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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

유럽, 자동차로 여행하다: (1) 일반

by 여만창 2016. 8. 9.






   유럽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이다. 배낭여행지로 가장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곳에 나도 16일 일정으로 갔다 왔다. 보통 유럽여행은 유레일패스를 이용해서 기차여행을 많이 하지만 무슨 계기에선지 몰라도 난 처음부터 자동차여행으로 추진했다. 비록 유럽은 아니었지만 기차여행도 해봤고 자동차여행도 해봤는데 자동차여행의 장점이 더 나한테 와닿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대세는 아닌지라 정보를 모으는 데에도 노력이 더 필요했다. 책도 많이 찾아봤고 인터넷은 더 많이 찾아봤다. 그리고 정보 나눔 차원에서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여행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자동차여행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1. 자동차여행의 좋은 점

 



   왜 자동차 여행인가? 자동차여행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겠다. 첫째, 비용을 나눌 수 있어 경제적이다. 4인 여행이라고 가정해보자. 기차를 이용한다면 표 4장이 각각 필요하다. 하지만 자동차는 렌트비, 기름값 등 소요되는 경비를 사람 수만큼 나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친구들 여럿이나 가족이랑 이동한다면 자동차가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둘째,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기차는 항상 열차 출발과 도착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30분만 더 머물고 싶어도 열차 시간이 촉박하면 불가능하다. 융통성이 떨어진다. 그에 반해 자동차는 내가 출발하고 싶을 때가 바로 출발 시간이다. 장소 또한 마찬가지다. 기차여행은 역 주변을 멀리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기차가 가지 않는 곳은 시간과 비용을 따로 투자하지 않는 한 가기 어렵다. 반면에 자동차는 길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구석구석의 숨은 명소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셋째, 즉흥적인 여행이 가능하다. 기차에는 운행 스케줄이 있다. 그리고 거기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정형화되고 획일화된다. 여행 장소마저 유명 대도시 위주라면 그냥 남들 가는 곳 따라가는 발자국 밟기 투어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이동 중에는 창밖 경치만 구경할 수 있을 뿐 그 외엔 어떤 선택권이 없다. 하지만 자동차는 이동하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보이면 잠깐 세워서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중간에 빠져서 좀 더 구경할 수도 있다. 길을 잘못 든다 해도 우연찮은 구경에 오히려 즐겁다. 나도 노이슈반슈타인성에 가다가 길을 잘못 들었지만 그 덕에 예쁜 독일 시골마을을 구경할 수 있었고 재밌는 사진도 많이 남겼다. 내가 가는 곳이 여행 코스고 내가 운전대를 돌리는 곳이 다음 향할 곳이다. 이동마저 관광이 된다.




길 잘못 들었다 우연히 만난 독일의 어느 예쁜 시골 마을




   물론 자동차여행의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운전자는 편히 쉬기 힘들고, 사고의 위험도 있다. 기차와는 달리 정시성이 떨어져서 길이 막히면 소요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경제성과 자유도 때문에 내겐 자동차여행이 더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일부러 기차 타고는 가기 힘든 소도시나 예쁜 풍경의 숨은 명소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보니 남들 다 가는 코스가 아니라 나만의 코스가 만들어졌고, 결과적으로 더 색다르고 개성 있고 재밌는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유럽에 또 간다면 나는 거리낌 없이 다시 자동차를 선택할 것이다.






2. 차 빌리기




   차는 렌트와 리스, 두 가지 방법으로 빌릴 수 있다. 렌트는 새로울 게 없지만 리스는 무엇인가? 리스는 자동차회사로부터 새 차를 일정 기간(약 20일) 이상 빌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프랑스의 푸조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새 차를 받는데다 내 이름으로 등록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다만 프랑스 이외 국가로의 반납은 까다로우며, 반드시 일정 기간 이상 빌려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여행 일정이나 차종, 장소에 따라서 렌트가 유리할 수도 있고 리스가 유리할 수도 있다. 장기여행을 떠난다면 업체를 통해서 꼼꼼히 알아보는 게 좋다.




