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이야기

자동차회사가 외국에 인수당하면? 그 3가지 결말

by 여만창 2017. 5. 31.

우리나라는 현재 승용차를 만드는 완성차 회사가 5개 있다.


수많은 회사가 난립하고 있는 중국이나 토요타, 혼다, 닛산, 미쓰비시, 스즈키, 스바루, 마쓰다, 이스즈 등등 여러여러 회사들이 있는 일본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우리나라 내수와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그닥 적은 것도 아니다.


하나하나가 다 글로벌 대기업이긴 하지만 미국도 3개뿐이다.


하지만 그 5개 중 둘은 한 그룹으로 묶여있고 셋은 외국계다.


결국 우리 자본의 회사로 남아있는 회사는 둘뿐.


나머지 셋도 한때 한국 자본의 한국기업이었지만 외국에 인수당하면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우리나라 자동차회사가 외국에 인수되면 어떻게 될까.


3가지 결말이 있다.






1. 완전히 흡수된다







대우자동차가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오랜 시간 사업을 해오며 현대차, 기아차와 함께 삼파전을 이뤘다.


로얄, 르망, 에스페로, 프린스, 누비라 등 수많은 추억 속 차들을 낳으며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비록 미국, 서유럽 등 선진시장에선 싸구려 취급당하긴 했지만 세계 곳곳의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에서는 훌륭한 서민들의 발이 되어줬다.


중국, 인도, 우즈베키스탄, 이란, 이집트, 루마니아, 폴란드 등 진출한 나라도 다양하다.


아직도 옛 대우차를 활용해서 차를 생산하는 곳도 있고 대우 브랜드가 인정받는 곳도 있다.


빚으로 쌓아올린 모래성이었을 수 있지만 자체 역량은 있는 회사였다.





하지만 GM은 대우차를 키워나갈 생각이 없었다.


대신 이용할 생각이 있었다.


대우차가 그동안 개척해놓았던 해외시장과 네트워크는 극히 일부를 빼놓고는 모두 손 뗐다.


수출도 더 이상 대우 브랜드로 하지 않고 다른 GM 계열사 브랜드로 바꿔서 해야 했다.


미국이나 서유럽에서 그렇게 하는 건 맞는 선택이었지만 이미 대우차가 자리를 잡은 시장에서도 모두 무장해제 당했다.


그리고 소형차 개발기지로 만들어놓고 중형차 이상부터는 차차 다른 계열사 것을 들여왔다.


독자개발하는 모델 수가 점차 줄어들어갔다.


차대, 엔진 공유를 넘어 스테이츠맨, 베리타스처럼 아예 외국차를 로고만 바꿔서 들여왔다.


그래도 이건 아카디아처럼 대우차 때부터 해왔던 거니 크게 상관없었다.


배지 엔지니어링은 이상한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쉐보레 브랜드 도입이었다.


들여온다 아니다 간 보더니 결국 전격적으로 도입하면서 대우 브랜드를 폐지하고 차 이름도 수출명으로 창씨개명한다.


그리고 드러내놓고 미국 본토에서 차량들을 대량으로 수입해 판다.


생산회사와 수입차 딜러를 겸직하기 시작한다.


콜벳, 카마로 같은 얼마 안 팔릴 이벤트성 차종에서 벗어나 임팔라 같은 볼륨 모델도 수입을 하기 시작했고, 캡티바 후속인 에퀴녹스도 수입 모델이 될 것 같다.


심지어 임팔라는 어느 정도 판매량이 되면 국내 생산하겠다고 해놓고서 그 약속을 깨버렸다.


또한 한국GM이 장사할 마음이 없다고 욕 먹는 건 아마 차 좀 안다는 사람이면 다 알 거다.


그랜저 잡겠다던 임팔라는 물량 조절 실패로 침몰, 올란도는 꾸준하고 과도한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원성 초래, 초반에 SM6와 돌풍을 일으켰던 말리부는 온갖 논란에 휩싸이며 판매량 추락, 크루즈는 등급을 뛰어넘는 가격으로 신차효과 증발...


제자리걸음을 넘어 이제는 암울하다.


한때 세계를 무대로 하던 대한민국 3대 자동차 브랜드에서 지금 GM 연구소 한국지부 및 생산기지로 전락해버렸다.


철수설은 나온 지 이미 꽤 오래됐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제고 철수할 수 있다.


비록 빚으로 쌓아올린 성이었지만 대우차의 영광이 그립다.


지금은 마치 식민지배 당하는 나라를 보는 기분이라 마음이 아프다.


대우가 경영만 잘 했어도...






2. 현지브랜드만 남기고 수출은 모기업 브랜드로 한다.










쉐보레 도입 전 GM대우도 2번 유형의 회사였다.


지금은 르노삼성이 대표적이다.


외환위기를 맞아 휘청대던 삼성자동차를 르노가 인수해 탄생했다.


르노삼성은 르노와 닛산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르노의 차대, 닛산의 엔진 등 핵심 부속을 르노, 닛산과 공유한다.


그리고 수출은 르노 브랜드로 하고 있다.


과거에는 닛산 브랜드로도 자사 모델을 수출했으며, 지금도 닛산 로그를 생산 중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반흡수정책마저도 위태로워 보인다.


삼성 브랜드 사용권 계약은 2020년으로 끝난다.


게다가 상징색을 삼성의 파란색에서 르노의 노란색으로 바꾸고 수입판매모델은 르노 로고를 그대로 달고 팔겠다고 하는 등 밑밥을 깔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GM처럼 삼성 브랜드를 버리고 르노코리아 내지 한국르노로 변신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1번 유형의 회사가 될 것이다.


다만 삼성차가 외국 회사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서기도 전에 인수당했기 때문에 대우차의 경우보단 아쉬움이 덜하다.


르노삼성이 SM5 한 차종만 갖고 있던 회사에서 지금 크기로 큰 것도 모기업의 도움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저 토종 브랜드가 또 사라지는 게 안타까울 뿐...


트럭을 만드는 타타대우도 2번 유형의 회사다.






3. 소유는 외국 회사가 하지만 운영은 독자적으로!







쌍용자동차는 먹튀 상하이차를 만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위상도 많이 추락했고 이미지도 많이 안 좋아졌다.


마힌드라에게 인수되면서 구사일생으로 폐업은 면했지만 마힌드라가 잘 해줄까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 상하이차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쌍용차를 믿고 자금 지원을 계속 해준 덕에 신차도 연이어 출시하고 있고 재정상황도 좋아졌다.


수출 역시 쌍용 브랜드로 하고 있다. 많이 안 팔려서 그렇지


그래서 외국계이긴 해도 외국회사란 느낌은 잘 안 든다.


소유만 인도 회사지 운영은 상당히 독립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인수다.


마힌드라가 지금처럼만 계속 해주고 쌍용차도 힘내서 차도 많이 팔고 사랑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