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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의 주류는 어떻게 변해왔는가

by 여만창 2018. 4. 8.

우리나라 내수시장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미국 같은 대륙과 달리 땅도 좁고 주차 사정도 좋지 않은데 대형차가 잘 팔린다, 내로라하는 럭셔리카들이 잘 팔린다, 해치백과 왜건은 성공하기 극히 힘들고 주로 세단과 SUV 위주이다 등등...


지금은 대충 이런 특징들을 갖고 있지만 이런 특징들은 세월에 따라 변해왔다.


그렇다면 과거엔 어땠을까?


우리나라 자동차 내수시장의 주류가 어떻게 변해왔나 한번 살펴보자.







최초의 국산차, 시발. 1955년에 출시되었다.






1. 태동기(~1975): 중형차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태동기가 어디까지냐에는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나는 1975년의 포니 출시 이전으로 본다.


포니가 양산되면서 한국자동차산업의 자립이 시작되었고, 자동차의 본격적인 보급도 시작되었다고 본다.


1975년 이전의 태동기에는 자동차가 드물었고 소유하려면 많은 돈이 들었다.


시장 자체가 작았기 때문에 딱히 주류라고 특정할 만한 차종이 없었다.


그래도 꼽아보자면 코로나, 퍼블리카, 브리사 등의 소형차와 코티나 등의 중형차, 크라운, 20M 등 고급차들이 주로 팔렸다.


차 자체가 부의 상징이던 시절이었으니 중형차 정도만 돼도 고급이었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코티나도 크라운 등과 함께 묶일 수 있다.




토요타 3세대 코로나. 우리나라에서는 신진 코로나로 판매됐었다.



토요타 2세대 크라운. 우리나라에서는 신진 크라운으로 판매됐었다.






2. 소형차의 시대


그리고 포니가 양산되면서 중형차의 시대가 끝나고 소형차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포니와 함께 (예전부터 팔려오던)브리사, 제미니 등도 가세해서 소형차 시장을 크게 넓혔다.


이어 80년대 후반 들어 대우 르망(1986), 기아 프라이드(1987), 현대 엑셀(1989) 등이 가세하며 소형차의 최전성기를 열었다.


르망과 프라이드는 월드카로 개발되어 세계 각지에서 팔렸고, 엑셀도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프라이드는 그 인기 덕에 이름 자체가 브랜드로 남아 후에 기아가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부활시키기도 한다.


물론 이 시기에 소형차만 팔린 건 아니다.


고급차 시장에선 현대 그라나다, 대우의 전성기를 누리게 해준 로얄 시리즈가 활약했고, 기아를 기사회생시키고 '봉고차'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기아 봉고도 이 시기에 팔렸다.




현대 포니. 우리나라 최초의 독자모델이다.



대우 르망



기아 프라이드



현대 엑셀






3. 중형차의 시대


소형차 시대에서 중형차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는 언제다라고 명확히 말할 수 없다.


패권이 천천히 넘어갔기 때문이다. 중형차가 인기를 시작할 시기에도 소형차는 여전히 많이 팔렸고, 소형차 전성기에도 여러 중형차들이 이미 팔리고 있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차라면 역시 쏘나타를 들 수 있다.


스텔라의 고급 트림에서 시작해 1985년에 출시된 Y2 쏘나타는 큰 인기를 얻으며 중형차 시대를 열어나갔다.


우리나라서 쏘나타의 명성과 인기란 더 말할 필요가 없는데, 그 시작이 이때였다.


쏘나타에 발맞춰 기아 콩코드, 대우 프린스, 기아 크레도스 등이 계속 경쟁했으나 쏘나타의 인기가 훨씬 많았다.


특히 1993년에 출시된 3세대 쏘나타II는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큰 호평을 받으며 오래도록 사랑받은 명차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식에도 불구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형차 시대에 맞춰 소형차 시장도 대형화가 시작됐다.


준중형차도 분류되는 엘란트라가 1990년에 출시되었고, 엘란트라에 이어 출시된 아반떼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소형차 시장이 작아지고 준중형차 시장이 확대된다.


아반떼의 이름값과 인기 역시 더 말할 거 없다. 그 인기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현대 쏘나타(Y2)



현대 엘란트라



현대 쏘나타II



현대 아반떼. '구아방'이라는 별명으로 친숙한 차다.