  렌트를 한다면 당연히 렌터카회사로부터 빌리게 된다. 유럽에서 이용할 수 있는 렌터카업체로는 크게 허츠, 알라모, 유럽카, 아비스 등이 있고 그 외 수많은 지역 업체들이 있다. 렌탈카즈닷컴(http://www.rentalcars.com)에서 한꺼번에 모아놓고 비교검색할 수도 있다. 단순한 가격비교사이트이며, 예약 및 계약은 개별 렌트사를 통해서 진행된다. 잘만 고르면 싼 가격에 차를 받을 수도 있지만 갖가지 상술과 보험 문제 때문에 말도 많은 곳이므로 처음이거나 만일이라도 속썩이기 싫다면 다시 생각하는 게 좋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좀 더 내더라도 편하게 이용하고 싶다면 메이저 렌터카회사를 이용하는 게 좋다. 나는 여행과지도라는 업체를 통해서 허츠를 이용했다. 여행과지도에서는 허츠와 계약을 맺고 더 좋은 조건과 더 싼 가격으로 예약을 진행해주기 때문에 유럽 자동차여행을 계획한다면 한번은 알아보는 곳이다. 또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이고, 여행과지도와 계약 관계인 허츠도 한국에 사무소가 있기 때문에 문의할 때나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받기도 편하다. 또한 요즘엔 거의 필수인 내비게이션도 빌릴 수 있다. 서비스와 상품, 가격 모두 좋으니 렌트를 한다면 이곳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허츠 추노마크(?)가 붙어있는 나의 렌터카




   렌트를 할 때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게 바로 보험이다. 보험을 되도록 든든하게 들어놓는 게 좋다. 여행과지도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렌트를 진행하면 슈퍼커버라는 것을 기본으로 들어주는데, 이게 굉장히 유용하다. 완전면책, 말 그대로 차가 긁히든 부서지든 사용자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배상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도난당했을 때도 문제없다고 한다.(물론 시동을 걸어놓고 내렸다든가 하는 상황은 제외...) 사실 렌터카를 반납할 때 업체에서 육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흠집을 트집 잡아 배상을 요구한다면 매우 골치 아프다. 군소업체뿐 아니라 메이저 업체들도 이러는 모양이다. 구글 지도의 허츠 프랑크푸르트공항 지점 소개에 올라온 분노의 리뷰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참 마음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물론 대물, 대인, 도난보험 등 다른 보험들도 충실하다.








   차량 고르는 것 또한 렌트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차종을 특정해서 빌릴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차급까지만 고를 수 있다. 한국에선 아반떼를 골라서 빌릴 수 있지만 유럽에선 준중형까지만 선택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확히 어떤 차가 나오는지는 완전히 랜덤이다. 나는 인시그니아 SW나 파사트 바리안트 같은 차를 생각하고 중형 왜건을 예약했는데 막상 가보니 포드 투어네오 커넥트라는, 카렌스급의 소형밴이 있었다. 크게 상관없어서 그냥 인수했지만 생각과 많이 달라서 당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차종 선택에 따라서 운전 가능 장소에 제한이 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빌린 BMW와 벤츠는 이탈리아로 몰고 갈 수 없고, 서유럽에서 렌트한 차는 동유럽 진입 금지다.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서 차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유럽은 수동변속기가 대세다. 자동변속기 차량은 종류도 얼마 없고 가격도 비싸다. 연비나 렌트비 등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했을 때, 스틱 운전이 가능하다면 수동변속기 차량을 빌리는 걸 추천한다. 변속기와 달리 유종은 차종과 마찬가지로 선택 불가능하다. 다만 예약할 때는 고를 수 없어도 지점에 가서 차를 받을 때 뭘 고를 거냐고 물어볼 수는 있다. 변속기 같은 경우도 아예 바꿀 수 없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같은 가격에 자동과 수동을 선택할 수 있다며 고르라고 했다. 물론 나는 수동변속기가 훨씬 좋으므로 수동을 택했지만 말이다. 거기에 디젤엔진이 조합되어서 유류비를 예상보다 훨씬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역시 연비는 디젤수동





몰 수만 있다면 수동변속기는 당신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준다. 재미는 덤!






