탈피한 거죠.
그래서 버스로는 최초로 굿디자인상도 받습니다.
엔진은 처음엔 히노 것을 쓰다가 나중에는 현대 Q엔진과 파워텍 엔진을 씁니다.
기아의 중대형 상용차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계속 생산되는 모델로, 지금은 2007년에 데뷔한 2세대가 팔리고 있습니다.
시내버스로는 못 보고 고속버스나 전세버스 정도로만 볼 수 있습니다.
하위 트림으로는 그린필드, 파크웨이, 선샤인 등이 있었죠.
트레이드(Trade)
기아가 출시했던 중형 4륜트럭이었던 타이탄의 장축 버전으로, 1988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초기에는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딱딱한 모양이었으나 1998년을 전후해서는 사진처럼 부드러워진 모습을 합니다.
2000년에 단종되었으며, 그 뒤는 파맥스가 잇습니다.
중소형트럭으로서 2.5~3.5톤급 정도 되겠네요.
라이노(Rhino)
라이노는 히노의 트럭을 기반으로 하여 1988년에 처음 출시된 중형트럭입니다.
이후 1998년에 사진 속의 2세대 모델이 출시되었으며, 2003년까지 생산됩니다.
4.5톤급 정도 되겠습니다.
사소한 외관 변경 정도는 있었지만 쭉 생산되다가 후속없이 단종됩니다.
이렇게 기아의 중형트럭도 계보가 끊기게 되죠.
그리고 그 자리는 현대 메가트럭이 독점하게 됩니다.
그랜토(Granto)
그랜토는 아시아자동차가 1995년에 출시한 대형트럭입니다.
현대 91A, 대우 차세대, 삼성 SM510, 기타 수입트럭들과 경쟁하던 차였죠.
힘이 좋아서 인기가 좋았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확인은...
세월이 세월인지라 지금은 쉽게 보기는 힘듭니다.
2000년에 단종되었으며, 대부분의 기아 상용차 라인업이 그렇듯 후속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기아 대형트럭도 사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기아자동차는 소형 승용부터 대형 상용까지 모두 생산하던 회사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차에 인수된 뒤에 상황은 크게 바뀝니다.
기술 자립을 이루며 성장해가던 승용 라인업은 그 명맥이 끊긴 채 현대의 부속품만을 받아쓰게 됩니다.
상용라인업은 단종에 단종을 거듭하다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봉고와 그랜버드밖에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과거의 상용 풀라인업은 온데간데없이 몽땅 사라지고 단 둘만 남은 거죠.
기아자동차를 승용차 회사로만 봐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상용차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기아차의 상용차 후속 개발을 하지 않은 탓일 수도, 그냥 기아차의 형편이 어려워서 개발을 못한 탓일 수도 있지만...
이 때문에 국내 상용차 시장의 차종이 줄어든 점은 아쉽습니다.
현대차에 흡수되어 개성을 잃어가던 기아차였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디자인기아'를 외치며 다시 개성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비록 기술적인 면은 현대차와 다를 게 없지만 디자인으로 독자적인 정체성을 이룬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괜찮습니다.
소속은 현대차그룹이어도 기아차만의 독자적인 역사가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포스팅이 뜻깊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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