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에 AMG, BMW에 M, 닷지에 SRT, 그리고 현대의 튜익스가 있다면 혼다에는 타입R이 있다.
양산차를 활용하여 고성능차를 만드는 브랜드 중 하나로서 탄생한 타입R은 일본의 고성능 브랜드로 유명하다.
일본 고급차 브랜드로 렉서스가 있다면 일본 고성능 브랜드로는 타입R이 있다.
그러나 렉서스나 다른 고성능 브랜드와는 달리 타입R은 역사도 짧고 그나마도 지금은 명맥이 끊겨 있는 상태이다.
타입R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처음에는 레이스에 초점이 맞춰진 사양으로 개발되었으며, 무게 감량과 성능 극대화를 위주로 차량을 만들었다.
타입R의 R도 레이싱의 R로 보인다.
그러나 VTEC엔진에 대한 혼다의 늘어난 관심으로 인해 타입R은 레이스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장을 목표로 하게 된다.
타입R의 모델은 일반 모델과는 달리 Type R 엠블럼과 빨간 혼다 엠블럼이 적용되며, 여러 파츠를 달아 외관을 스포티하게 꾸민 게 특징이다.
또한 바로 위에도 설명했듯이 무게 감량, 세팅 변경과 개조를 통해 성능을 끝어올렸으며, 터보를 쓰지 않고 고성능으로 튜닝된 자연흡기 VTEC 엔진만을 사용했다.
혼다는 여러 차량을 기반으로 타입R을 만들었다.
혼다의 대표 스포츠카인 NSX는 물론이고 인테그라, 시빅도 개조 대상이 되었고, 패밀리카인 어코드도 타입R 버전이 있었다.
그러나 S2000은 자연흡기 엔진의 한계를 다 뽑아쓴 덕분인지 타입R로는 개발되지 않았다.
NSX 타입R은 일반 NSX와는 달리 일상영역과 타협하지 않은 순수한 스포츠카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되었으며, 한정 수량만이 생산되었다.
1992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서 출시되었는데, 첫 번째 R은 1,370kg의 무게를 1,250kg으로 줄였으며, 서스펜션을 튜닝했다.
두 번째 R 역시 무게를 1,270kg으로 크게 줄였으며, 리어 스포일러, 후드 벤트, 디퓨저 등이 적용되었다.
안 그래도 뛰어난 핸들링으로 정평이 나있던 차에 더해진 이러한 변화들은 NSX가 트랙 위에서 초고성능 차들과 싸우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어코드 또한 잠깐 타입R 버전이 나왔었는데,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세대 유럽형에 타입R이 있었다.
2.2L VTEC엔진이 7,200rpm에서 220마력의 출력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타입R'하면 떠오를 만한 차량들을 따로 있으니...
바로 인테그라와 시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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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NSX 타입R은 성능은 좋지만 돈 많은 부자들이나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싸다는 게 단점이었다.
그래서 혼다는 일반인들도 살 수 있도록 인테그라를 기반으로 타입R을 개발해서 1995년에 내놓는다.
인테그라는 준중형급의 스포츠카로, 스포츠카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FF 구동계였지만 뛰어난 성능으로 인정받고 있던 차였다.
3세대인 DC2부터 타입R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위 사진이 바로 인테그라 DC2 타입R 일본형이다.
이니셜D에도 잠깐 나왔는데, 동당학원의 사카이의 차로서 터보를 달고 있었다.
케이스케의 힐클라임 상대였지만 애니메이션 본편에선 편집당하고(...) 배틀 스테이지2에서 활약이 나온다.
1.8L DOHC VTEC의 B18C 엔진을 얹고 있었으며, 1.8L N/A로 200마력(!)을 냈고 기어비를 손본 5단 수동변속기와 헬리컬 LSD가 탑재되었다.
여기에 터보를 더했다니, 과연 만화에서 FD와 오르막 배틀을 벌일 만하다.
일본 내수형이라 Japanese Domestic Market의 약자를 써서 JDM DC2라고도 불린다.
이 녀석은 DC2 미국형 모델로, 미국형에도 타입R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형의 디자인이 더 낫다;
그리고 2001년에 출시된 4세대 DC5 인테그라에도 타입R이 추가된다.
일본형과 미국형 모두에 타입R이 있었던 전 세대와는 달리 DC5에는 일본 내수형 타입R만이 존재한다.
대배기량을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 1.8L 자연흡기는 성에 안 찼나?(...)
2.0L 4기통 DOHC i-VTEC의 K20A 엔진이 얹혔으며, 220마력을 냈다.
i-VTEC의 i는 intelligent의 약자로, VTC(가변타이밍컨트롤)을 탑재해서 타이밍을 50단계로 조절할 수 있었다.
여기에 레카로 버킷시트, 브렘보제 4피스톤 프론트 브레이크, 기어비를 손본 6단 수동변속기, 슬립제한 디퍼렌셜, 강화 서스펜션 등이 달려있었다.
그러나 인테그라가 2006년에 아예 단종돼 버리면서 인테그라 타입R도 영영 사라져버리고 만다.
인테그라 타입R도 유명하지만 타입R하면 뭐니뭐니해도 시빅 타입R일 것이다.