3. 유럽의 자동차

 

   유럽은 자동차의 본고장이다. 대량생산과 대중화는 포드에 의해 미국에서 이뤄졌지만 발명과 초기 발전은 유럽에서 이뤄졌다. 지금도 내로라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안방이다. 때문에 유럽의 도로는 유럽차 천지다. 폭스바겐, 벤츠, 푸조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보는 차들 뿐만 아니라 차 잘 모르는 이들에겐 생소한 오펠, 피아트, 르노 같은 유럽차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유럽 브랜드를 제외하면 100년 넘게 유럽에서 사업하고 있는 포드가 많이 보이며, 그 다음으로는 일본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가 뒤를 잇는다. 일본차로는 토요타, 혼다, 미쓰비시 등이 주로 보이고 한국차는 당연히(...) 현대와 기아가 주로 보인다. 다만 드물게 쌍용차도 있으며, 심지어 그 옛날 대우차(!)도 가뭄에 콩 나듯 보인다. 전체적으로 한국차는 꽤 자주 보이는 편이며, 일본차와 고만고만한 도로 위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대우차! 그것도 이젠 본토에서도 보기 힘든 라노스 로미오!




   유럽 도로의 자동차는 한국 도로의 차들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들이 여럿 보인다. 우선 경소형차가 굉장히 많다. 절반 이상이 경차 혹은 소형차다. 르노 트윙고, 포드 카 같은 경차급 차부터 폭스바겐 골프, 오펠 아스트라 같은 준중형급까지는 상당히 많이 보이지만 중형급부터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 도시의 도로는 우리나라 이상으로 좁은 곳이 엄청 많다. 주차공간도 빡빡하다. 이런 곳에서 운전하려면 당연히 작은 차가 편하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난 곳에서도 작은 차가 많은 걸 보면... 좁은 공간도 공간이고 큰 차보다 운전하기 편하고 경제적인 작은 차를 아무래도 선호하는 것 같다.





인기 좋은 소형차, 르노 트윙고




   둘째로 해치백이나 왜건이 주를 이룬다. SUV를 제외한 일반 승용차 부문에선 세단이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에서는 해치백이나 왜건 위주이고 세단은 얼마 되지 않는다. 물론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게 사실이다. 특히 아랫급으로 갈수록 해치백 선호 경향이 더 높다. 준중형 이하로는 세단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작은 차일수록 공간 활용성의 극대화를 위해 해치백 선호가 커지는 것이다. 소형, 해치백, 수동 위주인 유럽의 자동차들을 보면 유럽 사람들은 자동차를 고를 때 실용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유럽은 웬만한 차는 모두 왜건 버전이 있다.




   셋째로 스포츠카나 오래된 차, 클래식카가 많이 보인다. 많이라고 해서 흔하고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한국과 비교했을 때다. 자동차 매니아 입장에서는 아주 반가워할 만한 일이다. 아우토반에서는 시속 200km 정도는 돼 보이는 속도로 질주하는 포르쉐나 BMW M, 아우디 S를 볼 수 있고, 국도를 다니다가 운 좋을 때면 박물관에 있을 법한 이름도 모를 클래식카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차들 운전자들 중에는 노인들도 꽤 많다. 슈퍼마켓에서 빨간색 911 카레라를 타고 다니는 할아버지도 봤다. 평생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포르쉐를 타고 다니며 노후를 즐기는 사람들인 것 같다. 부럽기도 하지만 일단 지금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또한 캠핑카와 캐러밴도 많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맨 끝 차선에서 캐러밴을 끌고 가는 차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굳이 힘 좋은 SUV가 아니어도 된다. 왜건인 경우도 있고, 세단이 끌고 가는 것도 봤다. 이 때문에 유럽의 차들 중에는 뒤꽁무니에 견인 장치가 달린 차들이 많다. SUV면 꽤 쉽게 찾을 수 있고, 르노 라구나 같은 얌전한(?) 차에 달려있는 경우도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유명 관광지의 대형 주차장에 가면 이런 캐러밴과 캠핑카들을 세워놓은 전용 주차장이 반드시 따로 있다. 보고 있노라면 유럽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이 참 대중적이구나 하고 느낀다. 왜건 뒷문짝에 자전거를 붙이고 가는 차들도 많은데, 확실히 유럽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레저를 더 많이 즐기는 것 같다.






