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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시승기

[시승기] 형님 자리 위협하는 동생, 2016 기아 니로

by 여만창 2016. 5. 24.




   이런 기회를 주다니, 이걸 그린카에 감사해야 할까, 기아자동차에 감사해야 할까. 저번에 진행된 그린카의 아이오닉 시승 이벤트에 이어 이번엔 니로 시승 이벤트를 그린카에서 또 진행했다. 니로가 출시되었을 때 혹시 히번에도 비슷한 이벤트를 하지 않을까 싶어 오랜만에 그린카 앱에 들어갔는데 역시 이번에도 있었다. 게다가 이번 이벤트에선 티볼리와 비교 시승도 할 수 있도록 니로 시승 고객들에겐 티볼리 무료 시승 쿠폰까지 발급해주었다. 이런 착한 배려까지! 왠지 고맙단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니로가 어떤 차인가. 현대 아이오닉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아이오닉 바로 다음 타자로 출시된 차다. 그래서일까, 시승 내내 아이오닉과 비교를 하게 되었다. 실제로 소형 하이브리드를 사는 사람들도 아이오닉과 니로를 많이 비교해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시장 상황은 어떤가. 아직까지 둘 다 판매 초창기이긴 하지만 니로가 아이오닉보다 월등히 잘 팔리는 모습이다. 아이오닉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니로는 꾸준히 팔리면서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같은 집안의 형인 아이오닉, 그리고 경쟁 소형 SUV 등등 상대해야 할 경쟁자도 많은 화제의 차, 니로를 수서역 주차장에서 만났다.







   사진으로 니로를 봤을 때의 첫인상은 꼭 물고기 같았다. 어류의 뻐끔 벌린 입을 연상케 하는 범퍼 하단부 안개등과 에어 인테이크 부분 디자인 때문인 것 같다. 스포티지도 그렇고, K7도 그렇고 요즘 기아차들은 생선 닮았단 소리를 듣는 것 같다. 다만 위의 두 모델이 그렇듯 니로 역시 보다보니 익숙해지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범퍼 하단부 디자인을 제외한 전면부, 특히 정면에서 봤을 때 헤드라이크에서 A필러로 이어지는 윗부분은 스포티지와 닮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이 더 마음에 드는 것도 스포티지와 같다.


   덩치는 소형 SUV답게 분명히 작긴 작다. 양옆에 주차된 중형차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폭과 길이가 짧다. 다만 높이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확실히 작은 덩치이긴 하지만 니로만 떼어놓고 보면 신기하게도 그렇게 작아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차급보다 커보이고 동급 소형 SUV들보다 커보인다. 분명히 작지 않고 넉넉한 크기로 보이는데 옆의 차와 비교하면 작은 차가 맞고, 다시 차를 보면 또 커보이고, 무슨 착시 그림을 보는 듯한 묘한 기분이다. 작지만 커보인다는 것, 장점이라면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내 디자인은 무난하다. 아이오닉은 '나 친환경차요'하는 티를 여기저기서 냈지만 니로는 실내 디자인만 떼놓고 보면 하이브리드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 외관 역시 하이브리드차답지 않고 그냥 평범한 SUV 같았는데 실내 역시 같다. 아이오닉이 대놓고 하이브리드임을 어필하고 있다면 니로는 겉으로는 평범한 SUV인 것처럼 보인다. 자동차계의 '일코'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실내를 대강 훑어보면서 시트에 앉았다. 그런데 낮은 시트 포지션에 놀랐다. 물론 중형 이상의 SUV나 스타렉스 같은 승합차에서 내려다보는 수준의 높이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생각보다 너무 낮았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시트 포지션도 그렇고, 안에 가만 앉아있으면 이게 하이브리드차인지 SUV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엑센트 같은 일반 소형차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다만 계기판을 보면 확실히 하이브리드라는 걸 알 수 있다. 배터리 사용 상태를 보여주는 계기판이 타코미터 대신 들어가있고 오른쪽엔 속도계, 가운데엔 트립컴퓨터가 들어가있다. 트립컴퓨터의 화면은 옛날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들고 다니던 MP3플레이어의 그것만한 크기다. 스티어링휠에 달린 리모컨으로 트립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데, 꽤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있어서 재밌었다. 주행거리, 연비를 알려주는 건 물론이고 나침반처럼 방위를 알려주는 화면도 볼 수 있고 차량 전반의 전자장비 설정을 바꿀 수도 있다. 리모컨의 OK 버튼을 길게 누르고 있으면 친절하게 설명까지 띄워준다. 사용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인 것 같다.