시빅은 타입R의 기반이 된 다른 차들보다 더 싸니 접근성이 좋았기에 더욱 더 그렇다.
시빅 타입R은 9세대의 시빅 역사 중, 총 3세대에 걸쳐서 나왔다.
첫 번째 시빅 타입R은 바로 EK9 타입R이다.
EK9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생산된 시빅의 6세대 모델이다.
타입R 버전은 1997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일본 내수형의 3도어가 기반이 되었다.
상위 모델인 인테그라와 마찬가지로 일반 모델을 기반으로 서킷에서 고성능을 낼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되었다.
1.6L 직렬 4기통 DOHC VTEC의 B16B 엔진이 185마력을 냈고, 5단 수동변속기가 물려졌다.
경량화 또한 당연히 이뤄졌으며,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인테그라처럼 소음억제장치가 제거되었다.
역시 이니셜D에도 나왔었는데, 동당학원의 데모카와 다이키의 차로 등장했다.
둘 다 타쿠미의 86과 다운힐 배틀을 벌였으며, 카본 보닛까지 얹힌 데모카는 프로 선수인 타치 토모유키가 몰고 나왔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나온 시빅 타입R이 바로 EP3 타입R이다.
7세대 시빅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생산되었는데, 특이하게도 영국의 스윈던 공장에서 생산되었다.
이 때문에 이 차에는 JDM 버전과 함께 European Domestic Market의 약자를 딴 EDM 버전,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3도어 해치백이 기반이 되었고, EDM 버전의 엔진은 DC5 인테그라 타입R의 K20A 엔진을 기반으로 한 K20A2에 6단 수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인테그라의 것과 같은 계열의 엔진이고 i-VTEC이 적용된 점도 같지만 출력은 200마력으로 더 낮았다.
기어비를 손본 6단 수동변속기와 고성능 브레이크는 적용되었지만, 전작 EK9에도 적용되었던 헬리컬 LSD와 레카로 시트 등은 빠졌다.
그러나 일본 내수형은 더 성능이 좋았는데, K20A 엔진을 그대로 써서 215마력을 내 출력도 더 높았고, 유럽형에서 빠진 사양도 다 들어가 있었다.
하체와 섀시도 좀 더 트랙 사양에 가까웠으며, 크랭크샤프트, 흡배기 매니폴드, 캠샤프트, ECU 프로그래밍 등도 업그레이드되었고, 고압축비 피스톤에 크롬 플라이휠도 쓰였다.
이런 유럽형 차별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진다. 안습.
일본 내수형이라도 파워트레인은 일본에서 만들어져 수출되었으며, 영국에서 최종적으로 조립된 뒤, 일본으로 다시 수출되었다.
이 차가 현역일 때 시빅이 30주년을 맞았는데, 이를 기념하는 모델도 있었다.
그리고 2007년에 나온 게 바로 8세대 시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FD2/FN2 시빅 타입R이다.
이 시기의 시빅 타입R은 일본 내수형과 유럽형이 완전히 갈라졌으며, 디자인도 완전히 달라졌다.
FD2는 일본 내수형으로, 우리나라에도 수출됐던 일본 및 아시아형 시빅을 기반으로 한다.
FD2 타입R은 4도어 세단으로만 나왔으며, 더 크고 무거워졌고, 덕분에 고속 코너링에서 더 안정감있게 변했다.
역시 K20A 엔진이 얹혔으며, 8,400rpm이라는 고회전에서 최고출력 225마력을 냈고, 6단 수동이 물려졌다.
차체가 DC5 타입R에 비해 50% 강화됐다고 하며, EDM EP3 타입R과는 달리 리어 서스펜션도 토션빔이 아닌 독립식으로 적용되었고, 브렘보 캘리퍼도 적용되었다.
이런 업그레이드 덕에 윗급인 DC5 타입R보다 츠쿠바 서킷에서 1초 더 빠른 기록을 남겼다.
아울러 시빅 타입R 중 유일한 4도어 세단이기도 하다. 변종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럽형인 FN2 타입R이다.
3도어 해치백 기반이며, 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영국 스윈던에서 생산되었다.
엔진은 K20A를 기반으로 한 K20ZA 엔진이 얹혔는데, 출력은 201마력으로 역시 일본형보다 낮았다.
...그리고 못생겼다.(...) 내 눈엔 일본형이 더 나아 보인다.
시빅 타입R이 2010년에 단종되면서 타입R은 완전히 명맥이 끊겼다.
때문에 타입R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잊혀지는가... 했지만...
2015년에 시빅 타입R이 부활할 예정이라는 발표가 나며 희망이 보이고 있다.
빠르고 달리고 싶은 혼다의 꿈이 투영된 타입R.
손쉽게 파워를 높일 수 있는 터보를 선택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그들만의 자연흡기 방식인 VTEC으로 고성능 모델을 만들어 온 그들의 모습을 보면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고성능 모델이 있었으면... 하지만...
하...
막막하기만 하다.ㅡㅡ
하여간 이런 차들을 국산으로 살 수 있는 일본인들, 참 부럽다.
타입R, 앞으로도 그 멋진 역사가 계승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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