4. 운전 환경과 교통법규

 




   유럽은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운전하기 편하다. 운전자들이 상식을 더 잘 지키고 교통법규도 더 잘 지킨다. 물론 모두가 운전학원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운전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지킬 걸 지키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보니 전체적으로 운전하기 훨씬 편하다. 이런 경향은 북쪽으로 갈수록 커지고 남쪽으로 갈수록 반대로 간다. 이탈리아 같은 곳은 우리나라랑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쁘다.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면 스트레스를 팍팍 받고 반대로 넘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교통법규도 우리나라랑 비슷하다. 표지판들도 몇몇 생소한 것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그래서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고 현지에 도착하기 전에 대충 훑어주기만 하면 된다. 때문에 영국 같은 좌측통행 국가가 아니라면 도로에서도 헷갈릴 게 없다. 다른 점으로는 비보호 좌회전이 많다는 것, 회전교차로(로터리)가 많다는 것, 우선권이 있는 도로를 표지판으로 표시해 알기 쉽게 해놓았다는 것 등이 있다.






5. 주차



 

   도심의 주차사정은 우리나라랑 비슷하다. 대신 주차장이 많고 찾기 쉽기 때문에 체감상 주차하기는 더 쉽다. 물론 그런 주차장 대부분은 유료지만 말이다. 시내나 관광지 주변으로 가면 파란색 주차장 안내 표지판이 꼭 있으며, 그 표지판을 따라가면 주차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주차장 찾기가 쉽다. 다만 앞서 말했듯 대부분 유료다. 하지만 외국 번호판의 렌터카면 관광객 차라는 게 금방 들통나기에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고 하니 안전하게 유료주차장에 세우는 게 맘 편하다. 주차비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니스의 주차장 표지판. 이런 건 유럽 도시면 다 있다.




   유료주차장 이용 방법에는 몇 가지 방법들이 있다. 우선 주차권 자판기에서 주차권을 사다가 대시보드에 놓아두는 방법이 있다. 일정 금액을 넣으면 그 금액만큼 차를 세울 수 있고, 시간이 영수증에 찍혀서 나온다. 이걸 앞유리 밑에 놓아두면 된다. 다음으론 시간표시판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2시간 미만 주차 허용같은 곳에서는 도착한 시간을 원형 시간표시판으로 표시하고 앞유리 아래에 놓으면 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안으로 돌아온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주차권을 뽑아서 들어가고 나올 때 요금을 정산하는 방법이 있다. 나가기 전에 정산기에 주차권을 넣고 요금을 지불한 뒤, 나갈 때 정산한 주차권을 기계에 읽혀주면 된다.





다양한 형태의 주차권들






6. 주유

 



   유럽의 주유소 체인으로는 엣소(Esso), 아비아(Avia), (Shell), 아그립(Agrip), 토탈(Total), 아랄(Aral)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딱 봐도 주유소처럼 생겼기 때문에 일부러 이름을 외워둘 건 없다. 유럽에선 거의 셀프주유소이며, 이탈리아에서는 직원이 넣어주는 곳도 있다. 다만 직원이 넣어주면 요금이 더 붙는다. 원래 리터당 1.25유로였다면 1.35유로로 계산되는 식이다. 셀프주유소는 우리나라처럼 주유기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상점에 들어가서 직접 계산해야 하는 곳이 있다. 대체로 후자가 더 많다. 주유기를 들고 눈금이 0에 맞춰졌나 확인하고, 주유하고, 가게에 들어가서 주유기 번호를 말하고 계산하면 끝이다. 기름값은 대체로 우리나라랑 비슷하지만 이탈리아는 조금 비싸다.