   센터페시아의 스크린으로는 내비게이션, DMB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건 물론 하이브리드만의 특징인 에너지흐름도 또한 볼 수 있다. 사진의 '하이브리드' 아이콘을 누르면 된다. 에너지흐름도를 보면 지금 엔진이 돌아가고 있는지, 배터리가 충전되고 있는지, 모터가 활용되고 있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이오닉은 이 에너지흐름도가 계기판에 있지만 니로는 센터페시아에 있다. 화면이 큰 만큼 큼직하게 보이긴 하지만 좋은 점은 그것뿐, 활용하기는 아이오닉보다 불편하다. 운전하면서 시선을 전방에서 떼기 어렵기도 하고 떼면 안되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오닉은 계기판에 항상 흐름도가 띄워져 있어서 운전하는 중간중간 확인하기 매우 편하다. 하지만 니로는 흐름도를 한번 확인하려면 시선이 크게 움직여야 하므로 운전 중 확인하기가 꽤 힘들다. 게다가 내비게이션이라도 사용하려면 흐름도는 못 본다. 내비 혹은 흐름도, 둘 중 하나만 띄워놓고 볼 수 있다. 흐름도 봐서 뭐하냐는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하이브리드차에서 흐름도를 보면서 운전하는 건 하나의 재미이기도 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







   다만 뒷좌석은 아이오닉보다 확실히 우위다. 아이오닉뿐만 아니라 다른 소형 SUV도 마찬가지다. QM3의 비좁은 그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꽤 푹신하게 들어가는 뒷좌석에 앉으면 우선 무릎 공간이 꽤 넉넉한 것에 놀라게 된다. 넓은 실내공간을 마케팅에서 강조하는 게 괜한 자신감에서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넓다. 키 큰 사람이라면 뒷유리에 닿을듯 말듯했던 아이오닉에 비해서 SUV인 니로는 머리 위도 넉넉하다. 시승차엔 암레스트는 없었지만 컵홀더는 양쪽 문에 하나씩 달려있었다.







   짐공간 역시 넉넉하다. 트렁크 높이는 QM3보다 살짝 낮은 것 같지만 더 깊고 넓어서 전체적인 공간은 더 크다. 좀 더 실용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뒷좌석을 접으면 더 넓게 쓸 수 있다. 자전거 정도는 실을 만큼의 공간이 나온다. '소형차'라는 딱지가 민망하게 넉넉하고 아늑하다. SUV라서 그런가 싶지만 QM3의 트렁크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니로가 넉넉한 것 같다.










   그렇다면 주행 성능은 어떨까. 니로는 아이오닉과 같은 파워트레인, 1,600cc 가솔린 엔진과 모터가 만들어내는 합산출력 141마력, 15.0kg.m의 기관과 6단 DCT가 장착되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오닉과 거의 같지만 다른 부분들도 물론 있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이 느긋한 건 아이오닉과 같다. 빠르게 치고 나가기보단 꾸준히 속도를 높여나가는 모습이다. 다만 무게 차이 탓인지 아이오닉이 약간 더 빠른 느낌이다. 물론 둘 다 거기서 거기이고 큰 차이는 없다. 초반에 모터만 돌다가 엔진이 개입하는데, 이 개입 시점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엔진의 힘 없이 50km/h까지 모터만 돌아갈 때도 있고 출발과 거의 동시에 엔진이 깨어날 때도 있다. 주로 신호대기 후 출발할 때 엔진이 일찍 개입하고 탄력 주행을 할 때는 모터만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주행하지 않고 정지해 있을 때도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이 켜질 때가 있다. 이때는 엔진이 켜진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약간의 진동과 함께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약간 우르릉 거리는 수준의 소리지만 그렇게 시끄럽진 않다. 그러나 주행 중에 엔진이 켜질 때는 일부러 신경 쓰거나 에너지흐름도를 보지 않는 이상 알아채기 어렵다. 엔진이 개입하고 꺼지는 일련의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다. 아이오닉보다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이질감도 없고 엔진이 깨어날 때의 소리 역시 주행소음과 주변 소리에 묻혀서 잘 안 들린다. 충격 역시 거의 없다. 다만 급정거를 할 때는 갑자기 엔진이 꺼지면서 덜컹 할 수도 있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배출가스. 니로는 과연 어떨까?




