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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

빛을 못 본 비운의 대형차 - 대우 쉬라츠

by 여만창 2013. 8. 17.

대우의 대형차 역사는 안습이라고 해도 좋다.


현대자동차가 아직 어린 애일 때일 70~80년대에는 로얄 시리즈로 고급차 시장에서 잘 나가기도 했었지만...


현대에서 1세대 그랜저를 내놓으며 상황은 바뀌었다.


대우에서는 상황을 바꿔보려고 국산 최초의 3,000cc급 엔진을 얹은 임페리얼을 내놓았지만...


처참한 판매량으로 시원하게 망했다.


그 뒤 혼다에서 2세대 레전드를 들여와 아카디아를 들여왔지만... 이조차 경쟁차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GM대우 시절에는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를 내놓았지만 쓴맛만 잔뜩 봤다.


그 후로 대우는 대형 세단을 내놓지 않았고 이젠 대우라는 브랜드마저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베리타스를 마지막으로 대우의 대형차 역사도 끝났다.


처참한 역사와 쟁쟁한 국산 경쟁자들, 밀려오는 수입차, 제대로 한국 사업을 할 생각이 없는 외국인 최고경영진으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한국GM이 대형 세단을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우는 포기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카디아가 영 신통치 않던 상황에서도 개발되던 대형차가 있었다.


비록 대우사태와 대우차의 자금난과 부도, GM의 인수 등 난리통에 없던 일이 되어 버렸지만...


개발도 거의 완성 단계였고 출시 일정도 슬슬 잡히던 자동차였지만 영원히 나오지 못해버린 대우의 대형차... 베이퍼웨어


바로 쉬라츠(Shiraz)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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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대우에서 나올 '뻔'했던 대형 세단, 쉬라츠이다.


쉬라츠는 포도주 만드는 데 쓰이는 포도 품종의 이름으로, 시라즈가 맞는 표기이다.


상당히 우아하면서도 차분한 디자인이 지금 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대우의 삼분할 그릴도 잘 녹아들어간 느낌이다.


뒷모습 역시 부드럽게 잘 디자인됐으며, 흐르는 곡선이 유려하다.


그런데 저 앞모습...






?!?!


뷰익의 라크로스 중국판과 비슷한 느낌?!?!






그리고 뒷모습은 W216 3세대 CL클래스와 느낌이 비슷하다.


...물론 이 차들의 개발이 쉬라츠보다 나중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느낌이 비슷한 건 순전히 우연일 뿐이다.




...어쨌든.


다시 쉬라츠 얘기를 해보자.


쉬라츠의 개발명은 A100.


97년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였으며, 그 해 열린 제네바오토살롱에도 출품되었다.


대우의 영국 워딩 연구소 주도 하에 아카디아의 후속으로 개발됐으며, FF의 아카디아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다고 한다.


현재 인터넷상에 알려져 있는 쉬라츠의 제원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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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너비*높이: 5,007*1,873*1,446 (mm)

휠베이스: 2,900mm

중량: 2,900kg

엔진 형식: V8

배기량: 2,500~4,000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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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원표대로라면 상당히 거대한 차다.


게다가 V8 4,000cc라니, 당시로서는 최고로 우월한 제원이다.


만약 이대로 나왔다면 최초로 V8 엔진을 달고 최초로 배기량 4,000cc의 벽을 뚫은 국산차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제원표가 영 못 미덥다.


우선 쉬라츠는 아카디아의 플랫폼이 기초라고 했다.


당시 대우는 돈이 매우 모자랄 때이므로 최대한 기존 부품을 활용하려고 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아카디아의 엔진룸은 기존의 V6 엔진도 가득 찰 정도로 엔진룸이 좁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자리에 V8 엔진이 들어갈 수 있나?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넣을 V8 엔진이 있었을지 궁금하다.


돈이 없어서 출시 예정이던 차도 개발 취소하고, 직렬 6기통 XK엔진도 우여곡절 끝에 출시한 대우자동차가 잘 팔릴지 안 팔릴지도 모르는 대형차에 얹으려고 막대한 개발비를 무릅쓰고 V8을 개발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엔진 개발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마무지한 돈이 들어가는데 당시 대우차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당시는 외환위기의 폭풍이 휩쓸던 때라 대형차 수요도 줄어들었을 때다.


당장 먹고 살기 급한 회사가 만들어봤자 잘 팔리지도 않을 물건을 개발하는 그런 불확실한 투자를 할 리가 없다.


엔진이야 그동안 하던 것처럼 외국에서 들여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 때 대우차는 GM과 결별한 상태였고, 별다른 제휴처도 없었다.


그러나 결국은 아무것도 나오지 못한 채 역사 속에 묻히고 말았으니 정말 대우가 V8을 독자 개발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쉬라츠가 끝내 출시되지 못한 데에는 돈 문제도 있었겠지만 쌍용자동차 인수로 인한 대체재 획득이 더 큰 역할을 했다.


대우차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체어맨을 거저 먹게 되자 경영진이 브랜드 밸류가 있는 체어맨을 선택하고 개발 중이던 A100 쉬라츠는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쉬라츠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위 사진은 대우차에서 브로엄을 대체하는 준대형 세단으로 개발하던 P100의 상상도다.


쉬라츠의 프로젝트와 디자인은 이 P100에 그대로 이식되어 개발이 진행되었다.


말이 준대형이지 크기가 쉬라츠와 비슷했다니 거의 에쿠스급의 크기였다.


저 앞모습, 대우의 3분할 그릴을 완벽하게 흡수한 모습이다. 잘 어울린다.


그러나 쌍용차가 도로 대우차에서 떨어져 나가자 쉬라츠는 도로 대형차로 개발이 전환되었고 대우의 라인업에 대대전인 변화가 일어난다.


준대형 P100이 대형으로 올라가자 중형 V200(매그너스)이 준대형으로 올라가고 라노스 후속 T200과 누비라 후속 J200은 통합된다.


V200과 J200은 매그너스와 라세티로 무사히 출시되었지만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와중에 P100 프로젝트는 완전히 취소되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A100과 P100 모두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영원히 묻히고 말았다.


그런데 저 뒷모습...







?!?!


4세대 파사트의 뒷모습과 닮았다.







그러나 다행히 P100의 디자인은 완전히 버려지지 않고 이 매그너스의 뒷모습 디자인에 활용되었다고 한다.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렇게라도 활용되었으니 아주 헛된 것은 아니었겠지만...


나왔더라면 아주 멋있는 차가 됐을 것 같은데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끝내 출시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아무래도 시대를 잘못 만난 게 죄인 차 같다.


아래는 GTA(...)에 나오는 쉬라츠의 모습이라고 한다.


다양한 모습이 있으니 한 번 감상해보시길.


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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