4. 반짝 경차의 시대


IMF 경제위기로 인해 경제불황이 닥치면서 자동차 시장에도 한풍이 몰아닥쳤다.


당연히 싸고 연비 좋은 소형차, 특히 경차가 인기를 끌었다.


국민차 티코로부터 이어진 대우 마티즈가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고, 기아 비스토와 현대 아토스도 가세했다.


이때 형성된 마티즈의 이름값은 가히 경차의 대명사라고 할 만큼 대단했지만 그런 거 관심 없이 대우차 지우기에 착수한 GM에 의해 마티즈의 명맥은 2011년에 끊겨버렸다. 자기 유산을 자기가 버린 셈.




대우 마티즈. 마티즈는 역시 황마!






5. 다시 중형차


그러나 외환위기의 충격이 사그라들면서 다시 중형차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옛날부터 압도적인 인기를 누려온 쏘나타와 외환위기 시절에 출시된 SM5가 시장을 이끌었다.


이 시기 판매된 1세대 SM5는 당시에 큰 인기를 누린 건 물론이고 오너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런 충성심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첫 출시가 된 지 20년이 된 현시점에서도 1세대 SM5는 쉽게 볼 수 있다.


당장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만 해도 주차장 한가운데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7~8대는 보인다!


오히려 현행 SM5나 1세대 SM5 찾기가 더 쉽다.


반면 당대에 경쟁한 EF쏘나타는 이제 찾기 힘들다. 최후의 승자는 SM5


그 뒤를 이은 2세대 SM5와 NF쏘나타가 중형차의 인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현대기아의 디자인 혁신을 상징하는 YF와 K5가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정말... YF의 디자인은 충격 그 자체였고 K5의 빼어난 디자인도 마찬가지였다.




삼성 SM5



현대 쏘나타(YF). 시대를 앞서간 충격이었다.



기아 K5. '디자인 기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






6. SUV의 시대 (+대형차)


그리고 세월이 흘러 SUV 시장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트렌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트렌드다.


SUV와는 전통적으로 거리가 멀었던 최고급차 회사들과 스포츠카 메이커들까지도 SUV를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전세계적인 광풍인 상태다.


소형차에서 중형차로 넘어가던 시기와 마찬가지로 언제부터 이렇게 SUV가 대세였는지는 명확히 잘라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전부터 몇몇 모델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2000년에 최초로 출시된 현대 싼타페와 2002년에 출시된 쏘렌토가 대표적이다.


도심형 SUV의 원조인 스포티지와 투싼도 빼놓을 수 없는 효자다.


이 4개 모델을 중심으로 한 도심형 SUV가 SUV계의 주류가 되고, 코란도 같은 정통 SUV는 비주류로 밀려난다.


그 뒤 베라크루즈와 모하비 같은 대형 SUV로 시장이 확대되고, 티볼리로 대표되는 소형 SUV 시장도 열렸다.


본격적인 SUV 유행의 시작은 대형부터 소형까지 풀라인업이 갖춰진 소형 SUV 시장의 탄생부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트랙스가 QM3가 시장을 열긴 했지만 현재 이 판은 쌍용 티볼리와 뒤늦게 끼어든 현대 코나의 경쟁구도다.


아울러 대형차와 고급차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랜저가 월 1만대를 돌파하기도 하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벤츠와 BMW가 하위권 국산차업체들보다 차를 많이 파는 시대다.


SUV 못지 않게 대형차/고급차도 인기가 많다.




기아 스포티지. 도심형 SUV의 원조.



현대 싼타페



기아 쏘렌토



쌍용 티볼리



현대 그랜저(IG). 이런 차가 월 1만대 넘게 팔리는 거 보면 우리나라에 돈 많은 사람 참 많다.



제네시스 G80. 상당한 가격대임에도 꽤 잘 팔리는 차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은 현재 SUV가 대세다.


도대체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다.


반면 한때 주류였던 소형차는 어제 거의 멸종 직전까지 간 상태다. 지금의 한국 소형차 시장은 미래가 없는 수준이다.


경차도 경차 혜택에 기대 연명하고 있는 수준이고, 중형세단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전격적인 SUV의 시대인 셈이다.


하지만 소형차와 중형차의 시대가 그래왔듯 SUV의 시대도 언젠가는 끝날 거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SUV를 대신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를 차는 뭐가 될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다만 분명한 건 SUV 시대도 중형차 시대만큼 오래 갈 거라는 사실이다.






(하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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