 



   주의할 점은 경유와 휘발유를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영어로 diesel이라고 써진 곳도 있지만 현지어로만 써있는 곳은 헷갈릴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 같은 경우, 그쪽 말로는 경유가 gasolio, 휘발유가 benzina인데, 여기서 경유가 영어의 gasoline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충 보고 휘발유겠거니 하고 경유를 넣거나 그 반대로 하면 큰일 난다. 그렇기에 잘 보고 넣어야 한다. 프랑스어에서도 비슷하다. 주유기 색깔로 구별해도 되는데, 디젤은 노랑이다 검정, 휘발유는 초록이다.





유럽의 흔한 주유소






7. 단속

 




   유럽에도 물론 단속카메라가 있다. 수 킬로 전부터 단속카메라가 있다고 알려주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씽씽 달리다간 갑자기 나타난 카메라에 당황하기 쉽다. 게다가 잘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카메라도 있다. 차의 앞이 아니라 뒤를 찍는다는 것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다. 국도의 시골 마을 어귀에 카메라를 설치해놓는 경우도 있으니 마을이 나타나면 제한속도에 신경 써야 한다.





8. 시내도로



 

   서울이나 부산 같은 한국의 도시와 비교해볼 때 유럽 도시의 교통 사정은 비교적 낫다. 길은 넓지 않아도 차가 많지 않아서 소통이 원활하다. 물론 막히는 구간도 있고 출퇴근시간이라도 걸리면 막히기 십상이지만 대체로 답답하지 않게 다닐 만하다. 다만 시내가 으레 그렇듯 막히는 구간도 함정처럼 여기저기 있고, 주차 문제도 있고, 신호나 길도 복잡하니 웬만해선 시내로는 차를 끌고 가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경우 시내로 차를 끌고 들어가는 데에 큰 제약이 없으나 이탈리아에서는 ZTL이란 것을 조심해야 한다. 교통통제구역을 나타내는데, 이탈리아편에서 상세히 다루겠다. 시내도로의 속도제한은 보통 30~50km/h이다.






이런 거 보이면 무조건 피해라!






9. 국도



 

   유럽의 국도는 우리나라 시골의 국도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름만 국도로 고속도로처럼 만들어진 국도가 아니라 진짜 시골의 국도가 유럽의 것과 비슷하다. 왕복 2차로에 중간중간에 마을도 지나가는 그런 국도 말이다. 국도에서의 제한 속도는 90~100km/h이며, 교차점에서는 70km/h, 50km/h, 마을 내에서는 30km/h로 제한된다. 마을 부근만 아니라면 꽤 속도를 낼 수 있다. 물론 그래도 고속도로보다는 느리지만 속도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모든 면에서 국도가 낫다. 풍경도 훨씬 예쁘고, 특히 지나가다 만나는 마을들이 아름답다. 긴장감도 더 낮고 여유도 더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때문에 같은 시간을 운전해도 고속도로보다 덜 피곤하다. 몸도 편하고 눈도 즐겁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되도록 국도를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10. 고속도로



 

   고속도로 역시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슷하다. 제한속도는 110~130km/h이며, 독일에서는 속도 무제한 구간도 많다. ‘속도무제한 아우토반으로 유명한데, 이에 대해선 독일편에서 따로 다루겠다. 통행료 징수 방법은 나라마다 조금 다른데, 우리나라 같이 요금소가 있는 곳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은 비넷이라고 부르는 통행권을 사서 앞유리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 독일, 룩셈부르크 등은 무료다. 독일의 고속도로는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일!!




독일의 아우토반






   개괄적으로 유럽에서의 자동차 여행을 얘기하자면 이 정도가 되겠다. 다만 유럽이라는 게 하나의 나라가 아니고 여러 나라가 모인 지역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그런 못다 얘기한 내용들은 나라별 속편에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유럽 자동차 여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 하나만 소개하고 일반편은 여기서 마치겠다.


<이화득의 유럽 자동차 여행>, 이화득 저, 황금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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