   출발이 답답하다면 스포츠 모드를 이용하면 된다. 기어노브를 왼쪽으로 밀면 스포츠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기어 조작감이 무척이나 좋다. 신호대기를 할 때면 괜히 N과 D를 왔다갔다 하면서 만져보게 된다. 스포츠모드로 변경하게 되면 엔진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회전수도 높게 쓴다. 배기음 역시 더 우렁차고 스포티해진다. 가속력 역시 월등하게 좋아진다. 같은 차인게 의심스러울 정도다. 저단에서 스포츠모드를 넣고 엑셀을 꾹 밟으면 몸이 뒤로 밀릴 정도로 잘 나간다. 다만 평균연비가 뚝뚝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므로 하이브리드의 효울성을 누리고 싶다면 신호대기 후 출발할 때만 잠깐 쓰고 그 뒤로는 일반 모드인 에코 모드로 달리는 게 좋은 활용법인 것 같다.


   안정성 역시 좋은 편이다. 고갯길에서 내리막길도 타보고 고속도로에서 급차선 변경도 해봤지만 불안한 느낌을 전혀 들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씨였던지라 코너를 급하게 돌 때 바깥으로 밀려날 것 같은 불안감을 있었지만 차가 휘청대는 불안감은 없었다. 성능과는 별 상관없이 감성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정차시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의 느낌도 무척 부드럽고 쉽다. 이렇게 핸들 돌리는 느낌이 좋았던 차가 있었던가 싶다.


   연비는 하이브리드답게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뽑아낼 수 있다. 시승은 시내 구간, 고갯길 구간, 고속도로 구간에서 고루 이루어졌는데 길 막히는 시내 구간에서 가다서다 하고 스포츠모드를 활용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면서 운전했는데도 16km/l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고갯길에서는 오르막에서 연비가 떨어졌지만 내려가는 길에서 회생제동을 하면서 모터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을 탈 때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기름을 태워서 낸 에너지를 그냥 없애는 기분이지만 하이브리드차를 탈 때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배터리가 충전되어 오히려 에너지가 쌓이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는 게 즐거워진다. 시승을 마친 후에 트립컴퓨터에 찍힌 연비는 24.3km/l. full-to-full 방법을 사용해서 잰 실주행연비는 19.7km/l였다. 16인치 휠 모델의 복합연비가 19.5km/l인 걸 생각하면 공인연비만큼의 연비는 낸 셈이다.


   니로를 타보니 상품성이 꽤나 높았다. 하이브리드의 효율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넓은 공간마저 갖췄다. 거기에 정숙성은 덤이다. 정차해 있으면 외부 소음말고는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디젤 SUV의 수준의 연비와 가솔린차 이상의 정숙성을 모두 갖춘 것이다. 같은 집안 형님인 아이오닉과 비교한다면 성능은 둘이 거의 비슷하다. 가격도 비슷하다. 하이브리드로서의 개성과 특징을 잘 살린 쪽이라면 아이오닉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니로는 아이오닉이 지니지 못한 넉넉한 공간을 가졌다. 결국 이 둘의 승부에는 디자인 같은 개인의 취향이 꽤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다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값에 더 넉넉한 차를 원한다면 니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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